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가상화폐 투자가 여의도 정가의 '뜨거운 감자'다.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의 올해 1분기 신규가입자 10명 중 6명 이상은 2030세대(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 2030세대의 코인 광풍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정치권도 언저리를 기웃거리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청년들로 바글바글한 시장이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코인 민심을 향한 민주당의 구애는 눈물겨울 정도다.
지난 5월 코인 시장을 평가절하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흠씬 두들긴 데 이어,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관련 법안들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최근 "청년들 신음이 커져 정부에만 맡길 수 없다"며 직접 가상자산태스크포스를 띄우기도 했다.
가상화폐는 식사자리에서도 단골메뉴다.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제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이쯤되니 궁금해졌다. 너도나도 가상화폐를 이야기하지만 실제 거래를 해본 사람은 있을까. 지난 4월부터 거의 매일 가진 오만찬에서 정치인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비트코인 해보셨어요?"
첫 반응부터 기대 이상이었다. "조 기자, 비트코인 그런거 하지마. 솔직히 그걸 어떻게 화폐라고 볼 수 있겠어. 우리 자식들한테도 비트코인은 재미삼아 적당히 하라고 조언해."
깜짝 놀라 기자를 만류한 민주당 정무위 소속 A의원. 그는 여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가상자산 문제 해결에 나선 인물이다.
진심이 묻어나는 그의 조언에 혼란스러웠다. "자녀 분들 반응이 어땠나요."
A의원은 멋쩍은 듯 웃었다. "아빠는 신경 끄라고 하지."
기자도 따라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빠는 해본 적도 없으면서." 그는 공감한다는 듯 박수쳤다.
청년들의 '영끌(영혼끌어오기)' '빚투(빚내서투자)' 현상에 마음이 아프다고들 하지만, 머릿 속으로 이해할 뿐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이후 돌아온 정치권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해봤대잖아. 거기가서 물어봐." 비트코인 거래를 직접 해봤다는 다른 정치인을 희화화한 민주당 원내지도부 핵심 B의원.
"해봤겠어? 난 뭘 어떻게 거래하는 건지도 몰라. 우리 딸은 하는 것 같더라. 가상화폐 메커니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은 한두명 있을까 말까일걸." 손사래쳤던 원내지도부 C의원.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암호화폐 보유나 거래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금융위 '난타전'을 벌이면서 정부 권고사항을 언급한 기재위 소속 D의원.
가상자산의 제도권 도입을 줄기차게 외치는 대선 예비후보 E 역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굳이 해봐야 알 수 있느냐'는 반응이 대다수다. 그럴 때마다 늘 같은 대답을 들려줬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자산을 보호하는 입법 대응? 다 좋다. 그런데 왜 청년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몰리는지, 왜 밤새 몇 번씩 깨는 중노동을 하는지, 그러면서도 푼돈 밖에 벌지 못하는 현실에 왜 좌절하는지 한 번 해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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