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집값 상승세 둔화시점에 정비사업 활성화시 재차 불안
민간 조합, 공공복합사업 적용하는 재초제·분상제 등 인센티브 요구
서울시 권한 밖으로 향후 사업 추진에 걸림돌 작용할 듯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 주요 정비사업 단지들이 오세훈표 개발사업으로 꼽히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 참여 의지를 보이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제) 및 분양가상한제 등 사업성 개선 혜택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민간 정비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하고 있어서다. 서울시장 권한으로 정비사업 절차가 단축될 수 있지만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토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신통기획이 향후 사업 속도가 빨라지기보단 표류할 것이란 우려감도 나온다.
◆ 조합, 공공복합사업과 유사한 인센티브 요구...국토부 "집값 불안에 부정적"
23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신통기획 참여 단지들이 제기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완화 요구는 수용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감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시행은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으로 정부의 협조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지원에 보수적으로 나서겠다는 게 정부측 생각이다.
국토부도 공공주도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민간시장을 억제하는 정책을 유지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최근 "민간 재건축이 확대되면 공급효과는 크지 없으면서 오래된 주택의 집값만 올라가는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집값이 힘들게 안정세에 들어선 만큼 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부분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시장 규제 완화에 부담을 느끼는 가장 큰 집값 불안이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폭이 둔화된 상황에서 시장에 개발 기대감을 불어 닥치면 다시 집값 상승이 고개를 들 것이란 우려감이 크다. 정부는 현시점이 주택시장에 중요한 변곡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3기신도시와 택지지구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는 한편 민간 시장에 대해서는 규제 문턱을 낮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규제라는 빗장을 풀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당 관계자는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규제를 완화하면서까지 민간 정비사업을 지원할 뜻이 없다"며 "3기 신도시와 택지지구, 공공복합개발 등으로 수도권 주택 공급난을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에 신속통합을 신청한 단지는 20곳이다. 1차로 11곳이 지원했고 9곳이 추가됐다. 주요 단지는 ▲여의도 시범 ▲대치 미도 ▲송파 장미1·2·3차 ▲송파 한양2차 ▲고덕 현대 ▲미아 4-1 등이다. 재축 최대어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사업 참여를 위한 조합원 동의를 취합하고 있다.
서울시는 참여 신청한 단지 중 연내 25개 안팎의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총 50여곳의 사업지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신통기획으로 진행되면 주거지역 35층, 한강변 첫 주동(한강변에서 가장 가까운 동) 15층 규제 등이 완화돼 적용된다.
◆ 서울시 신통기획 흥행몰이에도 장기적 참여 여부 불투명
정부가 규제 기조를 유지하면 신통기획도 향후 사업성 문제가 불거질 것이란 시각이 있다.
민간 정비사업 단지들은 공공복합사업과 비슷한 수준의 제도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및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안전진단 심의기준 안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정비사업에는 대부분 제외되는 항목이다. 정부는 '2·4공급대책'에서 공공재건축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조합원 2년 의무거주를 면제하기로 했다. 공공재개발 사업에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들 항목이 개선되지 않으면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이기에는 제약이 있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인근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빼고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상대적으로 시세가 비싼 강남권의 경우 수억원의 재초제가 적용된다. 실제 서초동 반포3주구는 가구당 평균 4억200만원의 분담금이 통지됐다. 서초 반포 현대아파트도 가구당 평균 1억3568만원이 환수될 예정이다.
분양가상한제가 면제되면 일반분양가를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할 수 있어 조합원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송파 한양2차 조합 관계자는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했는데 행정절차 이외에 인센티브 여부에 따라 최종 참여의사가 결정될 것"이라며 "일반 민간사업과 비교해 사업성, 절차 등에서 차이가 크지 않다면 자체 사업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