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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쇼크] ⑤日 YCC '마침표' 지구촌 채권시장 태풍의 눈

기사입력 : 2022년10월24일 07:01

최종수정 : 2022년10월24일 07:42

마지막 비둘기파 설자리 잃어
엔화 폭락에 '백기' 전망
저금리 유지 비용 감당 안돼
YCC 종료 시 전세계 후폭풍

이 기사는 10월 21일 오후 2시16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월가의 시선이 온통 일본에 집중됐다.

일본은행(BOJ)이 장기 국채 수익률을 0%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한 YCC(Yield Curve Control, 수익률곡선통제) 정책을 종료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과격한 금리인상에 폭락하는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외환보유액을 큰 폭으로 소진한 정책자들이 막다른 곳에 내몰렸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가뜩이나 영국의 '미니 감세' 쇼크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한 차례 홍역을 치른 가운데 BOJ가 실제로 YCC를 종료할 경우 유럽과 호주 채권시장부터 미국 모기지 증권까지 패닉에 빠질 수 있어 월가는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채권 쇼크] 글싣는 순서

1. 영국 '금리 쇼크' 일단락됐나...남은 불씨와 교훈은
2. 영국 파운드화 급락 이유와 향후 전망...투자 기회는
3. '영국은 예고편' 지구촌 금융시스템 살얼음판
4. 위기가 기회, 2023년 채권시장 '황소장' 온다
5. 日 YCC '마침표' 지구촌 채권시장 태풍의 눈

◆ 일본 YCC 골자와 시행 배경은 = 일본은행(BOJ)이 전례 없는 YCC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은 지난 2016년 9월이다.

대규모 자산 매입을 근간으로 한 통화완화 정책을 수정한 것으로,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0% 수준에서 유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1990년대 초 일본 경제의 버블이 무너진 이후 갖은 방법을 동원해 디플레이션 압박에 맞섰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2001년 일본은행(BOJ)이 양적완화(QE)를 도입해 국채를 포함한 자산을 매입, 유동성을 대량 방출했고 이에 따라 보유 자산 규모가 6년 사이 110조엔에서 150조엔으로 불어났다. 이는 2006년 일본 GDP의 30%에 달하는 물량이었다.

2016년 YCC 도입 이후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자료=블룸버그]

당시 정책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핵심 물가 지수는 연율 기준 0.6% 하락했고, 일본은행(BOJ)이 선호했던 음식료만 제외한 물가지표 역시 0.1% 오르는 데 그쳤다.

기대했던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2013년 중앙은행은 소위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본 국채를 중심으로 대규모 자산을 매입해 연간 60조~70조엔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하는 동시에 보유 자산의 만기를 늘려 장기 금리를 억제하는 한편 일드커브의 플래트닝을 유동한다는 복안이었다.

스왑 트레이더들의 YCC 종료 베팅 [자료=블룸버그]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인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인해 불과 1년 사이 자산 매입 규모가 80조엔을 넘어섰고, 일본은행(BOJ)의 국채 보유 규모는 2013년 4월 140조엔에서 2016년 8월 380조엔으로 급증했다.

처음 몇 년간 '충격과 공포' 정책은 효과를 내는 듯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정책 시행 전 0.75%에서 2015년 말 0.25%로 하락했고, 실업률도 점진적인 내림세를 나타냈다.

일본 경제는 잠재 성장률만큼 팽창하는 것으로 보였고, 핵심 물가가 마이너스 0.6%에서 2015년 말 1.2%까지 뛰었다.

하지만 호시절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2016년 중반 핵심 물가가 0.5%로 후퇴했고,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 지수 역시 아래로 꺾였다.

같은 해 9월 정책자들은 YCC라는 카드로 또 한 차례 실험적인 행보를 취했다. 장기 금리를 직접 통제하는 YCC 방안에 시장 전문가들은 영속될 수 없는 정책이라며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지만 정책자들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일본 경제의 현주소와 살아나지 않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이를 강행했다.

YCC 도입 이후 4년 사이 일본은행(BOJ)의 대차대조표는 100조엔 가까이 급증했고, 최근 12개월 사이에도 20조엔 늘어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YCC가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정책자들의 의도대로 10년물 국채 수익률과 변동성이 바닥권에서 유지됐지만 핵심 물가는 최근 수 개월간 0.5% 내외에서 등락했다.

◆ 채권 자경단 벌써 YCC 폐지 겨냥한 베팅 = 투자자들 사이에 YCC 폐지 전망이 고개를 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지구촌 거시경제의 판도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연준이 과격한 금리인상에 돌입하자 일본과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졌고, 엔화가 폭락했다.

