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진했던 플랫폼 심사지침 그대로 확정
시장획정·지배력 평가·경쟁제한 세부기준 마련
'카카오 사태'로 커진 플랫폼 독과점 대책 한계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앞으로 무료 서비스라도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자 간에 거래가 발생하면 사업자는 독과점 남용 판단 범위에 들어간다.
또 플랫폼 사업자가 현재 지배력을 확보한 시장뿐만 아니라 이와 연계된 상품·서비스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도 경쟁제한성 평가의 기준이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 먹통 사태' 후속 대책으로 이와 같은 내용의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초 행정예고한 해석적 사항에 대한 보완 규정을 과연 독과점 방지 대책으로 볼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12일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제정해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 무료서비스 독과점 심사 범위에 넣고 이용자 수도 점유율 산정 기초로
이번 심사지침은 '카카오 먹통 사태' 발생 3개월여만에 관련 대책으로 내놓은 것으로, 플랫폼 사업자의 행위가 현행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할 때 적용된다.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에도 이미 존재하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심사기준을 원칙적으로 적용하되 플랫폼의 특성이 반영된 이번 심사지침을 보완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심사지침에서 초기에 다수 이용자를 선점한 플랫폼에 더 많은 이용자가 집중되는 쏠림효과(tipping effect)에 따라 독과점적 구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시장 범위와 시장지배력‧경쟁제한성 세부 평가 기준을 제시했다. 여기서 무료 서비스라도 광고노출, 개인정보 수집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에는 이를 관련 시장으로 묶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무료 서비스인 카카오톡에 적용될 여지가 있다. 이 경우 품질 또는 비용을 변수로 고려해 대체가능한 서비스의 범위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새로운 시장 형성을 주도하려는 경쟁이 펼쳐지는 분야의 경우 개발시장도 관련시장으로 보게 된다.
시장지배력 평가에서는 '문지기(gatekeeper)'로서 영향력도 고려하기로 했다. 다수 이용자를 연결하는 중개자 역할을 하면서 주요 이용자 집단에 대한 접근성을 통제할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여부를 살피겠다는 것이다. 또 매출액 이외에 이용자 수, 이용빈도 등을 점유율 산정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경쟁제한성 평가에서는 현재 지배력을 보유한 시장뿐만 아니라 이와 연계된 다른 상품‧서비스 시장의 경쟁상황에 미치는 효과도 고려하기로 했다.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선점한 후 이를 지렛대로 활용해 연관 서비스 시장까지 독점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심사지침에는 자사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의 경쟁 온라인 플랫폼 이용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하는 '멀티호밍(multi-homing) 제한'과 타 유통채널에 비해 유리한 거래조건을 요구하는 '최혜대우 요구', '자사우대', '끼워팔기' 등 법 위반 유형이 포함돼 있다.
◆ 작년 1월 행정예고한 심사지침과 동일…안이한 대처 우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 발생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플랫폼의 '시장 독과점'에 대한 제도적 대응을 주문하자 그 중 하나로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제정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번에 내놓은 심사지침은 공정위가 이미 지난해 1월 행정예고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수준이다.
[성남=뉴스핌] 정일구 기자 =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먹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가운데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2.10.19 mironj19@newspim.com |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현실을 고려할 때 정부의 안이한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번 심사지침이 실질적인 플랫폼 독과점 해소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정위 스스로도 이번 심사지침에 대해 새로운 규제를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누적된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법 집행 사례를 토대로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쟁제한행위의 심사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더욱이 기존 법 집행 기준을 배제하거나 이에 우선해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 현행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할 해석적 사항을 보완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심사지침을 '카카오 먹통 사태' 후속 대책이라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지난해 행정예고한 심사지침 초안에 이미 (카카오 사태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남용행위에 대한 부분을 담았다"면서 "(카카오 사태) 이후 더 강화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심사지침도 마련하기로 했으나 이번에 관련 내용이 빠졌다.유 국장은 이에 대해 "법 집행 사례가 대부분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이었고, 불공정행위 부분은 아직 사례가 축적되지 않아서 관련 내용을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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