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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쇼크] ①영국 '금리 쇼크' 일단락됐나...남은 불씨와 교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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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매세 발단은 감세안, 방아쇠는 연기금 'LDI'
LDI 손실 최다 240조원, 레버리지 7배짜리도
감세안 결국엔 백지화...신뢰성 재차 실추
"영국 국채시장 투자자 복귀에 시간 소요"

이 기사는 10월 18일 오후 4시02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영국 국채시장에서 대규모 감세안이 야기한 금리 급등의 '쇼크'를 둘러싸고 경계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결국 금리 급등이 급매도를 부르고 매도가 금리 상승을 일으키는 악순환은 통화당국의 개입과 정부의 감세안 백지화에 따라 일단락된 듯 보이나 투매 위험의 불씨는 여전하다.

[채권 쇼크] 글싣는 순서

1. 영국 '금리 쇼크' 일단락됐나...남은 불씨와 교훈은
2. 영국 파운드화 급락 이유와 향후 전망...투자 기회는
3. '영국은 예고편' 지구촌 금융시스템 살얼음판
4. 위기가 기회, 2023년 채권시장 '황소장' 온다
5. 日 YCC '마침표' 지구촌 채권시장 태풍의 눈

예기치 못한 금리 급등이 국가 경제의 요체로 불리는 연기금을 순식간에 위기로 몰아넣은 이번 사태는 과거 10년 동안의 저금리에 익숙했던 금융시장이 현재 같은 금리 상승 국면에 얼마나 취약해졌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영국에서 금리 쇼크가 일어난 배경과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은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쇼크' 서막은 재원 없는 감세

영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게 된 발단은 9월23일 리즈 트러스 정부가 내놓은 대규모 감세안이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와 가계·기업의 광열비 부담 보조, 법인세율 인상 동결, 국민보험료 인하 등의 내용이 담긴 이 계획은 규모가 우리 돈으로 73조원에 육박하는 450억파운드다. 세금 부담 완화를 통한 성장 촉진과 인플레이션 억제의 취지로 발표됐다.

문제가 된 것은 규모도 규모였지만 재원 마련책의 부재였다. 당시 트러스 정부는 재원에 대해 성장을 통한 세수 증대 효과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자금 마련책은 밝히지 않았다. 국채 발행의 증액 계획만 발표했다. 영국의 재정적자는 700억파운드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무려 절반이 넘는 빚을 추가로 늘려서 세금 깎아주겠다는 계획이었던 셈이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2022.10.18 bernard0202@newspim.com

국채시장이 좋아할리 없는 얘기다. 현재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비 10% 안팎을 기록 중이다. 이런 고물가 상황에서 세출 감소책이 없는 지출 증액은 인플레를 더 끌어올리고 이미 정책금리를 인상 중인 영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행보를 가속할 뿐이다. 투자자들이 바로 다음 거래일인 9월26일부터 영국 국채를 내던지기 시작한 배경이다.

국채 금리는 폭등하고 통화 파운드 가치는 폭락했다. 감세안 발표 전날 9월22일 3.5%에 머물렀던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9월28일 3거래일 만에 4.6%로 뛰었고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각각 모두 3%대 후반에서 같은 날 5%를 돌파했다. 미국 달러화로 표시한 파운드 가치는 1파운드당 1.13달러에서 1.036달러로 추락해 1972년 변동환율제 전환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까지가 금리 쇼크의 서막이다.

◆ '위기 씨앗' LDI 레버리지 7배도

중앙은행 영란은행은 9월28일 이례적인 발표를 내놓는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잔존만기 20년 이상 국채를 대상으로 10월14일까지 긴급 매입(1일당 상한액 50억파운드)하겠다고 했다. 9월22일 영란은행이 보유 국채를 매각하는 양적긴축(QT)을 10월 상순 실시한다고 밝힌 지 6일 만이다. 안정화 조처라지만 정책금리 인상으로 긴축을 진행하는 한편 국채 매입으로는 완화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QT 실시는 10월 말로 연기됐다.

영국 국채 5년물 금리 20년 추이(9월23일까지) [자료=데이비드 밀켄 로이터통신 기자 트위터 갈무리]

영란은행이 긴급 매입책을 발표한 것은 자국 연기금의 파산을 막기 위함이었다. 인플레와 재정 악화 우려로 장기 및 초장기금리가 급등하자 채권을 장기물 중심으로 투자하는 연기금의 운용자산 평가액이 낮아졌고 이들의 운용 계약에서 마진콜(추가 담보금 납입 요구)이 확산했다. 담보금 추가 납입을 위해 국채를 매각한 것이 금리 급등을 불러오고 이것이 또 다른 마진콜을 일으켜 투매세를 강요하는 악순환이 전개된 것이다.

투매세 악순환의 원인은 연기금이 구사하는 소위 'LDI(Liability-Driven Investment; 라이어빌리티 드리븐 인베스트먼트)' 전략에 있었다. LDI는 연금 지급액과 운용 수익이 일치하도록 설계된 전략을 일컫는다. 장기채나 초장기채에 투자하는 동시에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채 등을 담보로 금융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파생상품에는 변동금리를 내고 고정금리를 받는 금리스와프가 대표적이다. 금리 쇼크 악순환의 방아쇠가 됐다.

