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거 인멸·도주 우려 있다고 보기 어려워"
검찰 "천문학적 폭리 취한 피의자 납득 어려워"
[세종=뉴스핌] 이경화 기자 = 법원이 3일 가상화폐 '테라·루나' 발행사 테라폼랩스를 창립한 신현성(37)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대표의 구속이 무산된 데다 공동창립자인 권도형(31) 대표의 행방도 묘연한 상태라 해당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진표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신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이날 오전 2시20분께 "피의자와 다른 공범들의 수사에 임하는 태도, 진술 경위·과정, 내용 등을 고려할 때 피의자와 공범들이 조직적·계획적으로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아울러 함께 청구된 테라·루나의 초기 투자자 3명과 개발자 4명의 구속영장도 같은 사유로 모두 기각됐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테라·루나' 공동창업자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가 2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02 yooksa@newspim.com |
신 전 대표는 지난 5월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든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문제가 된 테라·루나 폭락 사태는 달러화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D가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면서 자매 코인 루나의 가치 또한 붕괴된 사건이다. 당시 테라·루나 가격은 최고가 대비 99.99% 추락, 대폭락했다.
신 전 대표 등은 테라와 자매 코인 루나가 알고리즘에 따라 가격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설계 자체에 흠이 있는데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발행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을 받는다.
신 전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다 테라폼랩스 공동창립자인 권 대표가 해외에 머물며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관련 수사는 난항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체류 중인 권 대표는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에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검찰은 신 전 대표 등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남부지검은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선량한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한 중대 서민 다중피해 사건에 대해 그 죄질의 무거움을 인정하면서도 천문학적 폭리를 취한 피의자들의 방어권 보장 명목으로 영장을 기각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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