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치솟자 원자재 가격도 올라
정유·석화 업체들 잇따라 'NCC' 증설
[서울=뉴스핌] 박지혜 기자 =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3분기 실적에 주의보가 켜졌다.
석화업체들이 올해 상반기에는 위생·일회용품과 의료용품, 가전제품의 수요 증가로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납사(나프타)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에틸렌 공급 확대로 상승 흐름이 주춤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LG화학 여수 NCC공장 [사진=LG화학] |
◆ 에틸렌 마진 축소 '1분기 451달러→3분기 335달러'
12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석유화학 제품 기초 원료인 에틸렌 가격은 지난 8일 기준 톤(t)당 1100달러다. 이는 연초 대비 6.28%, 전월 대비 30.95% 늘었다. 에틸렌 가격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4월 t당 403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다.
에틸렌은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재료로 활용돼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에틸렌은 중합의 과정을 거쳐 폴리에틸렌으로 전환되고, 다시 가공·성형 등의 과정을 거치면 비닐, 일회용품 등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최근 에틸렌 가격은 주요 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오르고 있다. 나프타 가격은 8일 기준 t당 765.125달러로 연초 대비 49.15%, 전월 대비 99.38% 늘었다.
에틸렌 가격이 원가부담을 상쇄할 만큼 오르고 있긴 하지만, 나프타 상승 폭이 커 에틸렌 스프레드(마진)는 상반기에 비해 줄었다.
에틸렌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에틸렌 스프레드는 1분기 t당 451달러, 2분기 430달러에서 3분기 335달러로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나프타 판매 가격이 오르게 되고 결국 석화업계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석화 산업의 주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돼 나오며 석유화학 제조원가의 70%를 차지한다.
◆ 하반기 대폭 늘어나는 '석유화학의 쌀' 에틸렌
국내 정유·석화업체들이 나프타 분해설비(NCC) 증설을 대부분 마치고 올 하반기 에틸렌 생산을 늘린다. 이에 따라 공급 과잉으로 인한 업황 악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NCC는 원유를 정제해 만든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하는 설비로 에틸렌과 같이 합성섬유나 합성수지를 만드는 기초원료를 생산한다.
정유·석화 업체들이 잇따라 NCC 신증설에 나서면서 국내 에틸렌 생산규모는 2020년 961만6000t에서 올해 1255만t으로 늘어난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6월 4년간 공들인 여수 제2 NCC를 정상가동했다.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기존 생산설비인 여수공장 120만t과 대산공장 130만t을 더해 총 330만t에 달한다.
정유업체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NCC 상업가동을 연내 시작할 예정이다. 양사는 기존에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석유화학 업체에 공급해 왔지만, 하반기부터 직접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한다.
GS칼텍스는 올레핀 생산시설(MFC)이 본격 가동되면 연간 에틸렌 75만t, 폴리에틸렌 50만t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석유화학분해시설(HPC) 가동 이후 폴리에틸렌 연산 85만t, 폴리프로필렌 연산 50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3분기 마진이 상반기 대비 다소 주춤하더라도 당분간 석화제품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에 의해 원재료 가격이 올라가고 아시아 및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급등했던 스프레드의 조정 국면 진입이 예상된다"면서도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언택트, 홈코노미, 위생 등 메가 트렌드 관련 수요는 견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업체의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각각 ▲1조2491억원 ▲4685억원 ▲1810억원으로 모두 1·2분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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