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제네시스에 초고강도 1.8GPa 강판 공급
동국제강, 삼성·LG전자·건축 등에 컬러강판 확대
자동차·전자 등 전방 산업 수요 회복세 '가속' 역할
"현대제철 모빌리티 분야 연 매출 1조2000억 전망"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각사 주력 사업에서 특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철강사의 제품 특화 전략이 코로나19 이후 자동차와 전자 등 전방 산업의 회복을 빠르게 가속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제철은 최대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중심으로 친환경차 강판을 확대하는가 하면, 동국제강은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급증한 가전, 건축 등에 폭넓게 사용되는 컬러강판을 증산하고 있다.
7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용 강판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266종 자동차 강판을 개발 완료 후, 올해 연말까지 45종의 강판을 개발 중이다. 이로써 현대제철이 보유한 자동차 강판 종류는 총 311종으로 늘어나게 된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사진=현대차] 2021.11.05 peoplekim@newspim.com |
◆ 친환경차에 특화..현대제철, 강하면서 가볍다
올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적용된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등 전기차가 출시되면서, 자동차 강판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됐다. 강하면서 가벼운 것을 넘어 향후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해 성형도 용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친환경차의 범위가 승용차 뿐만 아니라 수소 트럭 등 상용차까지 확대되는 만큼, 친환경차용 강판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친환경차용 강판이 사실상 대부분의 자동차 강판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철광석 등 원료부터 생산까지 철강 제품의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제철은 현대차와 'TWB 핫스탬핑 차체 부품용 1GPa 소재'를 공동으로 개발했다. 두께나 강도가 다른 두 강판을 용접해 하나의 판으로 만드는 TWB(Tailior welded Blank) 공법과 950℃의 고온으로 가열된 철강소재 프레스로 판을 성형하는 방식이다. 마치 도장을 찍는 듯 해 붙여진 이름이 핫스탬핑이다.
핫스탬핑 공법은 특히 강판 무게를 낮추는 경량화 신기술이다. 업계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에 핫스탬핑 공법은 약 15% 적용되는데, 전기차에는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제철은 해외뿐만 아니라 충남 예산공장에 22기, 울산공장에 2기의 핫스탬핑 라인을 보유해 핫스탬핑 분야에서 국내 최대 사업장을 구축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 간 특허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1기가파스칼(GPa) 강판은 외부 충돌에 버티는 차량 뼈대 역할을 하는 '센터필러'를 만드는 데 쓰인다. 센터필러는 일반적으로 승용차의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에서 지붕과 연결되는 기둥이다. GPa는 재료 강도를 측정하는 단위다. 1GPa는 가로세로 1mm 크기의 재료가 100㎏ 무게를 버틸 수 있는 강도로, 자동차 외부 강판보다 2~5배 강하다.
현재 1.5GPa 강판은 현대차 쏘나타·그랜저·아이오닉5부터 기아 K시리즈까지 대부분 차종에 적용됐다. 1.8GPa 강판은 최근 제네시스 일부 모델의 센터필러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나아가 현대제철은 2.0GPa, 2.2GPa 이상 초고강도 강판을 개발·출시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차세대 차량 중량 증가에 따라 향후 1.8GPa급 핫스탬핑 적용 니즈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기아와 글로벌 OEM사 공급량이 2023년 4000톤(t) 이상 증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2019년 자동차 전문 브랜드 에이치솔루션(H-SOLUTION) 출시에 이어, 경도 및 가공성을 크게 향상한 내마모강 웨어렉스(WEAREX)와 함께 고강도강 브랜드 울트렉스(ULTREX) 브랜드를 줄줄이 선보이는 등 자동차 강판 특화 전략을 가속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사진=동국제강 블로그] 2021.11.05 peoplekim@newspim.com |
◆ 동국제강, 삼성·LG·월풀 등에 가전용 컬러강판 공급
동국제강도 컬러강판을 브랜드화하고 있다. 용도에 따라 ▲가전용 앱스틸(Appsteel) ▲건축용 럭스틸(Luxteel) ▲지붕재 수퍼smp(Supersmp)다. 이를 통해 동국제강은 컬러강판 사업의 독보적 1위를 사수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컬러강판 시장 규모는 2020년 상반기 기준 약 240만t으로, 동국제강 점유율이 약 35%로 1위다. 포스코강판 약 20%, KG동부제철 약 20%로 비중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세아씨엠도 약 10% 점유율을 보이며 연간 21만t의 컬러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동국제강 부산공장은 지난 9월 컬러강판 전문 생산라인 'S1CCL(Special 1CCL)'을 준공하면서 연간 생산 규모가 75만t에서 85만t으로 늘어났다.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연간 생산능력은 2011년 약 40만t에서 10년 만에 두 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컬러강판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에서 20%까지 뛰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컬러강판 시장 규모는 2019년 24조원에서 2024년 33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국제강은 앱스틸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월풀, 파나소닉, 보쉬 등에 공급하고 있다. 냉장고를 비롯해 세탁기, TV, 식기세척기 등 공급 범위가 매우 넓어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동국제강은 컬러강판 증산과 함께 최신 기술인 라미나 공법과 자외선(UV) 코팅 공정을 더한 컬러강판 등 고부가가치 전략형 제품 생산을 확대해 수익성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라미나는 강판에 특수 필름을 부착해 색상, 무늬, 질감을 표현하는 기법이다. 라미나 기법이 적용된 컬러강판은 주로 프리미엄 가전제품 혹은 건축용 내‧외장재로 활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지난 4월 모빌리티소재 사업본부를 신설 뒤 모빌리티 부품과 신소재 가공 사업을 확대해 올해 해당 부문 매출이 1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동국제강 컬러강판은 핵심 사업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으며 가전사 등 고객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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