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손석구가 범죄 액션 영화 '범죄도시2'에서 마동석 못지않은 존재감으로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강한 충동성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희대의 빌런, 강해상 역이다.
손석구는 18일 진행된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범죄도시2'에 출연하고, 뜨거운 반응 속에 개봉한 소감을 들려줬다. 현재 촬영으로 필리핀 현지에 머무르면서도 "영화 잘 나왔다"는 호평에 기분좋은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강해상은 화가 많은 인물이에요. 감독님과 그가 어떤 과거를 가졌을까 많이 얘길 나눠보기도 했죠. 그렇게 찾은 키워드가 좀 울분에 차있는 인물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피해의식이 강하고 별 것도 아닌 것에도 트리거가 확 올라오는, 다혈질에 눈이 한 번 돌면 앞뒤를 안재는 인물로 그려갔죠. 당장에 나의 감정, 순간의 감정에 몸부터 움직이는 인물로 설정하고 달렸어요."
영화 '범죄도시2'에 출연한 배우 손석구 [사진=ABO엔터테인먼트] |
'범죄도시2' 제안을 받은 건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마친 직후였다. 손석구는 "범죄도시의 열렬한 팬이지만 내가 직접 출연하고 싶지는 않았다"면서도 이상용 감독을 만나 당초의 생각을 뒤집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대본 보면 어떤 작품은 무조건 해야겠다, 하는 작품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고민을 해야 하는 작품도 있어요. 범죄도시는 고민을 꽤 했어요. 일단 액션영화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고, 직접 하는 건 더 그렇고요.(웃음) 전문적으로 해본 적이 없어서요. 처음에 욕심이 생기지 않았지만 감독님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번에 입봉하시는데 열정이 정말 뜨거웠거든요. 거기에 감복해서 영화를 하기로 마음 먹었죠."
극중 강해상은 장첸보다 더 무겁고, 냉랭한 인물이다. 민첩하고 위기상황에서 빠르게 계산하고 행동한다. 어찌보면 전혀 계산을 하지 않고 손부터 나가는 타입처럼 보이기도 한다. 손석구는 강한 충동성과 함께 "머리가 짧고 옷을 많이 안입는다"면서 1편의 장첸과 차별점을 짚었다.
"앞뒤 재지않고 생각 길게 하지 않고 뭔가 들어오면 바로 그것만 보고 직진하는 인물이에요. 지금 당장 내 맘에 안들면 행동을 해야 하는 거죠. 정제되지 않은 면이 강해상의 차별점일 거예요. 외적으로 머리도 밀고 10KG나 증량을 하기도 했는데, 또 신경쓴 건 의상이었어요. 주황색 의상을 입고 싶다고 했거든요. 그걸 제작해주셨고 한국에서 강해상의 옷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뿌듯했죠. 길거리에서 사람을 막 잔인하게 칼로 찌르는 상황을 목격한 사람의 첫 마디가 '주황 점퍼입은 미친놈이 길에서 그랬다더라'. 그렇게 각인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죠. 무채색이 아닌 화려한 컬러를 입고 싶었어요."
영화 '범죄도시2'에 출연한 배우 손석구 [사진=ABO엔터테인먼트] |
특히 손석구는 이번 영화에서 강해상 역으로 유난히 매 신을 다양한 버전으로 찍어, 편집을 통해 빚어진 새로운 인물을 봤다고 고백했다. 그는 "영화를 보고 감독님이 생각한 강해상이 저런 사람이구나 알게됐다"고 말했다.
"한 신을 두고도 정말 많은 버전을 다양하게 찍었어요. 감독님이 편집실에서 맘만 먹으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영화를 몇 개 뽑을 수 있을 정도로요. 영화 속 강해상은 거의 감독님 버전이에요. 생각하시는 강해상이 이런 거였구나. 연기했던 테이크를 골라 만들어두신 인물을 보고 신기했어요. 그래서 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죠. 마치 처음보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마지막 버스 액션신을 굉장히 좋아하셨는데 두 번째로 마석도와 만나서 나오는 표정이 좋다고요. 저도 마음가짐이 '아 드디어 만났다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 했었죠.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눈은 계속 마석도를 보고 있어야 한다고 하셨고, 매우 동의하면서 찍었던 기억이 나요. 맞으면서도 막 악이 차오르는 모습이죠."
의외로 손석구는 현재 출연 중인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와 '범죄도시2'의 강해상과 스스로가 좀처럼 닮지는 않았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제가 악역에 어울리는 배우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웃었다.
"저한테 구씨나 강해상 같은 면이 있기야 있겠지만 아주 작은 걸 극대화시킨 편이죠. 오히려 저는 나이들수록 말도 많아지고 그래요. 구씨는 굉장히 여린 사람 같아요. 작은 상처도 크게 다가오는 사람인데 저는 어떻게 보면 좀 이성적이고 건조하죠. 강해상은 말수도 없고 사실 원래 대본에 있던 대사보다도 더 줄여서 했어요. 원래는 욕도 찰지게 하고 그런 캐릭터였는데 많이 바뀌었죠. 오히려 몸이 먼저 나가는, 행동에 좀 더 포인트를 줬어요. 저랑은 좀 많이 다르죠. 제 마스크에서 보시는 분들은 악랄한 면을 보시나봐요. 저는 전혀 안그래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거고 제 얼굴이 악역에 어울리나? 싶은데 그렇다고 하니까 맞는 거겠죠."
영화 '범죄도시2'에 출연한 배우 손석구 [사진=ABO엔터테인먼트] |
1편과 2편에 모두 출연한 최귀화에 이어 손석구도 '범죄도시'의 다른 시리즈와 인연을 이어갈 생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성공적인 시리즈로 자리잡은 브랜드 '범죄도시' 세계관을 기대하는 이들은 조금은 서운할 법하다.
"다시 할 맘은 없어요. 작품과 저 모두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 될 거예요. 범죄도시라는 브랜드가 확고해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데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맞고요. 강해상도 시작과 끝이 명확하게 있어야 의미있지 않을까요. 장첸도 마찬가지예요. 1편의 가장 큰 장점은 넘치는 현실감이었죠. 2편은 1편에 있었던 범죄도시만의 개성을 극대화시켰어요. 확실한 코미디와 액션, 범죄자들의 공포스러움을 실감나게 살렸죠. 관객들이 뭘 사랑했는지 진단을 정확히 하고 처방을 확실히 한 느낌이에요."
손석구는 배우로서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지만 지난해 왓챠 오리지널 '언프레임드'로 단편영화를 선보인 감독이기도 하다. 그의 연출작을 기다리는 영화팬들도 적지 않을 터. 본인도 연출에 의지를 드러냈지만, 안방과 스크린을 오가며 대세로 떠오른 만큼 바쁜 일정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사실 금년에 무조건 연출작을 하나 하고 싶었어요. 어쨌든 저의 본업은 배우이고 많이 사랑해주시다보니 일도 감사하게 끊임없이 하죠. 좀 아쉽다면 아쉽기도 해요. 제가 프로 연출러가 아니니까 다른 작가분 글보단 지금으로선 글을 좀 써야 돼요. 아직 완성을 못해서요. 촬영 끝나면 한시간이라도 써야지 하는데 잠 자기 바쁘네요. 계획은 늘 있어요.(웃음) 작품할 땐 전 무조건 사람을 봐요. 아무리 좋은 대본도 별로인 사람들이랑 하면 재미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덜 익은 글이어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재밌어지고요. 점점 더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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