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인터뷰
단속·처벌 위주로 마약범죄 대응...마약범죄·재범 증가세
"출소 전 중간단계 역할 강화해야...재소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필요"
최근 성범죄, 마약, 사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재범(再犯)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년을 복역한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이 출소한다는 소식에 전문가들은 김근식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형벌에만 집중했던 기존 형사사법체계에서 나아가 교정교화를 위한 세밀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스핌은 '재범을 묻다'라는 기획보도를 통해 재범을 줄이지 못하는 국내 교정교화 시스템의 한계와 대안을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김낭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마약범죄자들이 출소 후 사회로 나아가기 전 준비단계로서 중간단계와 재소자들에게 효과적인 맞춤형 교정·교화 프로그램이 착실하게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20년 가까이 중독 범죄 중에서 마약과 약물 분야를 연구한 전문가로 마약범죄에서 교정·교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재범을 묻다] 글싣는 순서
1. 15년 복역해도 '위험'…교정·교화 시스템의 '한계'
2. "수형자는 언젠가 사회로 돌아올 사람…국가, 재사회화의 책무 있어"
3. "마약범죄 급증, 출소 전 맞춤형 교육 필요"
4. 소년범 과도하게 부각돼...재사회화에 힘써야
김 위원은 현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으로 있으며 2003년부터 약물중독 관련 분야에서 연구와 관련활동을 하고 있다.
◆ "중독범죄 특성상 교정·교화 중요하지만...단속·처벌 위주로 대응"
마약범죄의 재범률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8년 전체 마약범죄 발생건수는 4644건에서 2020년 6237건으로 25.5% 늘었다. 같은 기간 마약범죄자의 재범건수는 2269건에서 2678건으로 15.2% 증가했다.
한편 2020년 마약 재범자 중에서 3년 이내에 재검거된 건수는 2183명으로 전체 재범건수에서 81.5%를 차지했다.
김 위원은 자신이 연구를 시작하던 때부터 이미 마약범죄는 국내외에서 심각한 문제였어서 교정·교화 부분에서도 빠른 변화를 기대했었다. 일부 개선은 있었지만 김 위원은 기대만큼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경찰이나 검찰이 단속, 처벌 위주로 대응한 반면 마약범죄는 중독범죄의 특성을 갖고 있어 교정·교화가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서 개선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마약범죄는 다른 범죄와 달리 질병으로 보는게 공식화됐고 중독의 문제"라면서 "그렇기에 치료가 필요한데 치료나 교정·교화와 관련해서는 좋아지고는 있지만 외국에서 심각하게 인지하는 것 만큼의 진보는 없다"고 말했다.
마약범죄 재범률이 높은 것은 마약범죄 자체가 중독의 특성을 갖고 있으며 심리적인 요인 뿐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는게 김 위원의 설명이다.
김 위원은 "재소자들은 사회로 나가게 되면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자연스럽게 마약에 손을 댈 수 밖에 없다"면서 "여기에는 심리적 요인도 있지만 재소자가 교도소 들어오기 전에 있던 생활환경도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 110명 직원이 전국 교도소 범죄자 교정·교화 담당...프로그램 평가 미비
김 위원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교정·교화 시스템에서 우선적인 문제는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데 있다고 본다.
2022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에 있는 교도소, 구치소 중에서 심리치료센터는 7곳, 심리치료과는 5곳에 설치돼 있다. 상담과 재소자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은 총 110여명이다.
그런데 이들은 마약범죄자들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재범의 위험이 높은 성범죄나 중독범죄, 학대범죄자들도 맡는다. 그러다보니 마약범죄 사범에 대해 집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교도소와 구치소 등은 외부에 위탁을 줘서 외부 인사들이 교육을 맡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기관이 마약퇴치운동본부이다.
김 위원은 교정·교화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실제 재소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파악할 수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김 위원은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서 누구도 검증하지 않고 어떤 것이 시행되고 있는지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프로그램이 실제 교도소에 계신 분들에게 정말 도움이 됐는지 검증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
◆ 출소 전 중간단계 강화 및 재소자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 갖춰야
김 위원은 싱가포르의 사례를 들면서 마약범죄자들이 교도소와 출소의 2단계가 아닌 출소를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단계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싱가포르는 교도소 안과 밖을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대표적으로 커뮤니티 베이스인데 재소자가 지역사회로 나가서 강제치료 등을 받으면서 형량을 채울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김낭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마약범죄자에 대한 교정·교화시스템의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2022.10.19 krawjp@newspim.com |
이를 통해 재소자들은 출소를 원활하게 준비할 수 있고 교도소라는 통제된 환경이 아닌 사회에서도 마약에 대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 재범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김 위원은 "재소자들을 만나보면 '이제 마약 생각 안난다'고 하며 자신들이 회복됐다고 생각하는데 교도소는 통제된 공간이어서 그런 것"이라며 "흔히 '출소뽕'이라고 하는데 출소자에게 마약을 들이밀면 그의 의지, 통제와 관계없이 몸이 반응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범죄자가 밖에 나가서도 누군가 계속 감독을 하면서 마약에 손을 대는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중간단계가 있다면 더 효율적으로 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중간 단계를 놓는 방법에는 재소자가 가석방 등을 통해 사회 내에서 재활을 하는 방법과 외부 치료진이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김 위원은 교도소 재소자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 설계가 이뤄지지 못한 점도 아쉽다면서 더 많은 교육 프로그램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마약 심리 치료프로그램은 기본, 집중, 심화 3단계로 이뤄져서 진행되고 있다. 마약범죄 수준과 중독 위험 재발 가능성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마약, 향정(필로폰), 대마로 나뉘는 마약류는 종류 자체에 따른 특성도 다르고 연령대마다 주로 손을 대는 마약류도 다르다. 마약은 노인층이 향정은 40~50대, 대마는 20~30대가 하는 편이다. 연령도 복용한 마약도 다른 재소자들이 하나의 교육프로그램을 듣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다양한 교정·교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이 나와야 하고 프로그램 역시 다양화돼 재소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와야 한다는 게 좋지 않겠냐는게 김 위원의 의견이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