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2022년 10월 29일, 대한민국은 또 한번의 비극을 맞았다. 150명이 넘는 소중한 목숨이 사라졌고, 2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 나라 전체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너무 많은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비극인만큼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힘들뿐더러 국가 전체의 후유증도 클 것임이 자명하다. 이 중 침체된 분위기가 길어지면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후유증 중 하나로 꼽힌다.
이미 유통업계나 소상공인들은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우려가 깊다. 핼러윈에 이어 '코리아세일페스타' '블랙프라이데이' '성탄절'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기간은 유통업계가 가장 기대하는 시즌이다. 하지만 올해는 국가적 애도 분위기로 떠들썩한 행사도 거의 모두 취소되고,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특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심각한 것은 이런 분위기가 길어질 경우 유통이나 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가 후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실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전국에 애도 분위기가 확산하며 문화와 레저, 관광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소비 둔화가 두드러졌다. 당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면 1분기 0.9%에서 사고 발생 월인 4월이 포함된 2분기 0.5%로 떨어졌다. 특히 민간 소비부문은 1분기 0.5%에서 2분기 -0.2%로 추락했다.
게다가 현재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글로벌 복합위기로 인해 환경이 극히 좋지 않다. 기업들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라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여기에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이 길어지면 위기 극복의 동력이 돼야 할 소비마저 위태로워진다.
한국은행은 4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달 27일 3분기 GDP를 설명하면서 "4분기 0%를 중심으로 소폭의 마이너스, 플러스 정도 (성장)하면 연간 경제성장률 2.6%달성이 가능하다"고 했다. 3분기까지 회복세를 이끌었던 민간 소비가 애도 분위기 등으로 급격히 가라앉으면 4분기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희생자와 유족들에 초점을 맞춰 이번 사고를 수습하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히 최우선돼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번 참사를 자꾸 들춰내서는 안된다. 이는 희생자와 유족은 물론, 우리 경제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힐 뿐이다.
정부는 사고 수습 및 재발 방지책을 세우는 것과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소비 진작 대책을 고려해야 할 때다. 겨우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소비의 불씨를 꺼트려서는 안된다. 또 정치권에서는 본인 또는 당리를 위해 이번 비극을 이용하려는 행위는 국가 전체적으로 더 큰 비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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