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혁·세제 개선 등 과감한 정책 통해 기업 경영활동 지원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 사면 건의도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정부와 경영계가 만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뜻을 같이했다.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규제 개혁과 세제 개선 등 과감한 정책 추진을 통해 기업의 경영활동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어려운 경제환경을 극복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6단체장은 2일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간담회에는 추 부총리와 함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 자리에서 "새 정부의 민간주도 정책방향에 경제계의 기대감이 상당히 크다"며 운을 뗐다.
이어 "최근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데 환율과 물가, 금리 등 경제지표가 불안한 가운데 경제 펀더멘탈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동시에 성장률도 높여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상황은 어렵지만 그래도 경제계는 지난주에 신기업가 정신도 발표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기 위해 공격적 투자계획도 수립했다"며 "규제나 세제 등에서 뒷받침해주면 투자유인이 확실히 생기고 경제 활력도 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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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일 상의회관에서 열린 경제부총리-경제6단체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
손경식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을 건의했다.
그는 "최근 많은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는 우리 기업인들의 도전정신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회장은 "결국 성장률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활발하게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노동 개혁과 세제 개선 같은 과감한 정책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우리 기업인들이 세계 시장에서 더욱 활발히 뛸 수 있도록, 해외 출입국에 제약을 받는 등 기업활동에 불편을 겪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같은 기업인들의 사면도 적극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허창수 회장은 지금의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허 회장은 "우리경제가 경기침체와 고물가 우려로 상당히 어렵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지나치게 올리면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 부양책을 쓰는 것도 어렵다"며 "결국 가장 효율적이고 부작용도 작은 경제정책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제의 공급능력이 확대돼 물가가 안정되고 생산도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 우리가 맞이한 상황은 위기이지만 동시에 기회"라며 "이번 위기를 경제 체질 강화의 계기로 삼는다면, 한국경제의 경쟁력은 한층 더 제고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기문 회장은 노동규제 개선에 주목했다. 그는 "52시간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규제를 비롯해 복잡한 준조세격인 임금제도, 환경제도 등 각종 규제를 개선해 달라"며 "세상은 급변하는데 제도가 따라가지 못 해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주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면서 생산 현장도 활력을 되찾을 기회가 왔는데, 중소기업들은 수주물량을 확보하고도 일할 사람이 없어서 생산을 못 하고 있다"며 "특히, 뿌리산업은 국내 인력은 인건비를 두 배 줘도 구할 수 없고 외국인 인력도 쿼터제로 묶여 있어서 필요한 만큼 쓸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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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상의회관에서 열린 경제부총리-경제6단체장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추경호 부총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사진=대한상공회의소] |
최진식 회장은 모든 규제와 세제를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맞춰 줄 것을 요청했다.
최 회장은 "고용부, 환경부 심지어 공정위 같은 곳도 모두 규제단체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기업들로서는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모든 규제와 세제를 글로벌 스탠다드, OECD 10개국 평균으로 맞춰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한민국 경제의 규제와 제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단순히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문제뿐 아니라 들여다보면 기업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구자열 회장을 대신해 나온 이관섭 무협 상근부회장은 "무역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원부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고, 물류난도 여전하다"며 "무역업계의 생산 비용이 전례없이 증가되고 있는 시점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가 위축되면 기업 체산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론화되고 있는 법인세 인하와 더불어 수입 할당 관세 적용을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통해 기업의 생산 비용을 좀 더 줄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추경호 부총리는 새 정부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기조로, 성장·투자·일자리 창출은 민간과 기업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해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 범부처 차원의 과감한 규제 혁파와 법인세 및 가업상속·기업승계 관련 세제 개편 등을 통해 기업 주도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이어 "최근 국제유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물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당분간 5%대의 소비자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물가 상승이 대외적 요인으로 인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민생 안정을 위해서는 당면한 최우선 과제가 물가 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계에서도 각 부문에서의 경쟁적인 가격 및 임금 인상은 오히려 인플레 악순환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가격 상승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