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 7개월 만에 9000달러선으로 복귀
배터리·동막 판가 연동제..."가격 소폭 오를 수 있어"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경기 선행지표로 평가받아 '닥터 코퍼'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7개월 사이 최고가를 기록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이 커지면서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 중 하나인 구리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배터리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동박의 원재료가 구리로,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 용량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KCFT가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한 4마이크로미터 초극박 전지용 동박. [사진=SCK] |
20일 런던거래소(LME)에 따르면 전일 기준 구리 선물 3개월물 가격은 t당 9305.50달러로 석 달 전(7662.50달러)과 비교하면 21.44% 급등했다.
구리가 9000달러선으로 복귀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지난해 7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수요 감소로 7100달러선까지 하락한 때와 비교하면 30% 넘게 급등했다.
최근 구리 가격 강세의 요인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던 중국이 최근 리오프닝 대열에 합류하면서다. 특히 다른 원자재 섹터 대비 비철금속 수요에서 중국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비철금속 섹터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것으로 풀이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춘절 연휴 이후 최대 소비국 중심의 재고 비축이 구리 가격 강세의 모멘텀을 부각할 것"이라며 "당초 톤당 7000~9500달러로 제시한 올해 구리 가격 예상 범위 상단도 사상 최고치(1만1000달러)로 상향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구리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부문 대표는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구리 가격이 연말까지 톤(t)당 1만15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 코미스(Komis)에 수급안정화 지수에 따르면 구리(동) 지수는 지난해 1월 9.39 까지 급락했다. 5~20이 수급 주의 지수로 5이하는 수급 불안에 해당한다. 올해 1월 동 수급안정화 지수는 30 이지만, 실질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오름세다.
구리 가격으로 배터리 가격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동막은 전체 배터리에 5%를 차지하지만, 필수 소재"라며 "원자재 가격 변동을 판가와 연동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구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 될 시 배터리 가격이 소폭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박 공급 부족도 심화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핵심 소재인 동박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 배터리용 동박 수요는 2020년에 13만5000톤에서 2025년 70만톤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동박 업체 관계자는 "판가에 원자재 상승분을 반영하는 등 동박 가격을 연동제로 계약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국내외에서 구리 스크랩을 공급 받고 있지만, 구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일부 수요가 위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