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 서울 청량리역 6번 출구, 남성 A씨가 손에 물건을 한가득 들고 내려오던 중 미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졌다. A씨가 넘어질 줄은 상상조차 못한 뒤따르던 승객 3명도 A씨의 몸에 걸려 연달아 넘어졌다. 함께 넘어진 70대 여성 B씨의 머리카락이 에스컬레이터 틈 사이로 끼어들어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등 큰 부상을 입었다. 역 직원이 곧바로 출동해 에스컬레이터 전원을 끄고 지혈 후 119를 호출했다. 다행히 부상자 모두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청량리역 6번 출구는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의 목소리와 함께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최근 5년간 서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한달 평균 4.5번의 승객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원인은 주로 짐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3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년 1월∼2021년 9월) 서울 지하철 내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한 넘어짐 사고는 총 257건이 발생했다.
이 중 60대 이상 노인과 관련한 사고가 150건(58.4%)으로 전체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넘어짐 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한 역은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13건)이었다. 일일 수송인원이 5만 3963명에 이르는 데다 에스컬레이터 대수 또한 12대로 인근 상업지역에서 물건을 사고 지하철을 타는 인원이 많은 점을 원인으로 꼽혔다. 여기에 1호선과의 환승 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 발생한 사고도 많았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사진=서울시] 2021.11.03 donglee@newspim.com |
환승 인원이 많은 3호선 고속터미널역(7건), 4호선 충무로역, 7호선 이수역·노원역(각 6건)도 넘어짐 사고가 잦았다.
넘어짐 사고 유형은 다양했다. 보행 보조기나 물건을 가득 실은 손수레 등 큰 짐을 든 승객이 균형을 잡지 못하거나 에스컬레이터 턱에 짐이 걸려 넘어지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술에 취한 채 에스컬레이터를 타다 손잡이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1호선 제기동역은 '손수레'로 인한 사고가 잦았다. 인근 경동시장이나 약령시장에 물건을 사러 온 노인들이 손수레를 끌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 부주의로 사고가 난 경우가 많았다. 이밖에 음주로 인한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충무로역, 신대방역, 이수역 등에서 많이 발생했다.
공사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고시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 탑승 시 유모차나 수레 등 큰 짐을 휴대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승객은 이 같은 규정을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공사는 사고 예방을 위해 손수레‧보행보조기 등 큰 짐을 든 승객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방침을 정하고 홍보에 나섰다. 이달부터 사고 발생 건수 상위 30개 역사를 대상으로 엘리베이터 위치를 알리는 홍보물을 집중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김석호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은 "큰 짐을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다 발생하는 사고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큰 데다 대부분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기에 피해자와 민·형사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승객들께서도 안전을 위해 짐이 많을 때는 꼭 엘리베이터를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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