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미국이 보낸 답신이 한 언론 보도로 유출된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파고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2021.06.16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주 미국이 러시아에 보낸 안전보장 요구에 대한 답신에 상호 군축을 제안했다는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의 보도가 2일(현지시간)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두지 않는 방안을 나토 파트너들과 논의하고 "(미사일 배치 여부를) 확인해 줄 투명성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약속이다. 러시아도 "미국이 지정한 러시아 내 미사일 기지 2곳에 대해 상호 투명한 공개"를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미국이 제안한대로 러시아가 상호군축에 합의한다면 우크라 사태는 일단락하겠지만 아직 크렘린궁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황. 아마도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가 빠진 것이 이유가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추가 확대와 우크라 가입 불허 ▲ 나토·러시아 간 기본협정을 위배하는 추가 병력과 무기 배치 금지 ▲ 상대편 영토 타격의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금지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제안한 절충안에는 우크라 나토 가입 배제와 나토 동진(東進) 금지란 핵심 요구사항들이 빠졌다.
외교적 노력의 결실이 쉽게 맺어지지 않자 미국은 병력 약 3000명의 동유럽 추가 배치를 공식화했다.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육군 기지에서 2000명이 수 일 안에 폴란드와 독일로 파견된다. 이중 대부분은 폴란드로 향한다. 독일 주둔의 미군 약 1000명이 루마니아로 이동한다. 폴란드와 루마니아에는 이미 각각 4000명과 900명의 미군 병력이 배치돼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추가 병력 배치가 나토 파트너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일시적인 공격 억지·방어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번 추가 병력 배치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지난달 24일 나토 신속대응군(NRF)으로 동유럽 배치 대기 명령을 내린 8500명과 별개다. NRF 소속 병력은 나토의 결정이 내려지면 즉시 배치될 수 있도록 했다.
러시아도 우크라 인근 지역에 군장비와 병력 배치를 확대하고 있는 정황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같은 날 CNN방송이 미 우주기술기업 막사(Maxar)의 위성사진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접경 벨라루스와 크림반도, 러시아 서부 여러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증가된 활동 및 준비태세"가 포착됐다.
막사는 "지난 수 주 동안 벨라루스에서 새로운 군사 배치들이 관측됐다. 벨라루스와 크림반도, 러시아 서부의 러시아군 배치 지역에서 병력 텐트와 쉘터를 볼 수 있다. 이는 전반적인 준비태세 수준을 향상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상호 군축과 투명성을 제안했지만 "기본적인 미국의 메시지는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미국은 누가 나토에 가입할 수 있는지 굳건한 입장을 나타냈다. 유출된 안보 보장 제안에 대한 답변은 전쟁이란 처치곤란한 위기가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국경지대에서 훈련중인 러시아군 탱크.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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