2022년 초 115엔 선에서 움직였던 달러/엔 환율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수직 상승, 10월21일 장중 150엔 선에서 거래됐다.

일본 당국이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32년래 최저치로 속락했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엔화가 아시아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당시 수준을 하회한 것은 물론이고 일본의 버블 경제가 무너졌던 당시보다 저평가된 셈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9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엔화 방어를 위해 소진한 외환보유액은 2조8000억엔(약200억달러)에 달했다.

달러/엔 환율 추이 [자료=블룸버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3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일본 당국은 엔화가 추가 하락할 경우 재차 개입에 나설 뜻을 밝힌 상황.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투자 보고서를 내고 엔화 환율 안정을 위해 앞으로 10여 차례의 환시 개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JP모간은 보고서에서 개입으로 엔화 하락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엔화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인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다.

일본은행(BOJ)의 채권 매입 추이 [자료=블룸버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YCC 정책을 폐지하거나 수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트레이더들은 이미 정책자들이 백기를 드는 시나리오에 베팅하고 나섰다.

소위 미니 예산 발표에 영국 국채를 대량 매도, 수익률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린 세력으로 지목된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 일본에서도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최근 일본 금융시장 지표는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제공한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0월20일 장중 0.261%까지 오르며 정책자들이 설정한 상한선인 0.25%를 웃돌았고, 같은 만기의 회사채 평균 쿠폰 금리 역시 동반 상승중이다.

뿐만 아니라 초단기 금리스왑을 의미하는 OIS(overnight indexed swaps)는 구로다 총재의 임기가 만료되는 2023년 4월 YCC가 폐지될 가능성을 점치는 모양새다.

투기 세력을 중심으로 트레이더들은 일본은행(BOJ)이 엔화 추가 하락에 버티지 못하고 결국 장기물 국채 수익률 상승을 용인하는 시나리오를 겨냥, 이에 따른 후폭풍에 대비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10년 만기 엔화 스왑 금리가 최근 0.6%를 향해 오르는 것은 이 같은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스탠다드 차타드의 메이양크 미시라 글로벌 외환 및 매크로 전략가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갖고 "엔화 폭락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일본은행(BOJ)이 YCC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주 소재 알리안츠번스타인의 브래드 깁슨 아시아 태평양 지역 채권 헤드 역시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일본이 영국과 같은 위기 상황을 맞을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국채 시장 움직임은 일본은행(BOJ)이 예상보다 빨리 YCC를 종료 또는 수정해야 하는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며 "2023년 4월 구로다 총재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최근 급증한 것도 YCC 정책의 종료나 수정 가능성을 열어 둔 움직임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10월 첫 주 일본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5570억엔으로 급증했다. 신용 애널리스트는 통화정책 변화를 예측하고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했다.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회사채 프리미엄은 연일 오름세다. 업계에 따르면 10년 만기 회사채 쿠폰 금리가 4월 초 0.57%에서 10월 초 0.92%로 뛰었다.

5년 만기 회사채의 쿠폰 금리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장기물 채권의 잠재 리스크에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강한 경계감을 드러낸 셈이다.

아사히 라이프 애셋 매니지먼트의 스지노 마사유키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YCC가 종료되면 장기물 금리가 큰 폭으로 뛸 것이라는 계산"이라며 "주요국 전반의 금리가 오르고 있어 구로다 총재의 임기가 끝나면 기존의 정책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 월가는 왜 BOJ 행보에 긴장하나 = 투자은행(IB) 업계는 일본은행(BOJ)의 YCC 종료가 몰고 올 잠재 리스크를 파악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마지막 남은 제로금리 정책이 해제될 때 일본 국채 수익률과 엔화 환율이 크게 들썩이는 것은 물론이고 지구촌 금융시장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일본 투자자들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채권시장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월가는 강조한다. 아울러 주식시장의 충격도 작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다.

UBS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일본의 YCC 폐지가 현실화될 때 호주와 프랑스, 미국 국채시장이 커다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행(BOJ)이 기존의 통화정책을 일정 부분 수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면 폐지를 결정할 경우 미국과 유럽 주식시장이 두 자릿수의 하락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다.

