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유럽이 천연가스 가격급등 쇼크에 휩싸인 가운데 과거 소련 소속 국가였던 몰도바가 유럽연합(EU)에 긴급 천연가스 공급 요청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가스 공급국가인 러시아는 몰도바를 포함한 유럽에 대해 에너지 무기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형국이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몰도바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가스프롬과의 천연가스 공급 계약이 끝나면서 가스 공급이 중단되자, 유럽연합 회원국 루마니아를 통해 유럽연합 국가들로부터 천연가스 공급을 요청하고 있다.
사안에 능통한 익명의 소식통에 의하면,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있는 몰도바는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인해 지난달 평소 1/3수준만 구입할 수 있었다. 공급계약 상당분이 지난달로 종료됐기 때문이다.
10월들어 천연가스 가격은 1000㎥당 790달러로 전월대비 43% 상승했다. 몰도바가 이번에 천연가스 구입가격도 전년대비 5배에 해당하는 수준. 관광수입에 의존하는 빈국에 속하는 몰도바에게는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안드레이 스프누 몰도바 부총리는 전날 "최근 가스가격이 정당하지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며 루마니아나 우크라이나 등에서 대신 가스를 공급받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옛 소련 소속 국가였던 몰도바에선 지난해 친서방 성향의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석유화학 정보 제공 기업 ICIS의 아우라 사바두스는 "러시아 가스프롬이 공급하는 물량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몰도바에는 매우 중요한 수준이라서 러시아는 천연가스 가격 급등을 몰도바를 압박하는 데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현상황을 풀이했다.
이에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일종의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유럽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스공급 확대 시사 발언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의 방향을 바꾸어 놓은 바 있다. 유럽이 천연가스 소비량 가운데 러시아 가스프롬 공급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이른다.
러시아는 유럽 각국과 맺은 장기공급계약은 이행하고 있지만 공급을 확대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가 유럽 시장의 안정적 공급자라는 점을 보여줄 기회"라며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확대를 촉구하는 이례적 성명을 지난달에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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