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여러 사유 고려 안 해...행동 자유권 제한"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금융회사 종사자에게 계좌번호 등 거래정보 요구를 금지하는 금융실명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 나왔다.
금융거래의 비밀 보장이 중요하지만 거래정보를 요구한 사유나 정보의 내용을 고려하지 않고 요구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24일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 등의 위헌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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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산소 대심판정에서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2021.10.28 kimkim@newspim.com |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 등은 '누구든지 금융회사등에 종사하는 자에게 거래정보등의 제공을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금융거래 정보의 제공 요구 행위 자체 만으로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행위가 수반되지 않거나 비밀 보장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행위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명의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타인의 금융거래 정보가 필요해 금융기관 종사자에게 제공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 등 사안에 따라 죄질과 책임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심판대상 조항은 정보제공 요구 사유나 경위, 행위, 정보의 내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위반 시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최소 침해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금융 거래의 비밀 보장이 중요한 공익이라는 점은 인정하나 지나치게 일반 국민의 행동 자유권을 제한해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심판대상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이번 위헌 심판은 A씨가 은행원 B씨에게 타인 명의의 계좌번호를 요구했다는 내용의 공소사실로 약식기소돼 재판을 받으면서 이뤄졌다. A씨는 재판 도중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 등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고 법률 심판 제정을 신청, 제청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이를 받아 들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