일본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보유 물량 추이 [자료=미국 재무부/블룸버그]

JP모간 역시 보고서에서 "일본은행(BOJ)의 금리 통제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정책 변화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시기와 관련, JP모간은 일본의 통화 정책 기조 변화가 시장의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행(BOJ)이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과 상반되는 통화 정책으로 국채시장의 기능을 유지하는 동시에 엔화의 급락을 막아야 하는 두 가지 실현 불가능한 과제를 떠안았고, 기존의 정책 노선을 고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각종 데이터를 살피는 월가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아울러 YCC는 정책자들이 제시한 인플레이션 전망과도 상충하며, 따라서 2016년부터 유지된 통하 정책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JP모간은 주장했다.

스탠다드 차타드도 "주요국 전반에 걸친 고물가의 장기화에 마지막 비둘기파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전했다.

IB 업계가 일본의 통화정책 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YCC가 장기간에 걸쳐 전세계 초저금리 기조의 근간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이 통화완화 정책으로 주요국 금리를 억누른 측면이 크지만 이보다 일본은행(BOJ)의 영향력이 우세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YCC가 보다 유연한 형태로 변경, 일본의 장기 금리 상승이 용인될 경우 그 파장이 전세계 자산시장에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으로 월가는 내다보고 있다.

가장 먼저, 엔화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 세력들이 앞다퉈 포지션을 청산할 전망이다. UBS는 보고서에서 일본은행(BOJ)이 10년물 국채 수익률의 상한선을 높이면 최근 150엔 선을 '터치'했던 달러/엔 환율이 130엔 선으로 가파르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지만 정책자들이 YCC를 전면 종료하는 '서프라이즈'를 강행한다면 파장이 엔화 환율은 물론이고 미국 국채와 모기지 증권까지 강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UBS는 "일본 투자자들이 대량 보유한 미국 국채와 모기지 증권, 여기에 프랑스와 호주 국채까지 YCC 정책 변경에 따른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은 미국 국채의 최대 채권국이다. 보유 물량이 2021년 말 1조3250억달러에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1조2400억달러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큰 손'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 투자자들은 유럽과 신흥국 등 주요국 자산을 대량 보유중이다. 극심한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자 고수익률 기회는 찾아 투자 자금이 해외로 이탈했기 때문.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일본 투자자들이 보유한 해외 자산은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한 일본 자산보다 3조2900억달러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투자자들이 보유한 해외 자산 규모는 9조9600억달러에 달했고, 이 가운데 채권과 주식이 각각 5조7000억달러와 3조7000억달러로 파악됐다.

