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자율운항 2단계' 상용화
출범 1년여 만에 세계 1위 '우뚝'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형만한 아우'가 K-조선업에 있다.
'큰 형'들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을 쓸어가는 동안 '아우'는 선박 자율운항 시장을 선점했다.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Avikus) 이야기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1월 현대중공업그룹 사내 1호 벤처로 출범한 신생기업이다. 선장은 임도형 대표다. 임 대표는 2000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동역학연구실·제어시스템연구실 부서장을 거쳤다. 연구원 출신으로서 아비커스 기술 개발을 주도한 것은 물론, 경영 전반에서도 리더십을 인정받아 초대 대표이사 취임했다.
'임도형호'는 출범하자마자 연일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걷는 행보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싹쓸이 하는 중이다. 최근 자체 개발한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HiNAS) 2.0'으로 세계 최초 대형선박의 대양 횡단에 성공했고, 이로부터 두 달 뒤 세계 최초로 솔루션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수주 랠리도 쉼없이 이어가는 중이다. 앞서 하이나스 1.0으로 국내외 선사로부터 총 170여 기를 수주했고, 인공지능(AI) 기반 항해보조시스템인 하이바스(HiBAS)도 50여 기 수주하며 아비커스를 출범 1년여 만에 국내 1위 자율운항 전문회사에 올려놨다.
아비커스 도전은 지금부터다. "전 세계 모든 대형 선박에 하이나스 2.0을 탑재하겠다." 임 대표는 이달 초 하이나스 2.0 첫 상용화에 성공한 뒤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하이나스는 아비커스가 자체 개발한 자율운항 솔루션이다. 최근 선보인 2.0 버전은 국제해사기구(IMO)가 분류한 자율운항단계 총 4단계 중 2단계에 해당한다.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원격제어가 가능한 수준이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하면 자동으로 최적의 항로를 생성하고, 여기에 따라 자동 항해가 가능하다. 장애물을 감지하면 충돌 회피 기능이 작동하고, 자동 이접안 기능으로 자동 주차도 지원한다. 선박이 자율적으로 엔진출력을 제어해 연료소모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아비커스는 지난 6월 이 기술로 대형선박의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뒤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결과 증명서(SOF·Statement of Fact)를 받았다. 증명서를 받자마자 지난 8일 SK해운과 장금상선 등 국내 선사 2곳과 하이나스 2.0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2단계 솔루션을 상용화한 전 세계 첫 사례다.
임 대표는 일단 자율운항 솔루션을 미국 레저시장으로 가져갈 계획이다. 전 세계 레저보트 시장은 200만척 규모에 이르는데, 선박 규모로만 따지자면 대형 상선 시장의 4000배다. 레저보트 시장의 절반은 미국 시장이 점유하고 있다. 아비커스가 미국을 '제1타깃'으로 삼은 이유다. 임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 "장기적으론 대형 상선 뿐만 아니라 레저보트에서도 자율운항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