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정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결정한 가운데 5·18 단체를 비롯한 광주시민사회단체·노동계 등이 잇따라 반발하고 나섰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5·18 당시 광주 시민 학살의 공범, 내란죄, 뇌물수수 등 혐의로 징역 17년 형과 추징금 2600억여원을 선고받은 죄인의 장례 비용이 국고로 부담된다"며 "국가의 헌법을 파괴한 죄인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고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021.10.27 photo@newspim.com |
광주 시민단체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노태우 씨는 대통령이기 전에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군대를 동원해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반란의 수괴이다"며 "생전에 광주학살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으며, 회고록에서는 학살의 책임을 광주시민들에게 돌리기도 한 인물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노태우 씨가 국가장의 대상자가 되는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인지 문재인 정부에 묻고 싶다"며 "노태우씨에 대한 국가장 결정은 아직 미완성인 5·18의 진실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의지에 반하는 것이며, 진실을 왜곡하고 끝내 참회하지 않은 학살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준 셈이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민주주의를 갈망하던 국민들을 살육하고 민주주의의 피를 흡혈했던 범죄자에게 국가장이라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광주진보연대도 "5월 학살의 핵심 범죄자의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장의 예우와 국립묘지 안장은 있을 수 없다"며 "그는 전직 대통령이기 전에 반란수괴, 내란수괴, 내란목적 살인,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17년형을 받은 중대 범죄자일 뿐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짓밟는 것이고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부정하는 꼴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노태우 전 대통령이 향년 89세를 일기로 사망한 가운데 27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2021.10.27 photo@newspim.com |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더불어민주당 광주지역 국회의원들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민형배·송갑석·윤영덕·이병훈·이용빈·이형석·조오섭 등 민주당 소속 광주 국회의원 7명은 성명을 통해 "5·18 학살 주범 노태우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가장 예우를 해주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과 공동 성명을 통해 "고인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정부 결정을 존중하지만 광주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다하고 오월 영령과 광주시민의 뜻을 받들어 국기의 조기 게양과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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