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영업손실...시장 철수도 검토
"일단은 헝타 사태 추이 지켜보고 있어"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인 헝다그룹(헝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커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중국 현지법인 확대 움직임도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중국의 규제로 영업활동 제약이 컸던 상황에서 헝다 쇼크로 해외투자활동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헝다그룹의 파산 가능성을 점치는 분석이 쏟아지면서 국내 증권사들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헝다는 이날 8353만달러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자회사 텐허의 이자를 포함해 약 1억1900만달러(한화 약 1408억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올해 추정되는 이자액만 약 7억달러(8283억원) 수준이고 내년부터는 77억달러(9조1106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돌아와 이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헝다그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 때문에 중국 시장에 진출한 증권사들의 현지법인, 사무소 등도 활동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국가 중에서도 유독 중국에 가장 많은 거점을 마련한 상황이어서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철수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해외 현지법인은 41개, 사무소 13개가 운영되고 있다. 현지법인과 사무소를 모두 합해 가장 많은 점포가 설치된 국가는 중국(13곳)이다. 베트남(9곳), 인도네시아(8곳), 홍콩(8곳), 싱가포르(6곳), 태국(3곳) 등과 비교해도 현지법인과 사무소 모두 많다. 국내 증권사들은 중국의 성장성에 주목해 지난 2010년부터 꾸준히 중국 현지에 현지법인과 사무소를 속속 설립했다.
특히 다른 국가에 비해 중국에서의 수익이 신통치 않았던 상황에서 헝다 사태까지 겹치면서 올해 실적이 기대치를 크게 하회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증권사 해외현지법인 등의 당기순이익은 1억9700만달러(2324억원)로 전년 대비 약 1000만달러(5.6%) 증가했다. 하지만 홍콩․베트남 등 10개국에서 위탁·인수 수수료수익 등으로 흑자를 기록한 반면 중국에서는 오히려 140만달러(16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결국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중국 현지법인을 축소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검토되는 분위기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헝다 사태가 다른 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국 내부에 미칠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중국현지법인이 수년째 손실을 보고 있는 데다 이번 사태까지 겹치면서 손실 폭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여 영업망 축소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중국과 홍콩시장 모두 국내 증권사로서는 자본 투입 대비 실제로 거둬들이는 수익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증권사들도 헝다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다 중국과 홍콩 시장에서 해외현지법인을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