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 계기로 금감원 개편안 급부상
금융권 "해묵은 논쟁 반복…산업육성 고민해야"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금융감독원이 수천억대 피해를 가져온 사모펀드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를 바라보는 금융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개편 논쟁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일관성 없는 논쟁 사이에서 눈치만 보면서 업계가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의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건물이 전면 폐쇄됐다. 이날 금융감독원의 모습. 2020.12.08 alwaysame@newspim.com |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7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표한 '금융감독체계의 전면적 개편을 위한 5대 과제'가 대표적이다. 금감원의 역할을 축소하고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특히 ▲국회가 금감원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는 근거 마련 ▲감독분담금 모니터링 강화 ▲인력 운용 계획에 대한 승인 등 강도 높은 통제안을 포함했다.
윤 의원은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는 금융감독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억울하게 당하는 소비자, 감독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는 금융사, 규제로 망하는 사업자가 없도록 제 역할을 하는 금융감독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시작으로 정치권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재개될 분위기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금융 분야에선 감독 개편안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무위 한 관계자는 "펀드 사태나 가상 화폐 등으로 부처 간 떠넘기기가 극명하게 나타나면서 여야 구분 없이 금융감독 개편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다"며 "각 당의 대선 주자가 정해지면 싱크탱크들도 관련 내용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해묵은 논쟁만 반복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거나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논쟁 사이에서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역시 출범 직후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현 정부가 1년도 남지 않는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금감원 독립론을 주장한 윤석헌 전 금감원장의 취임으로 다시 공론화됐지만 금감원의 잇단 부실 논란에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이후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다른 방향의 개편안이 부상한 게 현 상황이다. 금감원 독립을 통한 감독 기능 강화에서 권한 축소로 급변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말뿐인 개편 논쟁과 이로 인한 금융당국의 불협화음 사이에서 새우등만 터지는 격"며 "이슈가 될 때마다 방향성도 달라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정부에서 개편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채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사태, 키코(KIKO) 분쟁 조정, 삼성증권 배당사고 등 굵직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엇박자를 냈다. 이로 인한 혼란과 피해는 업계가 고스란히 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나 대우조선해양 부실 때도 금융감독 개편 논의가 경쟁적으로 나왔다"며 "감독 이슈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기 보다는 금융산업 육성의 관점에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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