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CJ 제작 영화 '냐 바 누(Nha Ba nu)'가 현지에서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국민 영화'로 떠올랐다. CJ ENM에서는 세계적인 K무비 인기에 힘입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극장, 배급, 제작을 아우르는 전략으로 글로벌 로컬 콘텐츠 발굴과 흥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역대 로컬영화 흥행 신기록 쓴 '냐 바 누'…10년 넘게 공들인 '현지화' 결실
17일 CJ ENM에 따르면 CJ의 베트남 법인 CJHK엔터테인먼트가 기획·투자·제작한 '냐 바 누'는 개봉 25일차인 15일 기준 누적 54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4470억동(약 1906만불)의 극장 매출을 올렸다. 주연·감독을 겸한 베트남 스타 쩐 탄이 전작 '보 지아(Bo Gia·아빠 미안해)'(2021)로 세운 기존 흥행 1위 기록(4269억동)을 2년 만에 갈아치웠다.
'냐 바 누'는 꽃게 국수 가게를 운영하며, 특유의 카리스마로 3대가 사는 가정을 억척스럽게 이끌어 온 가모장 '누'여사 (레 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과거 남편에게 버림받은 트라우마로 가정에 엄격한 규칙을 만든 누 여사는 딸과 사위의 사생활에 사사건건 간섭한다. 그러나 둘째 딸 '니'(우옌 안)가 부잣집 아들 '존' (송 루안)을 만나 덜컥 임신하고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다. 첫째 딸 '누'(카 누)의 남편 '누안'(쩐 탄)도 외도 현장이 적발되면서 집안이 발칵 뒤집어진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냐 바 누'의 포스터 [사진=CJHK] 2023.02.17 jyyang@newspim.com |
특히 '냐 바 누'는 지난 2월 초까지 외화 최고기록이던 1200만불대의 매출을 세운 '아바타2'와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기록을 깨고 로컬/외화 포함 역대 흥행 1위 자리를 위해 달리며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주연과 감독을 맡은 쩐 탄이 전작을 통해 아버지의 애끓는 부성애를 그린 이후 이번엔 모성애를 모티브로, 고군분투하는 베트남 여성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공감 가는 여성 서사로 베트남 내 트렌디한 테마를 가져왔단 호평이 쏟아졌다.
국내를 넘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한 CJ ENM은 지난 2011년부터 베트남 현지 배급과 로컬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당시 영화 '퀵'으로 베트남 영화 배급 시장에 진출했으며 이후 '늑대소년' '더웹툰' '아이엠' '시간이탈자' '봉이 김선달'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극장, 배급, 제작 사업 등을 아우르며 연간 7~10여편, 지금까지 총 80여편의 한국 영화를 베트남에 꾸준히 소개해왔다.
◆ 베트남·인도네시아서 로컬 흥행IP 발굴 사활…"K무비 알릴 선봉장 역할 기대"
베트남 현지의 제작 영화 히스토리 역시 2014년부터로 꽤 오래 공들여왔다. 개봉 당시 역대 베트남 로컬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마이가 결정할게2'에 이어 2015년 '수상한 그녀'의 리메이크작 '내가 니 할매다'가 흥행 기록을 갱신, 뜨겁게 사랑받았다. 이후 CJ ENM 외 많은 제작사들이 한국영화 리메이크를 시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수상한 그녀'의 리메이크 영화 '내가 니 할매다'의 포스터 [사진=CJHK] 2023.02.17 jyyang@newspim.com |
이어 '걸프롬예스터데이(2017)', '써니'의 베트남판 리메이크작 '고고 씨스터즈(2018)', '마이 미스터 와이프(2018)', '디어 데빌 브라더(2019)', '극한직업(2022)' 리메이크작으로 로컬 영화 제작에 공을 들여왔다. 이후 '냐 바 누'가 한국 리메이크작을 탈피하고 완벽히 현지화된 소재, 이야기, 테마로 로컬 영화 흥행 기록을 세우는데 성공하면서 CJ의 로컬 콘텐츠 발굴, 제작을 향한 꾸준한 노력이 빛을 보게 됐다.
베트남 이외에 CJ ENM이 진출해있는 동남아 국가 인도네시아에서도 지난 9월 코로나 이후 첫 공동제작 작품 '질랑꿍 산데칼라'가 약 155만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로컬 박스오피스 10위에 안착했다. 지난 2019년 '드레드아웃'에 이어 키모 스탬보엘 감독과 호흡을 맞춘 두번째 작품으로, 그동안 개봉일정이 밀렸던 로컬 호러영화의 홍수 속에서도 전통 인형귀신 '질랑꿍'을 앞세워 안정적인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써니'의 베트남 리메이크 영화 '고고시스터즈' 포스터 [사진=CJHK] 2023.02.17 jyyang@newspim.com |
CJ ENM측에 따르면 아직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베트남 내 사업이 향후 지속적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영화 부문 한지윤 부장은 "현지에서 로컬 톱 크리에이터들과 다양한 작품들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문화 콘텐츠 사업을 선도하고,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CJ가 베트남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도 있다. 바로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과 K컬처에 우호적인 선봉장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인구통계학적으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한 문화산업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국가인데다 한국과 베트남 양국 정부 차원의 경제 협력이 빈번하고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어 한국 문화 산업의 긍정적 파급 효과가 기대되는 지역이다.
특히 CJ ENM 측은 20년 넘는 국내외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 제작, 투자, 배급, 마케팅, 수출 등의 부분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하여 베트남 영화시장 성장에 주요 축으로 역할을 하겠단 포부다. 한 부장은 "우리가 인적, 물적 자원을 통해 베트남과 한국 영화계, 영화인들 사이 소통 및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베트남 시장은 K무비를 알릴 수 있는 선봉장 역할이 기대되는 곳이며 IP 확보를 통해 매출과 실적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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