도이체방크의 앨런 러스킨 외환 전략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YCC의 종료는 전세계 자산시장에 강력한 충격을 상당 기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물 국채 수익률 상승에 엔화가 급반등하면 투자자들의 레버리지와 헤지, 파생상품 노출까지 다양한 통로로 파장이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단기적으로 달러/엔 환율이 5엔 이상 출렁일 여지가 높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에 무질서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igrace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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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이낙연, 대선 출마 시사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4일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어느 것이 이 시점에 국가에 더 보탬이 될까를 판단해서 늦기 전에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이날 뉴스핌TV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출마를 하건 누군가를 돕건, 아니면 그것도 하지 않건 몇 가지 선택지 중에서 잘 선택을 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 전 총리는 "국민적 정당성을 가진 국회와 대통령이 마주 달리는 기차처럼 충돌해서 파멸이 온 것"이라며 "이것을 빨리 극복하기 위한 개헌을 주장했지만 민주당에서 개헌을 못하겠다고 하면 공수가 뒤바뀐 내전 상태가 계속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행이 뻔히 보이는데도 이대로 가자는 건 불을 보고 덤벼드는 불나방 같은 어리석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전 총리는 "국민의힘은 결연함이나 절박함이 보이지 않고 웰빙을 위해 사는 사교 클럽 같고 민주당은 대중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자기들만의 성에 갇혀서 희한한 짓들을 하는 사교집단 같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대한민국은 침몰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께서 혁명적인 결심을 좀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이재명 민주당 경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법원의 결정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파기환송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일문일답]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안녕하십니까? 저는 뉴스핌의 이재창 정치 전문 기자입니다. 오늘은 특별 인터뷰로 준비했습니다. 이낙연 전 총리님 모시고 조기 대선 정국과 한국 정치의 병폐, 나아갈 방향 그리고 개헌 문제 등 다양한 정국 현안 문제에 대해 말씀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낙연 전 총리) 네 감사합니다. -(이 기자) 요즘 화제가 된 총리님 유튜브 영상으로 얘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 총리님이 개헌연대 국민회의에서 한 연설이 담긴 유튜브 영상이 오늘 제가 들어오기 전에 보니까 113만을 돌파했습니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요. 총리님도 놀라지 않으셨어요? -(이 전 총리) 놀랐어요. 바로 첫날 50만 명을 돌파하길래 이게 무슨 일인가 했죠, 굉장히 어리둥절했습니다.제가 처음 한 얘기도 아니고 평소에 계속 해 왔던 얘기인데 그것이 좀 정리돼서 알려지게 되니까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 같아요. 우리 국민들이 어떤 걱정, 어떤 목마름이 있길래 저같이 보잘것없는 연설에 이렇게 많이 관심을 보여주셨는지 감사하고 또 책임도 많이 느낍니다. -(이 기자) 그날 연설에서 정치 개혁과 사회 통합 그리고 위기 극복 방안 등 상식적인 말씀을 하신 거였는데 그 연설에 왜 그렇게 대중이 좀 열광했다고 보시는지 궁금하네요. -(이 전 총리) 상식에 목말라 계셨던 것 아닌가 싶어요. 대중들이 다들 느끼고 계시거든요. 그런데 현실 정치에서는 자기 쪽은 잘한다고 하고 상대방만 욕하고 있잖아요. 국민들은 양쪽 다 큰일 났다고 생각하는데 정치에서는 그렇지 않거든요. 뭐랄까요? 갭이랄까 괴리가 있어 제가 말씀드린 것이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데 기여한 것 같아요. -(이 기자) 위기 극복과 정치 개혁, 사회 통합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라면 힘을 합하겠다, 협력할 수 있다 고 개헌 연대나 제3지대 연대를 시사했는데 어떤 특별한 구상을 가지고 계신지요? -(이 전 총리) 그날 얘기를 했었지요. 위기 극복, 정치 개혁, 사회통합 이 세 가지의 과제를 말씀드리면서 각 과제마다 두 가지씩의 구체적인 과제 를 말씀드렸어요. 위기 극복에서는 첫째는 대미 관세 협상을 포함한 주변 4강국과의 관계 안정화 그리고 또 하나가 사법부의 신뢰 회복, 두 번째 정치 개혁은 개헌과 양당의 현재 행태에 대한 비판 그걸 고쳐야 한다. 