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2228억 투자해 2365명 석박사 양성
새 정부 10년간 15만 반도체 인력 배출 차원
계약학과 등록포기에 기초인재 부족현상 우려
노동환경 등에서 젊은층 입맛 맞는 정책 절실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정부와 민간이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을 위해 매칭 투자에 나선다. 10년간 2400여명의 석박사급 고급인재 양성에 모두 2200여억원을 쏟아붓는다.
다만 반도체학과에 대한 학부생들의 기대치가 낮아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 산업부-삼성전자·SK하이닉스, 10년간 2365명 양성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서울 보코호텔에서 반도체 석박사 고급인력양성을 위한 '민관공동투자 반도체 고급인력양성사업'의 만관공동투자 유치 체결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산업계를 대표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참여해 '민관공동투자 반도체 고급인력양성사업 투자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총사업비 2228억원을 정부와 함께 투자하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민관공동 연구·개발(R&D)사업은 석박사과정 인력이 산업계 수요 R&D과제를 수행해 기업이 요구하는 전문역량을 보유한 고급인력으로 양성되는 사업이다. 기업이 직접 발굴·제안한 R&D 과제를 통해 기업은 대학의 인력을 활용해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대학은 기업의 연구·개발 과제 수행을 통해 기업과의 기술 간극을 해소해 실전경험을 보유한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2365명 이상의 실전형 석박사 고급인력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산업부와 반도체업계는 2023~2032년 총사업비 2228억 원을 5대 5로 투자해 산업계가 필요한 반도체 전체 분야의 핵심기술 확보 및 실전형 고급인력 양성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반도체업계는 반도체 첨단기술 확보 및 우수인력 양성을 위한 과제 발굴부터 기업 엔지니어의 기술멘토링을 통한 대학의 산학 R&D 지원까지 적극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민관공동 R&D 과제기획 시 반도체 선단기술개발 및 애로기술 해소를 위한 과제발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를 통해 산업부도 올해 R&D과제 47건을 추진한다.
이용필 산업부 첨단산업정책관은 "민관공동투자 유치 체결식은 산업기술 패권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의 기술경쟁력 확보 및 우수 인력양성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민간과 정부가 원팀으로 해결해가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지속적으로 민간과 협력하여 선순환적인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계약학과 대신 의대·약대 선호 추세…학부생 유치 '숙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10년간 반도체 인력을 15만명까지 양성한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기준으로 반도체 산업 현장 인력이 17만7000명 수준인 가운데 2031년에는 30만4000명까지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대학의 학과 구조조정을 비롯해 교원 정원도 늘릴 수 있도록 규제도 완화했다. 반도체 특성화 대학을 정할 때 수도권 쏠림 현상도 막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인재 양성에 대한 강한 의지가 대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장을 대기하고 있다. 2022.12.15 pangbin@newspim.com |
하지만 문제는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드러났다. 곧바로 삼성전자 등 대기업 취업이 가능하도록 계약학과까지 확대했지만 학생들은 발길을 돌리고 있어서다.
정시 추가 모집 시작 직전인 지난 17일까지 반도체학과의 정시 1차 합력자 등록포기율이 모집인원 대비 155.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자연계 전체 등록 포기율인 33.0%보다도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여전히 학생들은 의대와 약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도체 분야보다는 의대·약대가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학과라는 이유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 입시전문가는 "반도체 시장 역시 변화무쌍한 ICT 트렌드에 맞춰 호황기와 불황기에 대해 예측이 불가능한 분야여서 학생들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자연계 특정학과로 몰리는 상황"이라며 "이는 대기업 취업이나 지원을 받느냐의 문제와는 결이 다른 판단"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2023.02.16 hwang@newspim.com |
정부 역시 반도체학과에 대한 학생들의 등록포기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최근 기자간담회에 나섰던 이창양 산업부장관도 "학과 선택을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고 유망하다면 서서히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교육당국과 협의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간경제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대기업 취업 자체만을 젊은 세대가 원한다는 식으로 기성세대가 판단해서 해결책을 만든다면 현재 트렌드와 맞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정책 자체만 보더라도 기업에 지원하고 세제 혜택을 해주는 방식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기업도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에만 혈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자기 삶에 대한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가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노동환경 관점에서 다양하게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며 "옛날처럼 허리띠 졸라매고 밤새워 일하는 식의 업무 스타일은 현재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