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삼성전자에 OLED패널 공급설 '화두'
세계 1위 세트-부품 '강자' 이해관계 맞아
이재용·구광모, 경쟁자 보다 '파트너' 관측
위기 극복·글로벌 경쟁력 확보 위해 '맞손'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오랜 기간 경쟁관계를 유지한 삼성과 LG 사이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사용한 OLED TV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다.
이면에는 젊은 총수들의 등장과 주력 사업의 변경,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으로 더 이상 좁은 국내시장을 두고 경쟁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배경이 깔려있다. 특히 두 회사 모두 '고객경험'을 새 기치로 내걸고 '공급망 리스크'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뉴스핌DB] |
◆'15년째 글로벌 TV 1위' 삼성, LG가 필요해진 이유는?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증권가를 중심으로 내년부터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구입할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가격 협상만 남겨둔 마무리 단계라는 관측이다.
당사자인 삼성과 LG는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다. 다만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TV시장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게 증권가들의 주장이다. LCD TV가 주도해 온 글로벌 TV시장은 OLED를 비롯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TV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2021년 TV 판매계획은 연초 4800만대에서 현재 4300만대로 낮아졌다. 주요 원인은 원활하지 않았던 LCD 패널 조달과 TV 수요 둔화가 꼽힌다.
대형 LCD 패널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주도권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LCD TV 패널 소요량의 70% 이상을 BOE, CSOT 등 중국 업체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내년 LCD 라인을 폐쇄할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삼성전자가 TV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이를 대체할 업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새 공급처로 떠오른 삼성전자가 반가운 입장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공장 증설로 올해 800만대 수준인 OLED TV 패널을 내년 1000만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옴디아에 따르면 내년 OLED TV 시장은 올해보다 80만대 증가한 690만대 수준에 그친 전망이다. 패널 공급량이 세트 판매량을 넘어 공급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같은 우려에 LG디스플레이는 기존 고객인 LG전자, 소니를 제외한 추가 고객 확보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LG전자의 LG 올레드 에보(OLED evo) [사진=LG전자] |
◆'고객경험·공급망 리스크 해소'..세계 무대로 '윈-윈' 전략
삼성과 LG의 관계 개선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먼저 주력 무대가 세계로 넓어지면서 서로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힘을 합쳐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윈-윈(Win-Win)'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15년째 글로벌 T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OLED 패널을 양산하고 있다. 두 회사의 협력으로 OLED TV 시장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젊은 총수들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은 주기적으로 모여 현안 등 공통 관심사안을 논의할 정도로 사이가 가깝다. 개별 계열사 간 분쟁을 겪기도 했지만, 이보다 더 대승적인 위기 극복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뉴 삼성', '뉴 LG'의 지향점도 일맥상통한다. 삼성과 LG의 2022년 화두는 '고객경험'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고객경험'에 초점을 맞춰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CE(가전)와 IM(IT·모바일) 부문을 통합해 'DX(Device eXperience) 부문'으로 통합했고, 무선사업부 명칭도 'MX(Mobile Experience) 사업부로 바꿨다.
구 회장도 최근 2022년도 신년사에서 "고객이 감동하는 이유는 고객이 경험한 가치 있는 순간들 때문"이라며 "한 번 경험하고 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그런 가치 있는 경험을 고객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고객경험'을 강조했다.
'고객 경험'은 단순히 제품의 성능을 우선시하기 보다 고객의 생각과 느낌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둔 방식이다. 고객이 혁신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경쟁사 제품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두 회사의 공통된 고민은 '공급망 관리'다. 내년에도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원자재·물류비 상승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올 초 중국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LCD 패널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국 업체로부터 TV 패널을 공급받을 경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협력 강화는 양사에 '윈-윈' 전략으로 작용해 중장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삼성전자 입장에서 중화권 LCD 패널의 구매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중국업체에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고, LG디스플레이는 고객기반을 다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