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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가파른 인플레이션 상승이 민간 소비와 제조업계의 생산을 강타, 미국 경제 성장에 브레이크를 걸 전망이다.
물가 상승이 슈퍼 부양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공급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진단이 빗나간 것은 물론이고 추세적인 인플레이션의 통제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국제 유가를 필두로 에너지 가격 급등과 임금 상승까지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이 지속되는 한편 이에 따른 후폭풍이 주식시장에도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다.
과거 1970년대 석유 파동의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번지는 가운데 일부 시장 전문가는 내년 전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10일(현지시각) 골드만 삭스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2021년과 2022년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얀 하치우스를 중심으로 한 골드만 삭스의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제시했던 5.7%에서 5.6%로 낮춰 잡았다.
뿐만 아니라 골드만 삭스는 내년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4.4%에서 4.0%로 조정, 더욱 큰 폭으로 떨어뜨렸다.
미국 오클라호마의 원유 저장 시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무엇보다 민간 소비 둔화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슈퍼 부양책 효과와 경제 활동 재개 이후 이른바 보복 소비가 한풀 꺾이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상승이 가계 지출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델타 변이 확산을 포함해 팬데믹 사태가 백신 공급 이후 예상만큼 빠르게 진화되지 않는 상황도 내년 실물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반도체 칩 공급 부족 사태가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되면서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골드만 삭스는 내다봤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를 포함한 그 밖에 투자은행(IB)도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충격을 가할 것이라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연초 이후 64% 폭등하며 7년래 최고치까지 뛰었고,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6개월 사이 두 배 치솟았다.
난방유가 연초 이후 68% 오르며 갤론 당 미국 평균 가격이 3달러 선을 뚫고 올랐고, 석탄 가격은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민간 소비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제조업부터 서비스업까지 주요 기업들의 숨통을 조여 경제 성장을 깎아내릴 수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캐티 보스잔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은 소비자들에게 세금 인상과 마찬가지"라며 "2분기 정점을 찍은 미국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길고 큰 폭으로 하강 기류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지난 8월 연율 기준 4.3%를 기록한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가 연말 5.1%까지 뛸 수 있다고 밝혔다.
노데아은행은 더욱 비관적인 목소리를 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을 빌미로 내년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한 것.
최악의 경우 내년 유가가 40% 추가 상승하며 미국은 물론이고 글로벌 경제가 내년 일시적인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JP모간 역시 최근 보고서를 내고 최악의 경우 2025년까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9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유가가 당장 앞으로 수 개월 사이 연율 기준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를 0.4%포인트 끌어올리는 한편 실물경기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준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 통제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블룸버그는 정책자들이 인플레이션 장기화 조짐에 당혹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미 늑장 대응으로 인한 후폭풍이 가시화된 가운데 앞으로 공격적인 매파 기조로 실물경기와 자산시장에 충격을 가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지적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