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업계, 2분기 경영실적 대부분 전망치 하회
흥행작 부재에 늘어난 인건비 영향 커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적재적소(適材適所)에 필요한 인재를 등용하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공자가 제자를 평하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기업이 규모를 키우면 최고경영자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범위와 능력에는 한계가 나타난다.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인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는 사람을 제대로 썼을 때 성립할 수 있다. 인재가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인사는 망사(亡事)'가 될 수도 있다.
국내 게임 회사 대부분이 최근 상반기 경영실적 발표를 끝마쳤다. 다수의 회사가 전망치를 밑돈 수익을 냈다. 실적 부진의 이유는 늘어난 인건비 영향이 꼽혔다. 지난해 업계가 고급 개발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연봉인상을 추진한 게 부담이 됐다는 것이다.
진짜 원인은 흥행작 부재가 아닐까. 인건비 증가가 원인이 될 수도 있으나 해외 기업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최근 내놓은 MMORPG '디아블로 이모탈'이 한국 모바일 게임 차트 월간 활성 사용자 부문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소비 지출이 경기 침체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올해 2분기 한국 내 게임 앱 소비자 지출의 절반에 가까운 6억3600만 달러(약 8344억원)를 이용자들이 MMORPG 게임에 기꺼이 지출했으니 말이다. 더욱이 한국은 'MMORPG 종주국'이 아닌가...
게임의 본질은 '재미'다. 재미가 있다면 확률형 아이템을 어떻게든 팔기위해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된다. 다수의 게임사들은 이와 관련해 NFT와 암호화폐를 결합한 토큰 이코노미가 새로운 재미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블록체인 게임이 대안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이용자들이 아이템으로 돈을 버는 수단(Play to Earn·P2E)에 그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콘텐츠를 창작해 보상(Create to Earn·C2E)을 받는 등 블록체인 게임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다수의 개발 인력이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전념한 덕분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규제완화는 어렵고 실적 반등을 위한 흥행작은 필요하다는 점이다. 크래프톤이 단 '1년'이라는 짧은 개발기간에도 세계적인 흥행작 '배틀그라운드'를 내놓은 바 있지만 당시 총괄을 맡은 김창한 대표가 17년 경력의 베테랑 개발자였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게임 업계가 지금의 실적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인재가 자신의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본다. 인건비가 아니라 흥행작 부재가 문제이고 우위를 가릴 옥석도 직원들이 함께 모여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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