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IB들 넷플릭스 목표가 '반토막' 조정
"경쟁 과열로 시장 잠재성↓...수익성 기대 어려워"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OTT) 시장이 뒤숭숭하다. 업계 최대 넷플릭스가 저조한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CNN 뉴스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CNN플러스(+)'가 사업 개시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폐업을 결정하면서다.
월가는 한때 TV를 대체할 유망한 사업으로 각광받던 OTT 기업이 이제는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되묻는다. OTT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사는 우후죽순 늘었지만 그만큼 성장 잠재력도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 "SVOD업계, 경쟁 과열로 시장 잠재성 빛바래"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가 혜성처럼 등장하고 초기 수 년 간 경쟁사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유일했다. 그야말로 넷플릭스 전성시대였는데, 지난해 3월 말 기준 넷플릭스의 전 세계 유료 구독자는 20억7000만명을 돌파했다.
이후 여러 대기업들이 엄청난 자본을 무기로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들었고 경쟁은 치열해졌다. 대표적으로 디즈니+, 애플TV+, 디스커버리+, 컴캐스트의 피콕 등이 있다. 넷플릭스의 2022년 1분기 기준 전 세계 유료 구독자 수는 22억1640만명으로, 신규 구독자 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넷플릭스 말고도 크고 작은 스트리밍 업계들에 눈독을 들이던 월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수혜 약발이 다하자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지난 2020년 12월에 서비스 개시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폐업한 퀴비부터 최근 폐업을 결정한 CNN+까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후발주자들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BofA는 최근 넷플릭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했고 목표가는 기존 605달러에서 300달러로 조정했다.
냇 쉰들러 BofA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단속하는 등의 특단의 조치는 "가치가 있다"면서도 "오는 2024년까지 성장에 눈에 띄는 영향을 기대하긴 어렵다. 투자자들이 넷플릭스가 다시 성장세로 전환했다고 믿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JP모건간 웰스파고도 목표가를 300달러로 조정하고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제시했다. 더그 앤머스 JP모간 애널리스트는 "향후 수 개월은 훨씬 더 낮은 주가 말고는 기대할 것이 없다"고 주장했고, 스티븐 캐헐 웰스파고 연구원은 "넷플릭스의 성장이야기는 현재로서는 운명을 다했다"고 표현했다.
미국의 기술·미디어 리서치 업체인 라이트쉐드 파트너스의 리치 그린필드 분석가는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SVOD) 사업 특성상 단기간 안에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VOD는 최대한 많은 구독자층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 모델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히트 콘텐츠를 매일 제공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고 경쟁사도 많다.
노트북 컴퓨터 화면에 비친 넷플릭스 웹사이트. [사진=블룸버그] |
SVOD의 수익성은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기존의 TV나 영화 등 스트리밍이 대체하고 있는 분야의 수익성 근처에도 못 간다"는 지적이다.
수익성을 키울려면 구독자를 꾸준히 늘려야 하지만 스트리밍 업계는 그야말로 "포화상태"라고 미디어 전문가인 에이럼 신레이크 아메리칸대학 교수는 말한다. 하나 이상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구독자가 늘어난 만큼 이탈하는 현상은 자연스럽다는 설명이다.
◆ 高물가에 소비 위축..."스트리밍 구독 취소부터"
최근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은 OTT 구독 취소로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폴 에릭슨 파크어소시에이츠 엔터테인먼트 연구책임자는 "위기는 넷플릭스에 특화된 것도 있지만 사실 스트리밍 산업 전체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새뮤얼 크레이그 뉴욕 스턴경영대학원 마케팅 명예 교수는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산업의 문제는 영원히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물가 고공행진과 맞물렸다"며 "소비자들은 여가, 연료, 식료품 비용 지출을 다시 한 번 점검하게 됐다. 만약 5~6개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 중이라면 하나 두 개쯤은 취소할 만 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조사 업체 포레스타가 지난 12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43%는 "구독한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의 월 구독료가 신경쓰인다"고 응답했으며, 44%는 "광고가 붙어도 요금이 싼 스트리밍 옵션에 열려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소비하는 방법도 구독자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예컨데 한 두 달만 넷플릭스에서 보고 싶은 콘텐츠를 소비한 뒤 구독을 취소하고 디즈니+ 멤버십에 가입하는 등 이른바 '스트리밍 유목민'들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 스트리밍 구독자의 25%가 구독했다가 취소한 뒤 1년 안에 재가입한 경험이 있다는 딜로이트의 조사 결과도 있다.
벤자민 스윈번 모간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이는 그 어떠한 스트리밍 서비스도 소비자를 독차지 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