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한 해태, 체질개선으로 새 활로찾기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지난해 해태아이스크림을 사들인 빙그레가 올해 일찍 시작된 폭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이달 빙과류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하는 등 폭염 수혜를 톡톡히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빙그레는 올해 빙과류 시장 1위를 목표로 여름 장사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1.07.28 romeok@newspim.com |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효과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빙그레의 1분기 빙과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9.7% 증가한 1111억 원을 기록했다. 에프엔가이드에 의하면 올해 2분기 예상 매출액은 3165원, 영업이익 262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에는 여름철 판매량 등을 반영해 매출액 3357억원, 영업이익 266억원 등 실적 상승이 뚜렷해질 것으로 추정됐다.
◆해태, 만년 적자 빙과 덜고 체질개선...빙과류 미련없다
빙과사업을 매각한 해태제과는 폭염에 따른 빙과류 매출 호조에도 미련이 없다는 반응이다. 해태제과의 빙과사업은 부라보콘, 누가바, 바밤바 등 장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2012년 이후 수년째 적자를 누적해왔기 때문이다.
해태제과의 빙과사업 매출은 2017년 1690억, 2018년 1679억, 2019년 1507억으로 꾸준히 줄었고 영업손실은 2017년 55억, 2018년 35억, 2019년 30억 수준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전체 사업 매출액도 2017년 7604억에서 지난해 5639억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재무부담은 가중돼 수년간 순차입금이 2000~3000억 규모로 200~300억 가량인 영업이익 대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해태제과는 골머리를 앓던 빙과사업을 덜어내면서 재무구조 개선 등 여유가 생겼다는 입장이다. 해태아이스크림 매각 금액인 1400억원 중 9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해 2019년 210%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을 135.5%로 낮추는 등 재무안정성을 개선했다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도 지난 3월 해태제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올렸다. 빙과사업 매각으로 재무안전성이 큰 폭으로 개선됨에 따른 조치다. 엄정원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신용등급 상향 이유에 대해 "빙과사업 매각으로 재무안정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며 "개선된 현금창출력으로 투자부담과 배당금을 충당하면서 우수한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너지 꾀하는 빙그레, 새 활로 찾는 해태
빙그레는 현재 해태아이스크림의 판매채널 확보와 영업강화 등으로 매출 증가를 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원재료 공동구매, 공동 모델을 통한 마케팅, 해태아이스크림의 해외진출 등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걸그룹 오마이걸을 빙그레 '슈퍼콘'과 해태의 '마루시리즈'의 공동모델로 발탁해 MZ세대를 공략하는 마케팅에 나섰고, 해태의 대표 제품인 부라보콘의 모델을 배우 이병헌으로 내세워 TV광고도 시작하기도 했다. 부라보콘의 TV광고는 2011년 이후 10년만인 것으로 알려진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의 경우 기존에 부족했던 판매채널을 새로 확보하고 영업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등 시너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 이병헌의 해태아이스크림 부라보콘 광고. [사진=부라보콘 광고 캡쳐] |
반면 해태제과는 기존 제과사업에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해태아이스크림 매각으로 재무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새로운 활로 찾기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먼저 내년 9월 제품 생산을 목표로 충남 아산에 약 1만4000㎡(4200평) 규모의 친환경 과자공장 건립에 나섰다. 450억원을 투자하는 신축 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능력은 2200억원 규모로 홈런볼, 에이스, 후렌치파이가 생산될 예정이다. 고향만두의 프리미엄 제품인 명가 고향만두를 출시하고 스낵 제품인 신당동떡볶이의 새로운 맛을 선보이는 등 최근 기존 브랜드를 다양화한 제품도 내놓고 있다.
크라운해태홀딩스 관계자는 "성장이 둔화되던 적자 사업인 아이스크림을 매각하면서 제과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투자 여력도 확보했다"며 "아산에 짓는 친환경 공장이 그 일환이다. 메가브랜드를 중심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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