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할 시간 위해 인선안 통째 넘겨, 심도 있는 논의"
"尹, 제왕적 대통령 내려놓겠다는 의지 크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만나 이른바 '샌드위치 회동'을 하기 전날 한 후보자 측에 장관 인선안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만나기 전 미리 내각 구성을 보고 의견을 나누자는 의도였다는 것인데,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책임총리제 실현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인수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두 사람의 샌드위치 회동 전날인 지난 1일 한 후보자 측에 인수위에서 검토 중인 장관 인선안을 보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그 다음날 만났는데 (인선안을) 틱 내밀면 그 앞에서 뭐라고 하겠느냐. 이 사람은 안 된다고 말 못할 것 아니냐"며 "윤 당선인이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하니 인선안을 통째로 주라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 후보자는 이튿날(2일) 윤 당선인과 모처에서 만나 장관 인선을 비롯한 내각과 국정운영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인수위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신임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2022.04.03 photo@newspim.com |
윤 당선인 측 관계자도 "당선인과 한 후보자가 함께 만나는 과저에서 전반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장관 인선에 대해 스크리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사람 간 장관 인선에 대한 의견 교환이 비교적 심도깊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3일 총리 후보자 지명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18개 부처) 대부분 한번씩은 얘기를 했다"며 "그 후보들을 가지고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 '책임총리제' 힘 싣는 尹…"인사권 없는 총리 안돼"
윤 당선인은 경선 예비후보 시절부터 작은 청와대와 책임총리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책임총리제는 대통령이 가진 권한과 책임을 국무총리와 분담해 총리의 내각 통솔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역대 대선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책임총리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판은 피해갈 수 없었다.
인수위 관계자는 "당선인이 어떻게 하면 '말로만' 책임총리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며 "인사권 없는 총리, 인사권 없는 장관이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역대 제왕적 대통령제의 가장 큰 폐해라는 철학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총리한테 장관 제청권을 주고 장관한테는 차관 인사권을 주겠다는 게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대한민국 차관을 인사할 때 청와대가 아니라 장관이 정한 적 있었느냐"며 "이번에는 장관이 내부에서 일 잘하는 차관을 골라서 추천하면 그 사람이 임명되는 것을 당선인이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한 후보자를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낙점한 데에는 그의 경륜이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를 두루 거친 인사다. 비단 경제 분야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역대 정부에서 국정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 이해가 밝다는 것이다.
3일 윤 당선인이 총리 후보자 지명 발표 기자회견 직후 한 후보자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기자회견장을 떠난 것도 내각 책임자로서의 존중의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고 한다.
인수위는 경제부총리는 이주 내에, 전체 장관 인선은 늦어도 내주 안에는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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