세 번째 사회통합에서는 통합형 지도자가 필요하고 통합형 정치가 필요하다, 두 가지씩 주었는데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얘기가 진행되길 바랍니다. 그냥 누구니까 도와달라 누구 미우니까 도와달라, 그런 식의 이합집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 기자) 이재명 민주당 경선 후보도 강하게 비판하셨죠. "방탄 외에 3년간 한 일이 뭐냐"고 강하게 비판하셨는데요. -(이 전 총리) 방탄 말고 딴 것도 했겠죠. 그런데 방탄을 위해서 워낙 기상천외한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하다 보니까 그것만이 국민들 기억에 남게 되는 거잖아요. 한 세 가지를 말씀드리면 하나는 입법 폭주가 있어요. 허위사실 공표죄가 문제가 되니까 그건 뭐 선거법에서 빼버리자라든가 또는 배임죄를 없앤다거나 제3자 뇌물죄가 어떻다든가 이런 식의 과잉 입법 그리고 예산 삭감도 액수 자체는 4조밖에 안 되지만 하필이면 대통령실 검찰 경찰 감사원의 특활비 특공비 이것만 전액 삭감했어요, 굉장히 기분 나쁘게 하는 거잖아요. 일부러 의도했던 것처럼 그렇게 비친단 말이에요. 게다가 뭐니 뭐니 해도 30번에 육박하는 탄핵 시도, 이건 완전히 정부를 마비시키는 결과까지 가져올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것이 워낙 강렬하게 인상에 남고 또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다 보니까 다른 것이 덮인 거지요. 그래서 탄핵 말고 국민을 위해서 한 일이 뭔지 스스로 설명해 봐라 하는 질문을 했었죠. -(이 기자) 대법원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자마자 회의를 계속 연이어서 열고 있어요. 일각에서는 재판에 속도를 내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요. 대법원 확정 판결이 선거전에 나올까요? 그리고 그게 대선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전 총리) 제가 선거법 재판 2심에서 무죄가 나온 뒤에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게 좋겠다 그렇게 글을 쓴 적이 있어요. SNS에 발표했는데 그대로 됐습니다. 그래서 일부 네티즌들은 제 예언이 적중했다고 그러는데 점쟁이는 아니고요. 민주당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께서 왜 정치에 관여하려고 하느냐 이런 식으로 경계망을 치고 있죠. 제가 보기에는 이런 것 아닌가 싶어요.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이 무너졌거든요. 그것을 회복해 놓고 떠나야겠다는 대법원장님 나름의 절박한 마음이 있었지 않나 싶어요. 정치에 또는 선거에 영향을 안 주는 것도 미덕일지 모르지만 그런 자세 때문에 사법부 불신이 이렇게 생긴 것 아니에요.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님 전임 대법원장 시절입니다마는 대법관 매수 의혹이 번졌는데 아무 조사도 없이 그냥 흐지부지 넘어갔단 말이에요. 이런 것들이 쌓여서 법원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특히 가까이서 보면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의 진퇴 파면 여부를 상당히 신속하게 절차적인 시비를 받아가면서까지 8 대 0 전원일치 파면이라고 결정해서 굉장히 국민들의 수긍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헌재에 비하면 대법원은 많이 점수를 까먹었어요. 그동안에는 정치적 사건만 놓고 보면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 법원은 이재명 대표 심판 이런 일을 맡았다. 그러면 법원 쪽은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고 질척거리는 그리고 간간히 나오는 판결이 이상하다 이런 것들을 냈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마도 대법원장님 입장에서는 떨어진 사법부의 위상을 회복해 놓고 떠나야겠다 이런 생각을 가졌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제가 법원의 일을 함부로 예측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니지만 파기환송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기자) 만약에 파기환송이 나온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요? -(이 전 총리) 여론에는 영향을 주겠죠. 그러나 출마 자격을 당장 빼앗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법원으로서는 그 선으로 가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이제 고민이 있습니다. 파기환송이면 다시 고등법원 갔다가 다시 대법원까지 올라오잖아요. 그러면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이라고 그럴 거란 말이에요. 이 무죄 추정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무죄 추정 말하는 거 좀 염치없는 짓 아닌가요? 과거에는 기소만 돼도 출마를 못 한다거나 1심 유죄 판결 받으면 출마를 못 한다거나 이랬었어요. 그것이 그 당시에 무죄 추정을 몰라서 그랬겠습니까? '일반 국민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갖겠습니다' 이런 다짐 아니었겠어요? 그런데 그냥 재판을 마냥 미루면서 무죄 추정을 가지고 영업을 한단 말이에요. 그건 정말 염치없는 짓이라 생각해요. 