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스총회서 "천연가스, 탄소중립 가는 길 관문" 주장
그룹 미주사업 컨트롤타워 맡아...반도체·배터리 투자 챙겨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유정준 SK E&S 부회장의 종횡무진 활약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신설된 그룹의 미주 대외협력 총괄 부회장을 맡아 한국과 미국을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 세계 3대 에너지 행사 중 하나로 국내에서 첫 개최된 세계가스총회(WGC)에 초청돼 글로벌 가스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에너지전환 시대 천연가스의 역할을 고민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룹 내 대표적인 '에너지 전문가'이자 풍부한 글로벌 경험을 갖춰 이 같은 광폭행보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재계는 평가한다.
◆ "천연가스, 탄소중립 달성 위해 반드시 거쳐야"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 부회장은 세계가스총회에서 '넷제로 목표를 향한 아시아의 가스 산업'을 주제로 열린 기조발표 세션에서 연사로 참여해 글로벌 가스 전문가들 앞에서 "천연가스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유정준 SK E&S 대표이사 부회장이 26일 '2022 세계가스총회(WGC 2022)' 기조발표 세션에서 '넷제로 목표를 향한 아시아의 가스산업'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SK E&S] 2022.05.26 yunyun@newspim.com |
유 부회장은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의 석탄발전 비중은 60~70%에 달하는데 이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가스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모든 국가들이 미래 에너지원으로 보고 있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가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 등 외부요인에 따라 발전량에 큰 변화가 발생하는 '간헐성 문제'가 최대 고민이다. 유 부회장은 이에 대한 해결사로 천연가스를 제안한 것. 그는 "어떠한 에너지믹스(혼합)를 지향하더라도 천연가스는 반드시 거쳐 가야 할 '관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가스의 이런 역할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로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분명히 있다고 평가했다. 블루수소, CCUS와 같은 직접감축, 탄소배출권을 활용한 상쇄감축 등 다양한 탄소저감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유 부회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SK E&S의 고민이 담긴 이야기다. SK E&S는 도시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친환경 에너지 대표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LNG를 활용해 블루수소, CCUS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 풍부한 글로벌 경험, 그룹 북미 사업 확대 책임 적임자
유 부회장의 역할은 SK E&S의 대표이사에 국한돼 있지 않다. SK그룹은 최근 반도체·배터리·바이오·수소 등 북미 사업이 확대되면서 현지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사업을 제대로 챙길 조직이 필요했다.
여기에는 에너지 전문가이자, 풍부한 글로벌 경험을 통해 북미 정·관·학계 인사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유 부회장이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이 지난 3월 미주 대외협력 총괄 조직을 신설하고, 유 부회장에게 이를 맡긴 이유다.
또한 지난해 말 SK E&S가 미국 내 에너지솔루션 사업 자회사인 현지법인 '패스키(PassKey)'를 신설해 유 부회장이 이를 직접 이끈다고 발표했다. 신설된 지 이제 반년 된 패스키가 주목받는 건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최근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다. 재계에서는 유 부회장이 이끄는 패스키가 그룹의 북미 사업 전반을 총괄하지 않겠냐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16일 미국 미시간주 소재 SK실트론CSS 공장의 웨이퍼 생산 현장에서 SK경영진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유정준 SK E&S 부회장, 지안웨이동 SK 실트론 CSS 사장. [사진=SK실트론] |
유 부회장은 최 회장의 '믿을맨'이라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최 부회장의 복심으로도 알려져 있다. 최 부회장과 유 부회장은 2009년 원유 공급 중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탄조끼를 입고 테러가 빈발하는 이라크 현장을 함께 방문하며 상호 간의 신뢰를 쌓았다. 유 부회장이 2013년 SK E&S 사장에 올랐는데 당시 최 부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이뤘다. 이에 앞서 2009년에는 방탄조끼를 입고 전쟁중인 이라크 현장을 함께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연말 인사에서 SK E&S 대표이사 자리에 추형욱 사장이 신규 선임되며, 투톱 체제가 구축되면서 유 부회장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 아닌가라는 시선도 있었다.
당시 SK그룹은 그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업계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등 성장 사업에서 그룹의 글로벌 확장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풍부한 글로벌 경험과 에너지 분야의 전문성 등을 두루 갖춰 그룹이 공들이는 북미 사업 확대에 필요한 적임자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