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10여년 만에 첫 가입자 감소를 발표한 넷플릭스 주가가 이틀째 폭락 흐름을 이어간 가운데, 스트리밍 업계 전반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월가가 코로나 팬데믹 특수를 누렸던 집콕주들을 외면하기 시작했으며, 리오프닝과 함께 성장주 밸류에이션에 대한 회의론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이틀새 주가 반토막
넷플릭스는 이번 실적 발표 뒤 이틀 동안 시가총액이 절반 이상 증발했다.
투자자들은 넷플릭스가 성장세 둔화를 인정한 데 한 번 놀라고, 어두운 장기 전망에 성장 회복을 위한 명확한 솔루션도 제시하지 않은 데 큰 실망감을 보이며 주식을 내다 던졌다.
실적 발표가 나온 19일 넷플릭스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20% 넘게 빠졌고, 이틀째인 20일에는 35%가 빠지며 2004년 이후 일일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20일 하루 새 넷플릭스 시가총액은 540억달러(약 66조7000억원)나 증발했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1분기 가입자 수는 20만명 축소됐으며, 가입자 수 감소는 1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2분기에는 글로벌 유료 가입자 감소 수가 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주주 서한에서 넷플릭스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구 침투율과 함께 디즈니 등 전통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스트리밍 출시로 경쟁이 치열해진 점 등이 매출 성장을 가로막는 역풍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한 점도 타격이 됐다.
구독자 증가 전망을 뒤집은 암울한 실적 내용에 월가에서는 넷플릭스 투자의견 하향이 잇따랐다.
CNBC에 따르면 월가 투자은행 최소 10곳이 투자의견을 내려 잡았고, 이 중 두 곳은 이례적으로 의견을 두 단계 조정해 눈길을 끌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애널리스트 넷 쉰들러는 넷플릭스가 광고를 도입한다 해도 가입자 8억명을 목표로 했던 초창기 궤도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피보탈 애널리스트 제프리 월로다는 넷플릭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두 계단 조정하면서 주가가 더 내릴 것으로 점쳤다.
넷플릭스 주가 1년 추이 [사진=구글] 2022.04.21 kwonjiun@newspim.com |
◆ 스트리밍 업계 '먹구름'… 집콕 성장주 질주도 '마침표'
넷플릭스 실적발 주가 폭락으로 스트리밍 업계 전반에도 경고 신호가 켜졌다. 업계 선두주자인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가 줄면서 스트리밍 업계 전체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영화 전문매체 데드라인은 이번 어닝 시즌에서 스트리밍 업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실적을 공개한 넷플릭스가 형편 없는 성적표와 함께 업계 전반에 폭탄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앞으로 몇주에 걸쳐 발표될 남은 스트리밍 업체들의 실적 수치와 관련 코멘트들이 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선두주자인 넷플릭스의 충격적인 실적 발표에 20일 경쟁사들의 주가도 미끄러졌다. 월트디즈니 주가는 5% 넘게 하락했고,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6% 넘게 빠졌다. 파라마운트는 8.6% 급락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리오프닝(경제 재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넷플릭스를 포함해 코로나 팬데믹 집콕 수혜주들의 성장도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버코어ISI 애널리스트 마크 마하니는 "넷플릭스는 성장 기업이나 더 이상 프리미엄 성장 기업은 아니다"라면서 "이 점이 주가에 충격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가 넘는 탑라인 매출 성장세를 꾸준히 가져갈 수 있는 기업이 프리미엄 성장 기업이라면서, 프리미엄 딱지가 떨어지는 순간 주가도 빠르게 하락할 수 있는데 넷플릭스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스트리밍 업계가 앞으로 어떻게 가입자 매출 기반을 확대할 수 있을지를 포함해 향후 성장 모델에 대한 끊임 없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이전과 같은 주가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모펫네이턴슨 애널리스트 마이클 네이턴슨은 "기업이 유망 성장주에서 성장 지옥으로 한 순간에 변한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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