LDI는 영국에서 미래 연금의 수령액을 미리 약속하는 확정급여형 연금을 중심으로 2005년경부터 보급되기 시작해 2010년대에 확산했다. 블랙록, 슈로더, 리걸앤드제네럴 등 자산운용사가 판매처다. 영국에서는 종신형 연금이 주류인 까닭에 연금의 채무 규모가 자체가 크고, 또 종신연금은 장기간에 걸친 지급액의 원금이 현시점의 시가로 확보되는지 엄격한 평가를 받는다.

저금리 속에서의 운용난이 계속된 가운데 LDI는 이런 까다로운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으로 보급됐다. 영국투자협회에 따르면 LDI 운용 규모는 2011년 4000억파운드에서 2020년 1조5000억파운드로 10년도 안 돼 약 4배가 됐다. 아울러 연금 중에서는 레버리지가 원금의 7배(통상 2~4배)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저금리 국면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던 레버리지가 위기를 불러온 씨앗이 된 셈이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2022.10.18 bernard0202@newspim.com

LDI 전략에서 사용되는 금리스와프는 변동금리를 내는 만큼 시장금리가 급등하면 관련 상품의 평가손은 커지고 국채 등 담보 가치는 떨어져 마진콜이 발생한다. 영국 연기금은 마진콜에 따라 현금을 추가 납부해야 했는데 납부액은 관련 계약의 평가액에 연동돼 증감한다. 거래 상대방 입장에서 담보금 요구는 계약 불이행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이다.

시장금리 급등에 따른 영국 연기금의 손실액은 추정에 따라 다르지만 한 조사에 의하면 최다 1500억파운드, 우리 돈 약 240조원으로 추산된다. 10월13일 JP모간은 8월 상순부터 현재까지 관련 손실액을 총 1250억~1500억파운드로 추정했다. 연기금은 손실액에 의한 추가 담보금을 지급하려고 국채, 회사채, 해외 주식 등을 매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 "금리 상승폭 상정 범위 밖"

영란은행은 투매세가 국채와 통화뿐 아니라 회사채나 주식 등 '영국 매도' 분위기로 확산하자 추가 개입에 나섰다. 10월10일 1일당 국채 매입 상한을 50억파운드에서 100파운드로 배증하는 한편 회사채를 담보로 투자자에게 현금을 빌려주는 정책(11월14일까지)도 도입했다. 이튿날인 10월11일 국채 매입책의 대상을 물가연동채(국채 매입책은 10월14일 종료)로도 확대했다. 연기금은 장기간의 물가 상승에 따른 자산 가치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물가연동국채를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투매세에 의한 금리 급등은 연기금 스트레스 테스트 담당자의 상정 수준을 넘어서는 속도였다고 한다. 라보뱅크에 따르면 연기금에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금리 쇼크의 시나리오는 1) 시장금리가 48시간 동안 50bp(1bp=0.01%포인트) 상승 또는 하락하거나 2) 3개월 동안 100bp 상승 또는 하락하는 경우다. 하지만 영국의 금리 상승폭은 이를 훨씬 뛰어넘었는데 그 예로 10월10일 10년물 금리의 '하루' 상승폭은 64bp였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2022.10.18 bernard0202@newspim.com

영란은행의 개입 확대에도 불구하고 금리 뜀박질은 멈추지 않았고 통화 가치는 계속 요동쳤다. 국채 매입이라는 게 한시적인 정책이고 불안의 원인인 감세안은 거의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10월3일 트러스 정권은 감세안 중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45→40%) 계획의 철회(1차 수정)를 발표했으나 전체 450억파운드 규모 중 20억파운드를 수정하는 효과에 불과해 투자자들의 불안이 누그러지지 않았다. 나머지 430억파운드 상당의 재정 지출 계획은 그대로였던 셈이다.

인터콘티넨털거래소(ICE)에 따르면 10월10일 파운드 표시 회사채 금리는 7.1%로 9월22일 5.7%에서 대폭 상승해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매도 심리가 확산한 탓에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비교적 낮은 투자적격채에도 투매세가 일었다. 아울러 비교적 작은 낙폭을 유지하던 영국 주가지수 FTSE100은 11일 당일 1%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 주택대출 일제히 'Stop'

결국 금리 쇼크는 사태의 발단인 감세안의 전면 재검토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들 수 있었다. 10월14일 트러스 총리는 감세안 책임자인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법인세율 인상(2023년 4월부터 19%→25%) 동결의 철회 방침을 공식화(2차 수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논란이 일자 급기야 영국 정부는 17일 "대규모 감세책의 거의 전부를 철회한다"며 사실상 백지화를 선언했다.

트러스 정권의 감세안 추진이 물거품 되자 금융시장은 일단 반색했다. 현재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3.9%대로 금리 쇼크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4.6%에서 대폭 후퇴했고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각각 모두 5%대에서 4.4%선으로 밀렸다. 1.036달러까지 추락했던 파운드 가치는 1.14달러로 회복했다. 10월17일 당일 주가지수 FTSE100은 1%가량 뛰었다.

