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친해지길 바래."
2006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행했던 프로젝트다. 여러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땐 괜찮지만 단 둘이 남았을 때 어색한 이들을 친해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싸웠다거나 어색한 학생들을 상대로 '친해지길 바래'를 적극 활용해 교우 관계를 원만하게 만들기도 했다.
김태훈 정치부 기자 |
정치권에서도 '친해지길 바래'라는 프로젝트가 어울리는 시기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입법부의 야당 대표는 대화할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이후 교육·노동·연금 3대 개혁과제를 던지며, 임기 초반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러나 야당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1대 총선 패배로 115개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69석.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선 '거대 야당'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3대 개혁 과제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든 만큼 현재 상황에서 야당의 도움은 반드시 필요하다.
역대 대통령들의 영수회담 숫자는 박정희 정부 5회, 최규하·전두환 정부 1회, 노태우·김영삼 정부 2회, 김대중 정부 8회, 노무현 정부 2회, 이명박 정부 3회, 문재인 정부 1회다. 박근혜 정부는 영수회담을 갖진 않았지만, 여당 대표를 포함한 다자 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 가능성은 극히 낮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이미 취임 초반부터 대통령이 여당 총재일 당시에 쓰던 단어인 영수회담을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모두 모여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지난 대선에서 0.73%p 차 석패 후 6개월 만에 거대 야당 대표로 제기한 이 대표 입장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 구도를 세우는 게 향후 대선 도전 행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자신에 대한 사법리스크에 집중된 여론을 외부로 돌리는 데 유용한 만큼 영수회담 추진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반면 대통령실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야당 대표와의 1대1 회담보다 여야 지도부가 모두 함께 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인 만큼 3월 8일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된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가 선출되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는 한 만남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영수회담은 정치 또는 사회 조직의 최고 우두머리가 서로 만나서 의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영수회담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어버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향후 영수회담이든, 다자회담을 통해 이재명 대표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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