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국제부장 = 기원전 221년 중국에 시(始)황제가 있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하고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황제라는 칭호를 사용했다. 과거의 제도를 일소하고 중앙집권이라는 시스템을 적용해 중국 대륙을 절대 정권 하에 뒀다. 진(秦)나라의 제1대 황제 진시황이다.
2022년 중국에 다시 시(習)황제가 나타났다. 격대지정(隔代指定), 칠상팔하(七上八下) 등 과거 전통을 깨고 집단지도체제마저 무너뜨리며 1인 절대 정권을 손에 쥐었다.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다.
21세기 시황제는 임기의 제약을 없애고 공산당 최고 지도부 자리는 충성도가 높은 '예스맨'으로 꽉 채웠다.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중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궁극의 권력 집중이 이뤄진 것이다. 일부에서는 영구 집권까지 노리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오영상 국제부장 |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시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시절 수준으로 권력을 집중시켰다"고 평가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얼마나 많은 권력을 누릴지, 또 그 권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단서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목도하듯 독재적인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은 전 세계를 고통에 빠트린다. 견제가 없는 권력, 1인에게 집중된 지배 체제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暴走)로 치달을 수 있는 트리거다.
시 주석은 지난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과거 중국은 아편전쟁 등으로 모욕과 박해를 당했다. 중화민족이 괴롭힘을 당하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누구라도 중국을 건드리면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이번 공산당 대회에서도 사회주의 가치와 중화민족의 부흥을 거듭 강조했다. 중화민족의 부흥은 물망국치(勿忘國恥)를 가슴에 새기고 중국을 세계 최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중국몽(夢)'의 핵심이다.
시황제 등극 이후 중화패권주의가 더욱 노골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대립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G2의 충돌은 안보 및 경제 문제와 맞물리며 전 세계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의 공격에 다소 수비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정권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한 시 주석은 앞으로 안보 및 경제 이슈에서 미국에 '강대강'으로 맞서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공세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신 실크로드 전략으로 불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의 실현을 위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점도 미국과의 대립 심화를 부추기는 요소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시진핑 3기 내에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을 실행에 옮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대만은 중국에게는 '조국통일'이라는 과업의 대상이며, 미국에게는 중국 견제의 최전선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TSMC로 대표되듯 전 세계 반도체 공급을 좌지우지하는 파급력도 갖고 있다.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동북아시아는 전쟁터로 변할 것이며, 우크라이나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패닉을 초래할 것이다. 한국은 '참전'이라는 곤혹스런 선택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시 주석은 당대회 연설에서 "대만 문제 해결은 중국 인민 고유의 업무이고 인민들이 결정할 일"이라고 미국을 견제했다. 그러면서 "결코 무력 사용 포기를 약속하지 않고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선택권을 유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력통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공산당 일당 지배 체제인 중국의 통치 제도에는 권력 분립이 없다.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 앉아 이제는 '인민영수' 칭호마저 갖게 될 시황제의 결정에 누가 이의를 제기할 것이며, 그 누가 막아설 수 있을까. 그것이 비록 잘못된 결정이더라도 말이다.
시진핑 집권 3기. 전 세계는 폭주의 위태로움을 안고 있는 21세기 시황제와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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