영국 파운드화 동전 [사진=로이터 뉴스핌]

이번 사태는 정책 파급 효과에 대한 정부의 의식 결여가 얼마나 파급력이 큰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물가상승률이 10%를 왔다갔다하는 고인플레 상황에서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재원 마련책도 없는 재정 지출 계획을 동원했다가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만 본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돌아선 투자심리 역시 국가 전체에 타격이 된 꼴이다.

예로 트러스 정권은 감세안에 포함된 부동산 취득과 관련된 인지세 면세 범위 확대를 통해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려고 했으나 국채 금리와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오히려 일반 서민의 관련 대출 상환 부담이 커졌다. 9월23일 감세안 발표 직후 영국 은행권에서 금리 전망치가 불확실해졌다는 이유로 취급 정지된 주택담보대출 상품만 900개다.

아울러 선거운동 과정에서 재무부와 중앙은행의 역할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온 트러스 정부는 감세안마저 예산책임처(OBR)의 평가도 청취하지 않고 발표했다. OBR은 영국 재정에 대해 독립적인 분석을 실시하는 곳으로 정부 예산안에 대해 일종의 보증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트러스 정권의 감세안은 그야말로 재정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와 규칙을 무시하는 순대로 진행된 것이다.

◆ 등 돌린 투자자 언제 오나

금리 쇼크가 진정됐다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영국의 고물가 상황은 아직이고 금리 수준은 종전보다 여전히 높다. 영란은행의 국채 매입책은 이미 10월14일 종료된 한편 11월부터는 한 달 연기한 QT도 시작한다. 통화긴축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추세는 여전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LDI뿐 아니라 다른 운용 전략을 활용한 부문에서 추가 마진콜이 나는 등 디레버리징이 계속 진행 중이다.

영국 국채 30년물 금리 일간 변동폭 추이, 단위 bp[자료=블룸버그통신]

블룸버그통신이 인용한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 다수가 확신을 갖고 영국 국채 투자 비중을 다시 늘리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종전에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추진 과정에서 수도없이 번복된 정책과 불안 양상이 이번에도 재연되고 이에 따른 신뢰도 실추도 반복돼 꺼려진다는 얘기다. 영국 국채 금리가 하락했다지만 변동성은 아직 높고 거래량은 저조하다.

픽텟웰스매니지먼트의 로렐린 샤틀레인 채권 전략가는 "재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영국 국채시장에 누적된 리스크 프리미엄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이 신뢰성이 회복할 때까지 수개월 동안은 변동성이 크고 영국 국채 금리는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HSBC 역시 투자자들의 국채시장으로의 복귀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 다음 위기는 네덜란드?

영국 사태는 연금 제도가 유사한 유럽 주변국의 사정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 예로 언급되는 국가가 연금 거의 모두가 영국처럼 확정급여형이고 LDI 운용 전략이 선호되는 네덜란드다. BNY멜론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연금 규모는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214%(운용자산 1조9000억달러)로 추산돼 세계 최대급으로 분류된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2022.10.18 bernard0202@newspim.com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자산은 국채 금리와 연관성이 있는 영국과 달리 유리보(EURIBOR)와 연계성이 높다. 유리보는 유럽연합(EU) 은행끼리 서로 자금을 빌려줄 때 활용되는 유로화 표시 지표금리(매 영업일 공표)다. 유리보 중에서도 연계성이 높은 것이 6개월물로 관련 금리는 연초 마이너스권에 있다가 가파르게 상승해 현재 2%대 기록 중이다.

네덜란드 정부가 트러스 정부처럼 예기치 않게 재원 마련책 없는 감세책을 발표하면 연쇄 마진콜 등 영국에서 발생한 금리 충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BNY멜론은 EU의 금리스와프 시장 등은 영국보다 커 네덜란드 연금이 접근할 수 있는 유동성은 풍부하다며 그런 상황이 일어나도 유리보 시장에 대한 영향은 영국 국채시장에서 일어난 파장보다는 적을 것으로 봤다.

한편 일부 해외 기관투자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영국 연기금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내놓은 질 좋은 자산을 저렴하게 살 기회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진콜 사태 초기 유동성 높은 순서로 자산을 매각한 연기금은 이제 부동산과 프라이빗 크레딧(비은행 업체에서 법인에 내준 대출), 기업인수펀드 지분 등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추가 매각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골드만삭스애셋매니지먼트(GSAM)에 따르면 기업인수펀드 지분의 경우 연초 액면가에서 매각됐으나 현재는 액면가 대비 20~30% 낮은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영국 연기금은 이미 올해 들어 자산배분 재편 차원에서 관련 자산을 정리 중이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처분 가격이 크게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bernard02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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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어,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만 몰리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미국의 정치·재정 이슈, 부채한도·재정적자, 무역·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달러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달러에 일시적인 강세·약세 충격을 모두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 구조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에 가깝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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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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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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