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가상자산 시장에서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거액을 챙긴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나욱진 부장검사)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업무방해,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등 혐의로 주범 및 은행브로커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부터 11명을 구속기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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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2020.01.09 mironj19@newspim.com |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허위 무역대금' 명목으로 해외업체 계좌로 외화를 송금한 뒤 해외 코인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구입해 국내 코인거래소로 전송·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렸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코인거래소의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 코인거래소의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들은 김치 프리미엄이 높게 발생하는 시점을 골라 반복 송금해 자금을 계속해 순환시켰다.
검찰은 이번에 총 4개 조직을 검거했다. 각 조직은 송금자금의 원천, 송금증빙서류 가장 방법 등 구체적 범행수법은 조직에 따라 다양하지만 모두 허위 무역대금 명목으로 외화를 송금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설계자를 비롯한 가담자들이 일부 조직간에 상호 중복되는 경우도 있으며, 법인 정보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드러나지 않는 배후 설계자도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실시간 변동되는 김치 프리미엄에 따라 해외송금 시점을 정하는 총책의 지시하에 국내와 해외 소재 다수의 공범들이 단시간 동안 유기적으로 연락하며 정확히 역할을 수행해야 해외송금과 국내 가상자산 반입 후 매각, 수익 배분이 이뤄질 수 있어 조직적 범행설계가 반드시 필요한 구조라고 봤다.
예를 들면, 총책이 송금을 지시하면 투기자금팀이 집금자 계좌로 1분 동안 15억원을 집금하고 1시간 30분 후 송금업체로 15억원을 이체한다. 30분 후 해외송금이 이뤄지고, 다음날 투기자금팀은 전일 송금액에 김치 프리미엄 수익 9000만원을 더해 추가 집금을 한다. 송금업체로 이체 후 해외송금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김치 프리미엄이 대략 3~5% 정도일 때 송금 실행에 착수했는데, 특히 2021년 4~5월에는 김치 프리미엄이 20%를 상회하기도 했다. 검찰은 전체 송금액 4조3000억원 기준 약 1200~2100억원 상당의 이익을 투기자금 제공자들과 나눠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초 종잣돈을 원천으로 한 반복 송금 범행이지만, 국내 유입은 가상자산인 반면 외화 4조3000억원이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된 것"이라며 "유출된 외하는 모두 허위 무역대금 명목으로 국내 실물경제와는 전혀 무관하게 투기세력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