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해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올봄 대형산불과 여름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 태풍 등 충분히 예견된 사고였음에도 미리 대비해 막지 못했다. 만원 지하철과 버스, 화재 시 피난이 어려운 취약 시설 등 우리 주변 위험 요인도 여전하다. 뉴스핌은 반복되는 안전불감증 사고 원인을 짚어보고 이에 대안을 살펴봤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올 한 해 우리사회에서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안타까운 사건·사고가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뿐 아니라 광주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신축 아파트 16개 층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는가 하면 경기 평택 물류센터 화재, 신림동 반지하 일가족이 폭우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사고는 우리 사회에서 쉽게 간과하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불안전 사회] 글싣는 순서
1. 압사·화재·붕괴사고..."예견된 사고"
2. "설마가 사람 잡는다"...안전불감증 여전
3. "제도 개선·교육 필수…안전의식 고취"
◆ 이태원 참사, 많은 인파 예상하고서도 안이한 대응
핼러윈 데이(10월 31일)를 사흘 앞둔 지난 10월 28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8명이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만에 `노 마스크`로 야외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었기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경찰은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는데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경력 137명이 배치됐지만 대부분 경력은 마약, 성범죄 단속을 위해 투입됐고 교통 통제, 인파 관리를 하는 경력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15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2022.12.15 hwang@newspim.com |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도 안이한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웠다. 핼러윈 축제 직전인 15~16일 양일간 열린 이태원지구촌축제에 약 40만명이 찾았다. 지구촌축제 때는 구청 직원 150명이 투입됐지만 이태원 참사 당시에는 8명만 현장에 나왔다. 구청에서 주최하는 행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불법 증축으로 더 비좁아진 해밀톤호텔 옆 골목도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호텔 측이 70cm 정도 되는 분홍색 철제 가벽을 설치하면서 골목의 폭이 3.2m까지 줄어든 것이다. 건축법상 도로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폭이 4m 이상이어야 한다.
여기에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인 오후 6시 34분부터 오후 10시 11분까지 11건의 112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사고를 막지 못한 경찰 시스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경찰은 11건의 신고 중 4건에만 현장 출동을 했으며 그마저도 이렇다 한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시공, 감리, 원청 등 총체적 관리부실
지난 1월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16개 층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실종됐던 6명은 결국 숨졌다.
이후 국토교통부 HDC현산 아파트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사고는 시공, 감리 등 총체적인 관리 부실이 일으킨 '인재'였다. 붕괴가 발생한 39층 바닥 시공이 설계와 다르게 이뤄졌고 3개 층에 걸쳐 있어야 하는 가설지지대(동바리)가 조기에 철거되면서 연속적인 붕괴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콘크리트도 원재료가 불량하고 시공도 부실하게 되면서 강도가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다. 원도급사인 현대산업개발 역시 전체적인 시공관리를 부실하게 했다는 게 드러났다.
◆ 폭우에 신림 발달장애 일가족 사망...반지하 주거의 취약성 드러내
지난 8월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새벽 폭우에 침수된 반지하 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날 폭우로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반지하에 사는 50대 여성이 숨졌다.
집걱정없는세상연대,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12개 단체는 이 사고가 "예견된 참사"였다며 "관리하지 못한 국가와 국회, 정부의 직무 유기자 사회적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반지하가 폭우에 취약하다는 걸 알면서도 대응이 미비했다는 이유에서다.
◆ 올해도 이어진 물류센터 화재...소방관 3명 순직
2020년 4월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 화재 사건으로 38명이 목숨을 잃고 1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같은 해 7월ㅠ21일 경기 용인 양지SLC 물류센터에서도 화재로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지난해 6월에는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에 이어 올해도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했다.
올해 1월 5일에도 평택 팸스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진화 과정에서 소방관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 조사 결과 시공사와 열선시공업체가 열선 공사를 하면서 설계도면 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우레탄 폼이 노출된 현장에서 화재 예방조치나 열선 간격, 결선 방법 등의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