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공장 540억원 보상금 받고도 '무단 점유' 버텨 지자체 골머리
[서울=뉴스핌] 조석근 기자= "서울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 결정으로 그 땅은 서울시와 구청 소유에요. 보상금까지 받아갔는데도 그쪽에서 행정소송만 4건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 2~3년은 더 버티려는 것 같은데 아예 나갈 생각이 없나봐요"
지난 30일 송파구청 관계자의 전화 속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대체 몇 년째 이 상황이 반복되는 것인지 주민들도 이미 지쳤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및 송파구로 강제수용된 풍납동 305-10 어느 시설 얘기다. 이미 남의 땅이 된 곳에서 '꿋꿋이' 버티고 있다는 이들은 과거 폭력적인 재개발 방식에 저항하는 철거민 같은 처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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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석근 기자 2021.07.08 mysun@newspim.com |
사실은 해당 지역에 2만1076㎡(7000여평) 규모의 레미콘 공장을 운영하는 삼표산업 얘기다. 삼표산업은 이곳에 1978년부터 이 공장을 운영했다. 고도 성장기 서울 일대에서 대대적인 개발 붐이 일던 시기다. 이후 서울 도심권 내 레미콘 공장들은 모두 떠났지만 유독 삼표산업의 풍납공장, 성수동 공장만은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서울시내 공사현장으로 가장 빨리 콘크리트를 운반할 수 있는 공장들이라고 한다. 레미콘 업계는 물론 건설 업계에서도 이 공장들의 위상은 각별하다. 그러나 삼표는 법적으로 엄연히 이 풍납공장을 '불법 점유'하고 있다. 올해 초 이미 소유권이 서울시와 송파구청으로 전면 이전됐다. 삼표는 이미 지난해 토지수용에 대한 보상금 544억원도 받아갔다.
송파구는 해당 부지 무단 사용에 대해 지난달까지 23억원의 변상금까지 부과했다. 급기야 송파구는 공장 전체 16필지 중 3필지 철거를 우선 완료했다. 레미콘 생산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일부 시설에 한해서다. 삼표측은 그럼에도 순순히 공장을 비워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수용재결 취소, 손실보상 증감, 사용허가 불허 취소, 변상금 부과 취소 등 삼표산업이 서울시와 송파구를 상대로 제기,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이 모두 4건이다. 서울시와 송푸구의 결정사안에 여전히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송파구도 "그렇다면 보상금부터 반납하라"며 삼표측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 다섯 건의 소송에 대해 재판부가 결론을 내놓을 때까지 최소 2~3년은 걸릴 전망이다.
송파구는 물론 경쟁 레미콘 업체들도 삼표측의 이같은 행동에 대해 "결국 버틸 만큼 버티겠다는 신호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표산업측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 별도로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삼표산업이 포함된 삼표그룹은 지난해 매출액 1조4000억원을 기록한 중견기업이다.
1952년 강원탄광으로부터 출발해 고령층에겐 '삼표연탄'으로 단단히 각인된 회사다. 이런 삼표와 송파구의 불편한 관계는 20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주민들의 공장 이전 요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풍납토성 일대의 역사문화적 가치에 주목한 문화재 발굴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지금까지 공장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져 오고 있다.
핵심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문제는 기업체 입장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수많은 운반 차량이 드나들고 시멘트, 골재류로 인한 분진이 날리는 레미콘 공장을 순순히 받아줄 수도권 다른 지역을 찾는 일도 어렵다.
그러나 정말 방법이 없었을지 의문도 든다. 대체부지를 물색하고 주민들을 설득, 지역 사회를 향한 기여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버티기'에 삼표의 전략상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ESG 경영의 흐름이 대기업을 넘어 중소, 중견기업까지 확산되고 있다. 또 다시 2~3년을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과연 그게 공감을 얻을 방법일까.
my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