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28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설치한 합동분향소는 조금 더 커져 있었다. 추모 공간 왼쪽에는 유족·시민봉사단을 위한 휴식 천막과 추모 편지를 넣는 대형 빨간 우체통이 마련됐다. 분향소와 인접한 시청역 5번 출구 라인에는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150cm 짜리 포스터도 여섯 개 세워졌다.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추모곡은 서울광장을 가득 채웠고 분향소 양쪽으론 경찰관 수십 명이 운집해있었다. 유튜버들은 분향소 상황을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방송했다. 이따금 시민들이 헌화를 하러 찾아왔고 맞은편 공사장 외벽에는 하루가 다르게 추모 쪽지가 늘어났다.
신정인 사회부 기자 |
서울시가 분향소 철거를 예고한지 3주째다. 여전히 서울시와 유족은 공전 중이다. 장기화된 기간만큼 분향소 앞은 혼란해졌다. 소통의 부재를 증명하듯 추모 물품들은 점점 늘어나 서울광장을 채우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뾰족한 대책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2일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주기적으로 유가족 측과 접촉하고 있다", "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으나 유족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에 서울시와 대화한 적 전혀 없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통 방식도 계속 엇갈린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달 초 서울시와 전화가 아닌 대면 대화를 요구했지만 서울시가 만나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대치 상황이 이어지자 서울시에서 먼저 수차례 만남을 요구했으나 유족들은 "더 이상 서울시와 할 얘기 없다"며 거부했다.
분향소 대안 장소 문제는 더욱 막막하다. 최근 서울시에서 추모 공간 대안 장소를 여러 곳 검토하고 있지만 이 소식을 들은 유족들은 "서울광장 외 다른 곳은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완고한 입장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참사가 정쟁으로 변질되는 분위기다. 갈등이 길어질 수록 점점 추모가 아닌 정부·유족 간 갈등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모양새다. 서울광장 분향소로 추모하러 오는 시민들 중에선 "언제 어떻게 철거될지 모르는 분향소에서 온전히 애도에만 집중하기 힘들다"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양 측은 하루빨리 갈등을 봉합하고 대안 찾기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울시와 유족, 시민 모두에게 상처만 될 뿐이다. 분향소가 갈등으로 가득 찬 곳이 아닌 온전한 애도의 공간으로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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