원래 무죄 추정이라는 것은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데 권력자들이 무죄 추정을 가지고 그 방탄을 삼으려고 그러는 건 거듭 말씀드리지만 몰염치한 짓이다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이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실용주의를 강조했습니다. 자기는 대통령이 되면 이념에서 탈피하겠다 이런 말씀도 하셨고요.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장관도 기용하겠다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이 전 총리) 그분의 말씀은 잘게 떼에서 보면 다 그럴싸한데 모아서 보면 앞뒤가 안 맞아요. 예를 들면 친일파도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는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헌법재판관들 누구 누구 을사오적 되지 마라 또 조금 마음에 안 들면 이완용이다 이렇게 몰아가고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또 친일파 문제 삼지 않겠다 그러면 어느 쪽 말을 믿어야 되는 것이냐 그런 의문이 생기는 것이고요. 그리고 또 하나 민주당 내에 극좌 세력을 공천으로 다 정리했다 이런 비슷한 말을 했다는 건데 그건 또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그 비명횡사한 사람들이 더 합리적이고 중도적일 겁니다. 그런데 그걸 이렇게 뒤집어버리잖아요. 안타깝죠. 세금은 깎아주겠다고 하면서 돈은 많이 풀겠다고 말한다든가 이게 앞뒤가 안 맞는 얘기거든요. -(이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소됐어요. -(이 전 총리) 안타깝지요. 저는 결백하시리라 믿지만 꽤 오래된 일이 이제 하나씩 진행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마는 현행 헌법 생긴 뒤로 8명의 대통령이 있었거든요. 8명 중에 4명이 감옥 갔고요. 2명은 아들이 감옥 갔고요. 한 분은 퇴임 후에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고 그런 불행한 일을 겪지 않은 단 한 분의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는데 그분마저 이렇게 되는 게 굉장히 안타깝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기자) 지난 3년간 정치가 극단적인 대결로 치달았습니다.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앞세워 법안과 탄핵 등을 막 밀어붙였죠. 여권은 대통령 거부권으로 맞서는 악순환이 계속됐어요. 이런 대결 정치가 결국은 대통령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 전 총리) 그렇죠. 쉬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했죠. 거대 야당이 그 방법은 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과잉 입법 또 무리한 예산 삭감 또 줄탄핵 이런 것 등등으로 쉬지 않고 압박을 했는데 그런다고 해서 계엄으로 대처한 것은 그분의 미숙함이고 어리석음이지요. 대통령도 뭔가 망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오판을 한 걸로 보이는데요. 하여튼 그 결과를 놓고 보면 이런 사태 불행한 사태가 왔어요. 간단히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국민적 정당성을 가진 두 권력기관이 충돌한 거지요. 국회도 국민이 투표로 뽑은 거고 대통령도 국민이 투표로 뽑은 건데 둘이서 마주 달리는 기차처럼 충돌해가지고 이런 파멸이 온 거지요. 이것을 빨리 극복하기 위해서 저는 개헌을 주장했습니다마는 민주당에서 개헌을 못하겠다 그러면 이런 상태를 계속 끌고 가자는 얘기예요.잘못하면 공수만 바뀐 내전 상태가 계속될 수도 있다 그런 얘기 아니겠어요? 그런 불행이 뻔히 보이는데도 이대로 가자는 건 불을 보고 덤벼드는 불나방 같은 어리석은 처사지요. 그래서 이 기회에 말씀드리면 그런 불행을 끊기 위해서라도 개헌과 새로운 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기자) 지금 대선전이 한창입니다. 민주당은 이재명 경선 후보가 거의 90% 안팎의 득표율로 사실상 후보 확정 수순으로 들어가는 거 아닌가 이런 느낌이고요. 국민의힘은 이제 4강이 결정된 상황인데 당내 일각에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출마해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모두 비정상적으로 보입니다. -(이 전 총리) 양당이 모두 굉장히 병적인 거예요. 좀 과장되게 비판을 하겠습니다. 양쪽 다 사교하고 관계돼요. 국민의힘은 사교 클럽 같아요. 민주당은 사교 집단 같아요. 사교의 한문이 틀릴 겁니다. 예컨대 국민의힘은 뭐 결연함이나 절박함이 보이질 않아요. 그냥 정치 자영업자들 그때그때 생계나 웰빙을 위해서 보따리 싸가지고 왔다가 때 되면 돌아가는 그런 식이예요. 민주당은 일반 대중의 생각이나 감각과는 동떨어진 자기들만의 성에 갇혀서 희한한 짓들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 것이 계속되면 불행은 계속될 것이고 대한민국은 침몰할 거예요. 이번에 대선을 기해서 우리 국민들께서 혁명적인 결심을 좀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분들은 그걸 중도 혁명이라고 표현하던데요. 