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다수 전문가, 연내 LPR 추가 인하에 의견 모아
인플레·미중 '디커플링' 리스크 정점 지나
[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의 기준금리(LPR) 인하 여부에 다시금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통화정책 운용 운신 폭을 제한했던 리스크들이 다소 해소되면서 유동성 공급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가 큰 LPR 인하에 유리한 환경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증시 전문 매체 중궈정취안바오(中國證券報)는 다수 전문가를 인용해 하반기 LPR 가능성을 점쳤다. 물가 상승세가 안정적이라는 점,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영향이 충분히 반영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연내 추가 LPR 인하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됨에 따라 생산 및 조업 재개가 속도를 내고 있는 현재, 보다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산업계 및 개인의 비용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에서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LPR은 시중 은행이 최우량 고객에 적용하는 대출 최저 금리의 평균치다. 18개 시중 은행이 보고한 우대금리를 취합한 뒤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와 융자 비용 등을 함께 고려해 인민은행이 매월 20일 전후 고시한다.
둥팡진청(東方金城) 왕칭(王青) 거시 전문 수석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물가가 안정적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통화정책 조절에 여유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며 "영세기업 등에 맞춘 선별적 통화정책이 계속해서 힘을 냄과 동시에 3분기 LPR이나 지준율 인하 같은 총량 조절형 통화정책 운용 강도 역시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치로 3%를 설정했지만 실제 물가상승률은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월 1.5%에 이어 5월 2.1%를 기록했다.
중신젠터우(中信建投) 황원타오(黃文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Fed가 시장 전망치를 초월한 긴축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연말에 가까워지면서는 긴축 강도를 완화할 것"이라며 "Fed의 이번 금리 인상 영항이나 충격이 이미 정점에 다다랐다. 중국 통화정책은 보다 더 중국 내 상황에 맞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이 금리를 연거푸 인상한 뒤에도 물가를 잡지 못한다면 Fed 역시 긴축 속도를 늦출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신(中信)증권 밍밍(明明)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리 인상이 유발한 중미 금리차 역전(미국 국채금리가 중국보다 높아지는 것) 영향이 줄어들고 있다"며 "중미 금리차 역전이 중국 거시정책의 방해 요소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리차 역전은 단기적인 형상으로 적극적인 부양 조치를 통해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뒷받침하고 경제 성장을 토대로 외자 유입을 촉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1년 만기 LPR보다는 5년 만기 LPR 인하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밍밍은 "단기 수요가 괜찮은 만큼 1년 만기 LPR 인하 필요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며 "5년 만기 LPR을 인하하는 것이 부동산 대출 활성화와 시장 전망 안정에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5월 신규 위안화 대출 1조 8900억 위안 중 기업대출이 1조 5300억 위안으로 전체의 81% 이상을 차지했고, 가계대출은 2888억 위안으로 15%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가계대출 중에서는 부동산 구매 자금으로 쓰이는 중장기대출이 1047억 위안(36.2%)으로 소비 목적의 단기대출 1840억 위안(63.8%)을 밑돌았다.
이와 관련 민성(民生)은행의 원빈(溫彬) 수석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면서 소비대출(단기대출)은 살아났지만 부동산 구매 수요는 여전히 미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밍밍은 현재 1·5년 만기 LPR이 0.75%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역대 최저 수준인 0.6%까지 여유 공간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앞서 중국 국내외에서는 보다 공격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둔화한 데 더해 선전·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경기 하강 압력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인 1분기에는 4.8% 성장을 실현하며 '선방'했지만 2분기에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면서 올해 '5.5% 내외' 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중국은 그러나 그간 선별적 통화정책 운용을 강조하면서 금리 인하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월 1년 만기 MLF 금리를 01%p 인하한 뒤 줄곧 MLF 금리를 동결해 왔다. LPR 역시 1월에 1년물과 5년물을 각각 3.7%, 4.6%로 인하한 뒤 4월까지 3개월 연속 동결했다.
4월 소매판매 등 경제 지표가 악화하면서 LPR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지만 5월에도 1년 만기 LPR은 종전과 같이 유지하고 5년 만기 LPR만 0.15%p 낮춘 4.45%로 발표했다.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한 것은 물가상승 부담과 미국과의 '디커플링'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두함에 따라 중국 역시 물가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미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정책에 열을 올리면서 외자의 '차이나 엑소더스' 리스크까지 불거졌다.
실제로 지난 1월 27일부터 3월 25일까지 후강퉁과 선강퉁을 통해 137억 달러의 자금이 중국 증시를 빠져나갔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최초 발발한 2020년 초 이후 최대 순유출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증시 등으로의 외자 유입세가 가시화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기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중국 당국의 강한 경기 부양 의지와 조치, 코로나19 확산세 진정에 따른 조업 및 생산 재개, 중국 증시 반등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5월 채권시장에 20억 달러, 증시에 27억 달러씩 총 47억 달러가 중국 시장으로 순유입됐다.
중국 매체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앞서 5월 후강퉁과 선강퉁을 포함한 북향자금(北向資金, 홍콩을 통한 A주 투자금)은 170억 위안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외자의 중국 주식 매수 행보가 더욱 발라지면서 이달 첫 5거래일 동안 순유입된 북향자금만 200억 위안을 넘어섰다.
지난주(6월 6~10일)에는 368억 3000만 위안의 자금이 순유입 됐고 이로써 이달 10일까지의 외자 거래는 412억 6000만 위안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