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높은 지지율로 당권을 거머쥔 지 한 주가 지났다. 친명(친이재명)계 최고위원 4인과 함께 '이재명 지도부' 출범에 성공한 그의 정치적 행보는 이제까지 거침이 없었다.
3·9 대통령선거. 6·1 지방선거, 8·28 전당대회까지. 이 대표는 반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세 번의 굵직한 선거를 쉴 새 없이 치렀다. '0.5선'인 그가 여의도 문법에 아직 익숙지 않을 수 있다지만, 휘몰아치는 선거를 해치우며 그는 당내 계파를 흡수했고, 언론 생리를 학습했으며 승패의 냉혹함을 깨우쳤다.
적어도 오늘날 기자가 바라본 그는, 이곳에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언제' 모습을 드러내야 할지, '누구와' 만나야 할지 계산할 줄 아는 영리한 인사다.
그런 그가 '입'을 닫았다. 이 대표의 침묵은 사실상 국회 입성부터 시작됐다. 공식석상에서 준비된 모두발언이 아닌 이상 기자 질문에 모두 함구했다. 당대표 취임 후 언론과의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에서 입을 연 건 고작 한두 문장에 불과하다. "대변인과 이야기 하세요".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묻는 언론을 향해 그는 답하지 않았다. 당대표 취임 첫날, 그에게 쏟아진 기자들 관심엔 "밀지 마시라"고 언짢음을 표출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정치부 박서영 기자 = 2022.09.02 seo00@newspim.com |
반면 자신의 지지층에겐 열과 성을 다했다. 대선 패배 이후 그는 한동안 공식 행보를 중단한 채 '개아빠'를 자처하며 '개딸'(이재명 강성 지지층)과의 SNS 소통에 집중했다.
지난 1일, 이 대표는 언론과의 마주침은 회피한 채 광주를 찾아 당원 및 지지자들과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다. 지지층에 대한 보답이란 입장이지만 그의 '편식적' 소통 행보에 싸늘해져 가는 반대측 여론 또한 분명 존재할 터.
그의 '함구'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대선 기간 내내 자신을 따라다닌 사법리스크, 배우자에 연이은 아들 논란까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마음 한편에선 부담스러울 수도, 겁이 났을 수도 있다. 어떤 날은 모 매체의 자극적인 정파 보도에 분노했을 지도 모른다. 말이 길어질수록 불리해진다는 우군의 조언이 뒤따랐을 지도.
그러나 이같은 이유가 공당 대표의 입을 닫게 해선 안 된다. 이 대표가 진정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을 위해 당권에 도전한 것이라면 언론과 부딪혀야 한다. 끊임없이 설명하고 해명하고 반박해야 한다.
적어도 그가 당대표를 출마하며 계승하겠다고 다짐했던 민주당의 정신은 그러했다. 김대중·노무현은 최다 기자회견 횟수를 기록할 만큼 언론을 가까이 했다. 직전까지 민주당을 통솔했던 우상호 전 비대위원장은 일주일에 한번 씩 기자간담회를 열어 여론에 귀를 기울였다.
검찰이 대장동·백현동 사건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이 대표의 출석을 통보하면서 '사법 리스크' 전쟁이 시작됐다는 정가 목소리가 이어진다. 이 대표가 진짜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어가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입을 열어야 한다.
친명계를 총알 삼아, 강성 지지층을 방패 삼아 정작 본인은 전장에 나서지 않겠다는 안일한 생각은 접어둬야 할 때다. 듣기 싫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보기 싫은 얼굴들도 마주하며 대화해야만 그가 외치는 진짜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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