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청구인의 금전적 배상 관련 작위 의무 없어"…청구 각하
유족들 명예회복·화해권유 작위는 인정…"조치 이미 이행"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춘천강간살인 조작 사건과 관련해 국가가 헌법상 피해자 및 가족에 대해 금전적으로 배상을 해야 할 작위 의무가 없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과거사정리법에 따른 진실규명 사건의 피해자가 행정안전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피해 배상 및 보상·명예회복·가해자 화해권고를 위한 적절한 조치 이행 의무 관련 행정 부작위 위헌 확인 사건에 대해 심판 절차 종료 및 각하를 선언했다고 6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지난 6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2021.06.24 mironj19@newspim.com |
헌재는 피해자 정모 씨에 대한 명예회복 및 화해권유 부작위 부분에 대해선 심판 절차 종료를 선언했다. 이밖에 ▲피해자와 가족들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금전적 배상 및 보상이나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은 부작위 ▲피해자 유가족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작위 ▲피해자 유족과 가해자 간 화해를 적극 권유하지 않은 부작위 등에 대해 위헌 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모두 각하를 선고했다.
헌재는 "정 씨는 헌법소원심판 절차 중 사망했고, 공동 청구인들이 소송 절차 수계신청서를 제출했다"며 "관련 기본권의 성질상 배상 조치 부작위 부분은 수계하고, 승계가 허용되지 않는 명예회복 및 화해권유 부작위 부분은 심판 절차가 종료됐다"고 판시했다.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배상 부분에 대해선 "헌법 해석상 피청구인이 진실규명 사건 피해자 및 가족에게 배상·보상을 하거나 위로금을 지급해야 할 작위 의무가 도출되지 않는다"며 "고문방지협약에서도 피청구인들이 직접 금전적 피해를 배상·보상하고 위로금을 지급해야 할 작위 의무가 도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헌재는 피해자 유가족의 명예회복과 화해권유에 대한 작위 의무는 인정했다. 다만 그에 대한 조치가 이행된 것으로 봐 이에 대한 위헌 확인 청구는 적절치 않다고 봤다.
헌재는 이들의 명예회복 부분과 관련해 "과거사위가 춘천강간살인 사건에 관한 진실규명 결정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조사보고서를 업무지원단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등 정 씨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가 이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헌법상 작위 의무가 이행돼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 공권력 불행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명예회복 부작위 위헌 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다"고 설명했다.
화해권유 부분에 대해서도 "피청구인이 정 씨에게 직접 사과하거나 춘천강간살인 사건에 대해 명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포괄적인 국가 사과 등을 계획한 후 이를 추진하고 있으며 가해자들에게도 진실규명 결정 통지서를 송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치가 피해자의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으나 외부에서 강제할 수 없는 화해의 성격을 고려할 때 가해자가 독자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스스로 반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이행했다면 헌법에서 유래한 작위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재에 따르면 청구인 정 씨는 춘천강간살인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형이 확정된 자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는 지난 2007년 11월 해당 사건에 대해 '가혹행위를 통한 자백, 증거 조작 등을 통해 조작된 사건'이라는 취지로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이후 정 씨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정 씨와 그의 가족들은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기각당했다.
이들은 "과거사정리법이 정한 바에 따라 피해자와 가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가해자와의 화해를 적극 권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고문방지협약에 따라 피해자와 가족들이 적절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실효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다"며 2016년 12월 부작위에 대한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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