이름이 뭐든 간에 극단을 배제하고자 하는 혁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기자) 이번 대선에서 역할을 하실 생각이 있습니까? -(이 전 총리) 뭔가 국가에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야 그냥 놀아도 좋은 나이가 됐다고 생각합니다마는 국가의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서 이런 위기를 보고도 외면하고 혼자 안일함을 추구하면 그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뭔가 국가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기자) 국가적 위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이제 파탄 난 정치가 아닐까 싶은데요. 근본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이 전 총리) 올해 들어서 국제적인 평가가 이렇게 나왔어요. 미국의 포브스가 세계 각국의 국력 평가를 했는데 대한민국이 6등으로 나왔거든요. 1등 미국, 2등 중국 3등 러시아 4등 독일 5등 영국 6등 대한민국 7등 프랑스 8등 일본 9등 아랍에미리트 연방 연합 10등 이스라엘 이렇게 나왔을 거예요. 그건 해방 이후 80년 동안 온 국민들이 피땀 흘려서 이룩한 아주 금자탑 같은 성취죠. 그런데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산하 기관인 EIU가 해마다 각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평가하는데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우리가 완전한 민주주의 라고 평가받았는데 이번에는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평가받았어요. 그 당시에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는 아시아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준을 1등으로 뽑았는데 지금은 일본이나 대만한테도 밀리는 걸로 나옵니다. 또 하나가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산하에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각국의 민주주의를 평가했는데 대한민국은 독재가 진행되는 나라로 분류해 놨어요. 이걸 다 합치면 국력은 세계 6위인데 민주주의도 떨어지고 독재가 진행된다. 이 얘기는 지난 80년 동안 국민들이 피땀 흘려서 이룩한 이 성취를 정치가 허물어뜨리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작년 가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신 3명 중에 한 분의 책에도 한국 얘기가 많이 나와요. 그분이 이랬어요.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양대 정당이다. 도무지 타협할 줄 모르고 극단으로 가는데 왜 그러냐하면 양당 모두  강경파와 온건파가 있기 마련인데 둘이 섞어놓으면 강경파가 이겨요. 양쪽 다 강경파가 이기다 보니까 강대강의 충돌만 생기잖아요. 그래서 이걸 정치인들의 각성으로 개선한다는 건 백일몽 같은 얘기일 거고요. 다당제로 가야 됩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든 마음대로 못하고 제3세력, 제4 세력의 동의를 얻어야만 정치가 이루어지게끔 하면 극단 대결의 정치는 끝날 수 있을 거예요. 삼김 시대, 그게 13대 국회일 겁니다. 4당 체제였는데 그때가 안건 합의 처리 비율이 가장 높았어요. 김재순 국회의장이 '이것은 황금 황금분할이다' 이렇게 표현할 정도였거든요. 안철수 씨 국민의당에 있었을 때 3당 체제, 그때도 합의 처리 비율이 높았어요. 그런데 이제 양당 체제가 되고 어느 한쪽이 지나칠 만큼 거대한 의석을 갖게 되면 힘을 주체를 못하고 힘을 써요. 그러다 보니까 날치기가 나오고 무리한 법이 나오고 그래서 정부는 또 거부권으로 대응하고 거부권이 30번이 넘었을 겁니다. 이게 말이 안 되죠. -(이 기자) 한때 안철수 의원이 주도한 국민의당이라는 게 있었잖아요. 의석 40여 석 가까이 좀 얻은 적이 있죠. 호남에서 돌풍도 일으켰고요. 안건 처리 비율도 높았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왜 이렇게 양당에 집착을 했을까요? -(이 전 총리) ox 문제에 지나칠 만큼 익숙해진 거죠. 아군과 적군으로 구분하고 마구 증오하고 적대하는 그런 문화가 생기면 그 어느 쪽엔가 속해서 가는 것이 편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좀 중재하려는 사람들을 무슨 회색분자다 사쿠라다 이렇게 모멸을 해버리지 않습니까? 그러면 대한민국 정치는 영원히 타협도 없고 그냥 강대강의 대결만 생긴다는 얘기인데 그 점에서는 우리 언론이나 우리 국민들도 조금 생각을 바꾸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자) 요즘 정치가 3김 시대보다도 훨씬 못한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 전 총리) 그렇습니다. 3김 시대는 정치가 참 좋았었죠. 그때는 좋았는데 왜 지금은 나쁜가, 역시 리더십이죠. 지도자가 어떤 분이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덕을 많이 봤죠. 그쪽에서 많이 죽을 쓰니까 이쪽의 잘못이 덮여지는 그래서 적대적 공생 관계라는 말도 있었는데 그런데  덕이 아니라 부담도 생겼을 거예요. 윤석열 정권을 겪고 나서 많은 국민들은 지도자가 어떤 사람이냐는 게 굉장히 중요하구나 이걸 깨닫게 되신 것 아닌가 싶어요. 제가 최근에 그런 말을 하는데요. 어떤 친구가 저한테 해준 소리예요. 대한민국이 제대로 되려면 보수는 보수해야 되고, 진보는 진보해야 된다, 그 말을 하더라고요. 