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내 민영주택 15→20%...민간택지 7→10% 특공 물량 확대
대출규제에 더 몰려드는 청약 수요...정책 효과 반감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정부는 민영주택 청약에서 생애최초 특공 물량 비율을 늘려 2030 세대들의 주거 불안 해소에 나선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공급량 자체가 늘어난 것이 아닌데다 대출규제로 인해 청약시장으로 수요가 더 몰릴 것으로 예상돼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량 비율 확대로 늘어난 물량보다 청약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희망고문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 2030 청약 기회 더 늘린다...민영주택 특공 20%까지 확보
4일 국토부에 따르면 민영주택 청약에서도 생애최초 특별공급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의 '생애최초 주택특별공급 운용지침'이 마련됐다.
운용지침에는 현재 민영주택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비율은 공공택지는 15%, 민간택지는 7% 인데 이를 각각 20%와 10%로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 지침은 11월 중순 이후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한 물량부터 적용된다.
민영주택은 본래 생애최초 특공 물량이 없다가 지난해 7·10대책으로 현재와 같은 비율의 생애최초 특공 물량이 배정됐다.
이번 지침에는 지난 9월 국토부가 발표한 청약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특별공급제도 개선 방안도 반영됐다. 이 방안은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물량의 30%를 추첨제로 공급하면서 1인가구와 소득기준을 초과한 맞벌이 부부에게 청약 기회를 제공하도록 했다.
민영주택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 확대에 나선것은 2030 세대의 청약을 통한 내 집마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운용지침에 따르면 생애최초 특별공급 당첨자의 66%가 2030 무주택 실수요자인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비율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 대출규제에 비율 확대까지...청약시장 과열만 키운다
공급 자체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특별공급 비중 확대는 청약 지원자 수만 늘려 이전보다 더욱 치열한 청약 경쟁을 낳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비율 증가·자격요건 완화가 자칫 '희망고문'에 그칠 수도 있다.
가파르게 오른 집값에 대출규제 강화가 겹쳐 기존주택 마련이 어려운 실수요자들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저렴한 청약시장으로 더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특별공급 비율 확대를 통한 청년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 확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특별공급 비중이 늘어도 2030 세대에게 체감효과가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주택 대출 문턱이 강화돼 거래시장 대신 청약시장으로 수요가 더 몰릴 것으로 보여 청약기회 확대가 오히려 희망고문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회피 물량과 연말을 앞두고 당장 물량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11월 전국에서 총 76개 단지에 4만4947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가량 증가한 것이고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물량이다.
정부는 사전청약과 공급이 예정된 물량들의 시기를 앞당기는 방법으로 물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율 확대 외에도 사전청약 등으로 공급 시기를 앞당겨 2030 세대들의 내 집 마련을 통한 주거안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셈이어서 일시적인 공급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출규제 전에 물량이 나오고 비율이 늘어나면 단기적으로는 공급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후에는 물량이 줄어 조삼모사가 될 수 있다"며 "비율 확대와 함께 청약 수요 분산이나 공급 확대 방안이 마련돼야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