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진공폭탄'을 썼다는 우크라 측의 주장이 나오면서 대규모 인명 참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진공폭탄'은 방사능 없는 핵폭탄으로 불릴 만큼 파괴력이 세 제네바 협약에서 금지하는 대량살상무기다.
◆ 도시환경에 최적합...연기구름 호흡 치명적
서방에서는 열압력탄으로 불리는 진공폭탄은 로켓으로 발사되거나 항공기에서 투하될 수 있다. 폭탄은 두 개의 폭발장치와 연료통으로 구성돼 있는데, 목표물에 닿은 폭탄은 1차 폭발을 일으켜 연료 혼합물을 공중에 뿌린다. 강력한 2차 폭발은 공중에 흩어진 연료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공기 중 산소를 빨아들이고 초고온 폭발을 일으킨다.
[키예프 로이터=뉴스핌]김근철 기자=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TV 방송타워가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2022.03.02 kckim100@newspim.com |
폭발로 인한 연기 구름은 큰 반경으로 퍼지고, 초고온이어서 숨을 들이쉰 사람의 내부기관에 손상을 주고 체내 수분을 증발시킨다. 연기 구름은 건물 벽과 창문 틈 사이로 스며들어 실내로 피신한 사람들까지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에 진공폭탄은 도시환경에 최적합한 무기로 통한다. 방공호와 지하철 역사 안도 바깥 공기 유입을 철저히 막지 못한다면 진공폭탄의 위력을 당해낼 방법이 없다.
◆ 러시아, 진공폭탄 사용했나..."아직 확인 안 돼"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 대사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 주거지역을 겨냥해 진공폭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는데,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러시아의 진공폭탄 사용 진위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사실이라면 전쟁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군이 항공기 투하나 로켓 발사를 택하지 않아도 휴대용 진공폭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진공폭탄은 수류탄 형태나 휴대용 로켓발사기용 소형 사이즈도 있다고 소개했다.
우크라에서 진공폭탄 로켓발사기가 목격됐다는 외신들의 보도도 나온 상황이라 러시아가 조만간 수도 키예프에 진공폭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러시아는 체첸 분쟁과 시리아 내전 등에서 진공폭탄을 사용한 바 있다. 지난 2007년에는 '모든 폭탄의 대부'(Father of all bombs)로 불리는 세계 최대 진공폭탄을 실험발사했는데, 그 위력은 44톤(t)에 달하는 재래식 폭탄급이다. 일각에서는 이 무기가 비(非)핵 폭발물 중 가장 강력한 무기로 평가한다.
◆ "러시아, 우크라 여러 목표물에 진공폭탄 로켓 발사기 배치"
1일(현지시간)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우크라 목표물들에 진공폭탄 로켓발사기를 배치했다고 한 미 국방부 관리가 취재진에 알렸다.
당국자는 해당 내용이 공개하기에 예민한 군사 정보이고, 미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아직 진공폭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포린폴리시는 러시아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우크라를 침공한지 6일이 넘어도 수도 키예프를 함락하지 못했고, 군사 장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상황을 빨리 타개하고 싶어한다며, 키예프와 하르키우를 대상으로 폭탄공격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이 핵 카드를 꺼내든 것도 러시아군이 목표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로 읽는 가운데, 핵무기 사용은 사실상 불가능한 옵션이지만 진공폭탄은 가능한 선택지라고 말한다.
전직 미 국방부 차관보와 중앙정보국(CIA) 관리인 믹 멀로이는 "러시아의 진공폭탄은 목표물 타격 직후에만 인명을 앗아가지 않는다. 공기 중 뿐만 아니라 사람의 폐에서도 산소를 빨아들인다. 정말 끔찍하다"며 "러시아의 우크라 민간인을 목표로 한 전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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