무슨 얘기냐면 보수라는 게 지키는 건데 과거에 좋았던 것도 지키지 못하고 모두 파괴해서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오히려 나쁜 것만 더 득세하고 있다. 그래서 보수는 전통적으로 지켜왔던 가치 이런 걸 지켜라, 그게 보수고 진보는 그들이 먼저 진보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퇴보하고 있지 않냐, 당신들부터 진보해 봐라 그 얘기입니다. 그럴싸한 말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이 기자) 제가 언젠가 보수쪽 4선 5선 중진 의원들께 보수의 가치가 뭡니까? 답을 못해요. 보수의 가치를 모르는 분들이 보수 세력의 중심에 있으니 보수의 가치가 지켜질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전 총리) 그렇죠. 보수는 품격 신뢰 이런 것이겠죠. 미국에서 재미있는 조사가 한 번 있었어요. 길을 걸어가는데 어떤 어려운 사람이 도움을 청한다. 그 사람을 보수가 더 잘 도울까? 진보가 더 잘 도울까, 이런 조사를 했는데 보수가 더 잘 도운다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어요. 저는 뜻밖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조사 결과에 대한 해설을 보면 진보는 이렇게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이지 왜 내가 하냐라고 생각하고 보수는 이건 개인의 문제다. 내가 돕겠다 이렇게 한다는 거예요. 뭐든지 좋습니다. 좋았던 것은 지키고 퇴행적인 것은 시정하고 이래야 발전이 있을 텐데 그냥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되고 특히 선거에 뭐가 더 이익이냐 이것만 생각하다 보면 한없이 상대 측을 적대하고 증오하고 모멸하고 이런 유혹을 떨칠 수가 없을 거예요. 그거 안 되려면 뭔가 좀 온건하고 합리적인 세력들이 있어야 되는데 그걸 죽이고 있지 않습니까?네 -(이 기자) 보수의 가치는 자유고 진보의 가치가 평등이죠. 그래서 보수는 자유시장 경제, 선택적 복지, 능력에 따른 기회 평등 등을 추구하고 진보는 평등이다 보니까 경제 민주화, 보편적 복지, 평준화 교육을 추진하잖아요. 그런데 보수는 그런 자유의 가치를 좀 많이 망각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고요. 정치가 올바로 굴러가려면 양날개가 온전해야지 나를 수 있는 건데 한쪽 날개가 망가지면 다른 쪽 날개도 망가져 파탄 나는 거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 정치가 그런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전 총리) 맞아요. 자유 말씀을 하셨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유를 무지하게 여러 번 외쳤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니까 공허하게 끝나버린 거죠. 공연이 이념 전쟁만 불러일으키다가 끝나버린 것 아닙니까? 그래서 보수건 진보건 대단히 죄송한 얘기지만 공부 좀 해야 돼요. -(이 기자) 총리님은 요즘 술 드세요?  -(이 전 총리) 전혀 한 방울도 안 한 지가 한 9개월 정도 됐습니다. 건강상의 이유인데요. 제가 술 안 마시니까 국가 경제가 더 나빠진 것 같아요. 제가 2년 7개월 13일 국무총리 하면서 끝날 때쯤 막걸리협회 감사표를 받았잖아요. 밖에 나가서 자기 돈 내고 먹는 것은 통계로 안 잡히는데 총리 공관에서 예산으로 막걸리를 사오는 것은 통계에 다 잡히거든요. 통계에 잡힌 것만 보니까 막걸리를 2년 7개월 동안 99종류 6971병을 마셨더라고요. 행사용이지요. 그래서 그 업계에서는 굉장히 초기부터 유명해졌어요. -(이 기자) 제가 왜 이 질문을 드렸냐면, 요즘 여야 국회의원들이 밥도 같이 안 먹는답니다. 술은 고사하고 밥도 같이 안 먹으니 정치가 풀리겠습니까? 일각에서는 같은 당에 있어도 계파가 다르면 밥도 안 먹는대요. 정치가 망가진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전 총리) 그렇습니다. 제가 초선 재선할 무렵만 해도 국회 국정감사가 특히 야간에 많은데요. 그게 끝나면 밤 10시든 11시든 한잔씩 하고 헤어지거든요. 그냥 삼삼오오 이렇게 어울리는데 당과 관계없이 제일 선배가 술값 내주고요. 그리고 이 의원 오늘 좋았어 뭐 이렇게 칭찬해주면 좋잖아요. 그런 일들이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된 거 참 안타깝지요. 제가 총리할 때 야당 지금 국민의힘이죠. 야당이나 여당이나 원내대표의 임기가 1년이라서 원내대표가 바뀌면 그 원내 부대표들도 바뀌어 가지고 10여 명씩의 단체가 생기잖아요. 민주당은 제가 초청하면 다 오셨는데 국민의힘은 2년 7개월 동안 원내대표가 세 분 나왔어요. 김성태 원내대표만 저의 초청에 응해주고 나머지 두 분 얘기할까요? 나경원 정우택 원내대표는 거절해 버리더라고요. -(이 기자) 그게 그렇게 힘든 걸까요? 이런 퇴행적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사실 정치 개혁이라는 게 너무 공허한 얘기가 될 것 같아요. 밥도 못 먹는데 무슨 쟁점 현안에 대해서 절충하고 타협이 되겠어요? -(이 전 총리) 지금 양당제인데요. 저는 4당 체제쯤 됐으면 좋겠어요. 보수도 온건파 정당이 생기고 진보도 합리적인 정당이 생기고 그래가지고 완충지대가 있으면 좀 나아질 것 같다 생각하고요. 총리가 저녁 먹자는데도 안 오는가 그런 것을 죄악시하는 문화가 있어요. 자기들끼리만 어디 우물에 갇힌 것처럼 자꾸 생각을 그쪽으로 몰아가고 자기들끼리 또 확인하고 그러니까 점점 더 괴상해지는 거죠. (하)편에서 계속   leejc@newspim.com 2025-04-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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