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44년차 LG맨…디스플레이·유플러스 성공가도
구광모 회장의 '원픽'…미래산업 '배터리' 진두지휘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No.1 기업이 되겠다."
LG에너지솔루션 CEO 권영수 부회장이 이달 초 유럽 출장을 떠나면서 한 말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취임 이후 첫 유럽행에서 그는 폴란드 공장 등 스마트팩토리 추진 상황을 집중 점검, "전 세계 법인이 표준화된 생산 프로세스로 하나의 공장처럼 운영되는 체계를 갖춰 고객에게 최고 수준의 QCD(Quality·Cost·Delivery, 품질·비용·납기)를 제공하겠다"며 이같이 다짐했다.
'위기에 강한 혁신적 기업가'로 불리는 권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LG에너지솔루션 CEO로 부임, 국가 미래 핵심 산업인 배터리사업을 진두지휘하고 나섰다.
1979년 LG전자에 입사한 권 부회장은 CFO를 거쳐 2006년 LG전자 사장을 역임했다. 2007년 적자를 내고 있던 LG디스플레이 대표를 맡은 뒤 취임 첫해 1조5000억 원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LG디스플레이를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계약을 성사시키며 LG그룹 배터리 사업 경쟁력의 기반을 닦았고, LG유플러스 CEO 재임 기간에는 이동통신시장 정체 속에서도 2017년 가입자 1300만 명이란 기록적 성과를 달성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
LG에 있어 '해결사'라 할 만하다. 2012년 LG그룹의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고(故) 구본무 회장이 권 부회장을 따로 불러 "전지사업도 액정표시장치(LCD)처럼 세계 최고로 키워달라"는 말로 인사를 통보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2018년에는 구광모 회장이 그를 택했다. 권 부회장은 지주회사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선임돼 전자∙화학∙통신 분야의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LG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비·강화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구 회장을 보좌했다.
그런 그가 LG에너지솔루션으로 왔다. '배터리 왕좌'의 특명을 띠고 '해결사'가 뛰기 시작했다.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취임 첫해인 2021년 LG에너지솔루션을 흑자로 돌려세웠다. 이어 올해 1월에는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100년 기업의 토대를 닦았다. 10조2000억 원의 공모자금을 확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및 신규 사업 투자 등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 것. 당시 권 부회장은 "1992년 대한민국 2차전지 사업의 개척자로 첫발을 내디딘 이후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거쳐 드디어 상장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며 "이번 상장을 지난 30년의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새로운 100년을 위한 출발점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2012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아우디, 다임러 등 글로벌 유수의 완성차 업체로부터 수주를 이끌어 내며 취임 2년 만에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를 10여 개에서 20여 개로 두 배 늘리는 등 전기차 중대형 배터리를 시장 1위에 올려 놓은 바 있다.
다만, 지금은 다시 2위다. 중국 CATL과의 경쟁이 만만찮다. SNE리서치가 세계 80개국을 대상으로 지난해 1~11월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사별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LG에너지솔루션은 20.5%로 2위에 머물렀다. 1위인 CATL(31.8%)과의 격차가 10%포인트(P) 이상이다. 앞서 2020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점유율 25.7%로, 19.0%의 CATL을 제치기도 했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받는 CATL이 다시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권 부회장은 CATL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고 자신한다.
권 부회장은 올 초 기자간담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 잔고는 중국 CATL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미래 시장 점유율을 볼 때 CATL을 추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이 지식재산권(IP)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고 그 결과 CATL과 달리 다양한 글로벌 고객군을 보유하고 있다"며 "생산기지도 유럽과 미국, 중국 등지에 글로벌하게 갖춰진 것도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