ABL생명·코리안리 공모 흥행 실패...자본 부담↑
K-ICS 도입으로 보험사 자본 확충 필요성 더 커
보험사, 향후 공모시장 신뢰 회복 더욱 중요
[서울=뉴스핌] 강정아 기자 = 최근 보험사들이 회사채 공모 시장에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흥국생명 콜옵션 번복 사태 이후 사모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는데 올해부터는 공모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초라한 공모 성적표에 보험사 생각만큼 자본 조달이 쉽지 않아 보인다.
강정아 금융증권부 기자 |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코리안리재보험은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코리안리는 최대 2500억원의 발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207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으며 간신히 목표량을 채우는데 그쳤다.
신용등급 AA0급의 우량 보험사가 발행하고 절대금리 4.5~5.5%의 금리밴드를 제시했음에도 간신히 목표치를 달성한 모습은 아직 공모 시장에서 보험사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난 7일 진행된 ABL생명의 후순위채 공모 결과는 더 처참하다. 흥국생명 콜옵션 논란 이후 처음 진행된 공모 후순위채 발행이었지만 결과는 700억원 전액 미매각이었다. 그럼에도 ABL생명은 오히려 1300억원까지 발행액을 늘려 주관사에서 전액 인수 후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수요예측 흥행 참패에도 오히려 증액 발행을 하며 시장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는 건 의아함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가늠할 수 있는 건 그만큼 보험사의 자본 확충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제도(IFRS17)와 신지급여력제도인 K-ICS(킥스)의 도입으로 보험사들은 작년부터 부지런히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고, RBC(지급여력) 비율에서 안정적으로 킥스 비율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킥스 비율이 보험업법 기준 100%,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건전성 비율 관리가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킥스 비율에 들어가는 요구 자본에 신규 측정 리스크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서 올해 킥스 유예 신청을 한 보험사는 전 보험사 55곳 중 19곳에 달한다. 매 분기 당국에 검증 보고서를 내야하고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배당은 절반 가까이 제한되지만, 보험사들은 이런 리스크를 감당할 만큼 자본 확충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보험사의 적극적인 자본 확충 노력에도 이번 보험사들의 공모 흥행 실패는 '흥국 쇼크'의 여파가 아직 시장에 잔재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작년 흥국생명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연기 번복은 보험사 신뢰에 대한 타격을 넘어 국내 시장에 대한 거래 위축으로 이어졌다. 한국물 외화표시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금융당국이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으로 자금 조달을 맞추며 진정시키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과 자본 적정성 변화 등 보험사를 둘러싼 금융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이다. 보험사 자본 조달이 전보다 더 필요한 만큼 보험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점이기도 하다. 앞으로 공모 시장에 나올 보험사들의 발행 결과가 이번 흥행 실패보단 더 나은 결과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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