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기 제한 완화에도 러시아 핵 판단 변화 없어
러, 유럽 등 서방국에 사보타주 공격 가능성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소식에 마음을 바꿔 러시아 영토 공격을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했고, 이러한 결정이 러시아의 핵 공격 가능성을 높이지 않았다는 게 미국 관계자들의 판단이라고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단독 보도했다.
통신은 미 정보에 정통한 5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으며, 다만 이들은 러시아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유럽 대상의 사보타주 캠페인을 확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개월 동안 이행된 일련의 정보 평가 결과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미국산 무기 사용 제한을 완화하기로 한 결정으로 핵 확전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최근 최대 사거리 300㎞의 장거리 전술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ㆍ미 육군 전술용 지대지 미사일)의 러 본토 타격 사용을 처음으로 허용한 뒤에도 그러한 결론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 국빈 방문을 위해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이 전술미사일 사용을 허용한 날, 러시아는 핵 교리를 변경하여 핵 공격의 문턱을 낮췄다.
이번 정보를 전달받은 한 미 의회 관계자는 "평가 결과는 일관된다"면서 "에이태큼스 허용이 러시아의 핵 판단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러시아가 신형 중거리 미사일도 발사했지만 이는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 차원일 뿐 핵 전략이 바뀌지는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로이터통신이 접촉한 5명의 미 관계자 중 한 명은 러시아가 핵과 관련한 긴장감을 키우지는 않겠지만 미국이 초래한 만큼의 긴장감은 조성하려 할 것이란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며, 새 미사일 배치 역시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미 관계자들은 바이든 행정부 내부에서 초기에는 우크라이나의 무기 사용 제재 완화가 러시아를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는데, 이번 정보 덕분에 그러한 논란과 우려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핵 긴장 고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컸지만, 결정적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에 앞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에이태큼스 허용으로) 마음을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관계자들은 핵 긴장 등 갈등이 고조될 것이란 우려는 과장됐을 수 있으나, 전반적인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은 여전히 위험한 상태이며 핵 위협 역시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가 서방국에 다른 방식으로 보복할 가능성도 우려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보 관계자들은 핵 사용이 군사적으로 명확한 이점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러시아의 최후 수단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대신 러시아는 사보타주와 사이버 공격 같은 다른 수단을 먼저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조지타운대 유라시아 및 러시아 동유럽 연구학 교수 엔젤라 스텐트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대응이 우려"라면서 러시아가 유럽 내 사보타주 활동에 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러시아의 정보 기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들을 위협하기 위해 유럽에서 대규모 국제적인 작업을 벌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한 미국 관계자는 러시아가 서방에 대한 "그레이존" 전쟁(공개적이거나 직접적인 전쟁이 아닌 다양한 방식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광범위한 요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