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오르자 원자재 가격도 상승
중국發 석화제품 수요 위축에 마진 감소
내년 잇단 NCC 증설로 공급과잉 우려
[서울=뉴스핌] 박지혜 기자 =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비상이다. 올해 상반기 에틸렌 호황을 누렸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납사(나프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탓이다. 에틸렌 스프레드(마진)는 하락 중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설상가상, 내년에도 국내외 다수의 납사분해시설(NCC) 증설이 예정돼 있어 공급과잉에 따른 제품가 하락 우려까지 높아지고 있다.
LG화학 대산공장 NCC 전경 [사진=LG화학] |
◆ '산업의 쌀' 에틸렌 마진 하락세
21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석유화학 제품 기초 원료인 에틸렌 가격은 20일 기준 톤(t)당 1030달러다. 이는 전월 대비 9.57% 올랐으나,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에틸렌 스프레드가 악화됐다.
NCC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이용해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설비다. 에틸렌은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재료로 활용돼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에틸렌은 중합의 과정을 거쳐 폴리에틸렌으로 전환되고, 다시 가공·성형 등의 과정을 거치면 비닐, 일회용품 등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코로나19 회복 기대로 인한 원유 가격 상승으로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나프타 가격은 20일 기준 t당 707달러로 연초 대비 37.82%, 전월 대비 57.64% 늘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나프타 판매 가격이 오르게 되고 결국 석화업계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조원가의 70%를 차지한다.
에틸렌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에틸렌 스프레드는 1분기 t당 451달러, 2분기 430달러에서 3분기 335달러로 떨어졌다. 이달 에틸렌 평균 스프레드는 t당 378달러로 전년 동월 평균치 대비 29.0% 하락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마진 하락 주요 원인은 10월, 11월에 걸쳐 상승한 유가와 이로 인한 나프타 가격 상승"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마진 감소에는 석유화학제품 수요 위축이 영향을 끼쳤다. 중국의 전력부족 등으로 석유화학 제품을 사용하는 자동차, 가전, 타이어, 의복 업체들이 가동률을 낮췄기 때문이다.
◆ 정유사도 에틸렌 증설 동참…가격 하락 우려
내년 국내외 NCC 생산 설비의 대규모 증설이 예상돼 에틸렌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생산라인 다양화와 자체 소비 등으로 공급과잉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1위 에틸렌 생산 기업 LG화학은 올해 하반기 90만t 규모의 여수 NCC 공장 증설을 마무리하고 설비 가동에 돌입했다. LG화학은 전남 여수, 충남 대산 공장을 포함 연간 총 340만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에틸렌을 외부 판매하지 않고 주요 제품과 고부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로 대부분 자체 소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라인 프로젝트를 통해 인도네시아에 연 100만t 규모의 에틸렌 생산이 가능한 NCC를 건설한다. 내년 착공 예정이다.
석유화학 기업뿐만 아니라 정유사들도 수익 다변화를 위한 에틸렌 생산 시설 투자에 적극적이다.
GS칼텍스는 현재 연간 에틸렌 75만t, 폴리에틸렌(PE) 5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 생산시설(MFC) 준공을 마치고 시험 가동 중이다. 내년 정식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법인인 현대케미칼은 원유 정제부산물을 활용해 석유화학제품 생산성을 높이는 석유화학분해시설(HPC) 기계적 준공을 마치고 시운전 중이다. HPC가 본격 가동되면 현대오일뱅크는 연간 PE 85만t, 폴리프로필렌(PP) 50만t을 생산하게 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HPC는 기존 NCC가 원료로 사용하는 납사 외에도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액화석유가스(LPG) 등 다양한 원료를 사용할 수 있고 생산라인도 다양해 여러 범용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면서 "시황에 따라 적절한 원료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공급과잉인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업체들이 신규 에탄분해시설(ECC) 물량을 아시아 지역에 공급하면 에틸렌 가격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시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국내 다수의 업체들이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년의 글로벌 경기 여건이나 시장 상황이 불확실한 상황이므로 공급과잉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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