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보디패커(Body packer). 마약을 체내에 숨겨 운반하는 사람으로 중남미 지역에서는 숱하게 찾아볼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낯선 존재였다. 그런데 최근 몰래 숨겨온 마약 봉지가 몸속에서 터져 사망한 한국인 남성 보디패커 사례가 보도되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한때 마약청정국으로 불리던 한국에서 최근 급속도로 마약범죄가 확산되고 있다. 검찰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검거된 마약 사범은 모두 1만57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가 증가했다.
이렇게 마약사범이 급증한 배경으로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접근의 용이성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 가상화폐 등을 이용한 거래 방식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으로 일부 계층에서 마약을 힙(Hip)한 문화로 받아들이는 경향 등이 지목된다.
배정원 사회부 기자 |
사회적 우려가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에 마약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이에 최근 대검찰청은 전국 4개 검찰청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설치·운영하겠다고 밝히는 등 마약과의 전쟁에 착수했다.
그러나 검경의 수사역량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마약사범들을 재판에 넘겨도 정작 법원에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면 오히려 마약범죄가 더 늘어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마약류 투약 및 단순 소지의 경우 기본 형량이 최소 징역 6개월이고 이마저도 초범인 경우에는 감형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1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마약사범 4747명 중 2089명(44%)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마약사범들의 판결문을 분석해봐도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다른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범행에 대해 자발적으로 진술하는 등 수사에 협조한 점 등을 이유로 형량을 대폭 줄여준 사례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초범이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해도 마약은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개인의 의지로 완전히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 마약사범들의 재범률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마약범죄에 대한 기본 형량을 강화하고 범죄 유형에 따라 감경 요소를 대폭 수정하는 등 양형기준을 전체적으로 손질할 필요성이 있다.
재판부 역시 마약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엄중한 처벌을 내려 다시는 마약에 손을 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등을 확대하여 마약사범들의 치료와 온전한 사회 복귀를 도와주어야 한다.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서는 예방·단속·처벌·치료 등 국가 차원의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