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총고용 이뤄져야" vs 회사 "총고용 안 하겠다 한 적 없어"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과거 빅4 조선사로 불렸던 STX조선해양이 '케이조선'으로 새 출발했다. 오랜 채권단 관리를 마치고 케이조선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조직 개편을 하며 본격적으로 수주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다만 STX조선해양 당시 직원들의 고용승계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향후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전경 [사진= STX조선해양] |
◆ 2년 간 무급 휴직 직원들 "총고용 보장" 요구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케이조선 노사는 고용승계 문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케이조선은 STX조선해양 시절이던 지난 2013년 경영위기로 인해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이후 2018년 회사 측은 생산직 50% 축소 내용을 담은 인적구조조정 방안을 통보했고 노조는 인적 구조조정 중단을 전제로 한 2년 무급휴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 2020년 다시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을 제안했고 노조는 파업 끝에 유급휴직을 보장받았다. 노조는 오는 12월까지 유급휴직을 마치고 현장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노조는 유암코와 KHI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을 때부터 우려의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전문기업이 아닌 구조조정을 전문회사가 STX조선을 인수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조는 채권단 관리가 마무리된 뒤에도 사측이 경영 정상화에만 집중하면서 고용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고민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STX조선지회는 지난 7월 27일 창원시 진해구 케이조선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총고용 보장을 요구했다. 노조는 "STX조선해양의 회생 밑거름은 총고용 보장과 단체협약 승계"라며 "이후에도 문제가 있으면 노사가 협의해 안정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케이조선 "총고용 관련 입장낸 바 없다...노조와 협의할 것"
반면 회사 측은 총고용 보장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한 적 없다고 밝혔다. 노조가 회사에 대해 "고용 문제에 무관심하다"고 지적했지만 STX조선해양 시절 직원의 고용승계 여부에 대해서 공식적인 입장을 낸 적 없다는 것이다.
케이조선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고용승계에 대해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노조가 고용승계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그 속에는 무급휴직의 유급휴직 전환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케이조선의 생산직은 540명 수준으로 현재 반씩 나눠 절반은 무급휴직, 절반은 출근하고 있다. 회사 측은 채권단 관리가 마무리된 만큼 노조가 무급휴직의 유급휴직 전환이나 전원 출근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케이조선 관계자는 "올해 선박 수주를 했지만 실제로 생산에 들어가는 것은 연말이나 내년 초가 돼야 할 것"이라며 "이에 노조는 빨리 전원 회사 복귀를 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지만 적어도 향후 1년 간은 반반씩 나눠 출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배를 만드는 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휴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라며 "관련해서는 노사가 이야기를 해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STX조선해양이 케이조선으로 새 출발하는 데 대한 기대가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케이조선은 이미 올해 일감을 모두 확보했다. 다만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과거 슈퍼 사이클로 당시 발주된 선박들의 교체 수요도 있는 만큼 향후 공격적인 수주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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