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28년 만에 14억의 나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공산당은 신앙, 半제국 半봉건 종식 '구원의 메시아'
당의 말을 듣고 당에 감사하며 당을 따라 나가자 역설
[시바이포(허베이성)=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사나흘이 지났는데도 중국에 창당 100주년 공산당 경축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일요일인 4일 아침 허베이성 홍색관광지 시비아포 호텔. 스마트폰을 켰더니 위쳇 모멘트 펑유취안에 중국 친구가 공산당 노래 '메이요우 공산당 메이요우 신중국' 을 부르는 한 아이의 영상을 올렸다. 아이 나이를 물어보니 태어난지 겨우 2년 6개월 밖에 안됐다는 대답이다.
아이 아빠가 아이를 재우면서 매일 자장가로 불러줬더니 곡과 가사를 통째 따라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메이요우 공산당 메이요우 신중국(공산당이 없었다면 신중국도 없었을 것)'은 1943년에 지어진 공산당 찬양가다. 국민가요나 마찬가지로 초등학교에 힙학하자 마자 제일 먼저 배우는 노래다.
어려서부터 공산당과 가까워지는 건 중국 사회에서 출세하는데 필수 조건이다. 2021년 7월 3일 베이징 서역에서 출발해 허베이성 스자좡(石家庄)으로 가는 기차에서 산시(山西)성 타이위안(太原)이 고향인 공상당원 여성을 만났다. 이 여성에게 공산당이 어떤 의미냐고 묻자 망서림없이 '신앙'이라고 말했다. 훗날 아이에게도 당가입을 권유하겠냐고 하자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종교도 아닌데 공산당을 신앙이라고 하는게 잘 납득이 안된다며 이유를 물었더니 여성은 "서방 나라 사람들이 기독교나 불교를 신앙으로 삼는 것 처럼 나의 심중에 공산당이라는 신앙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산당은 봉건체제에 예속되고 열강에 침탈당한 나라를 구하고 인민을 해방시켰어요. 중국 인민들에게 공산당은 곧 구원이고 메시아나 마찬가지예요". 타이위안 여성은 공산당을 신앙으로 여기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 열차에 오르기 하루전 7월 2일. 베이징 영화관에서 7월 1일 막 개봉한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영화 '1921'을 관람했다. '군벌에 의해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열강이 강점한 조계는 매국노를 빼고는 중국인 출입 금지의 땅이 됐다'. 영화는 1840년 아편전쟁과 1842년 난징조약이라는 중국 근대사의 치욕을 강조했다.
공산당 창당을 다룬 영화 '1921'은 '공산당 탄생은 중국 역사의 필연이었다. 공산당은 반(半)식민 반(半) 봉건의 나락에서 중국을 건져냈다'고 강조한다. 애국심을 고취하는 대표적 주선율 영화 '1921'은 14억 국민을 향해 공산당은 구원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1년 7월 4일 중국 허베이성 수도 스자좡 중심가 중산서로 4거리의 만상성 대형 상가 건물 앞에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조형물에는 '당의 말을 듣고 당에 감사하며 당을 따라 함께 나가자'는 구호가 적혀있다. 2021.07.05 chk@newspim.com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7월 1일 텐안먼(천안문) 광장 공산당 100주년 기념 연설에서 아편전쟁의 치욕을 언급하면서 세계 어느 나라도 중국인을 업신 여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을 향해 직접적인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7월 3일 허베이성 성후이(省會,성 수도) 스자좡에서 내려 핑산(平山)현 시바이포 촌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스자좡서 자동차로 한시간 여 거리 농촌 마을 시바오포 촌은 1948년~1949년 중국 공산당 중앙위가 옌안에서 베이징으로 이동하던 중 잠시 머물렀던 곳으로 으뜸 홍색 관광지중 한 곳이다.
늦은 저녁 시바이포 고속도로의 가로등과 육교, 입간판 광고에는 생일이 지났는데도 창당 100주년 축하 구호가 요란하다. 이름난 홍색 관광지 장시(江西)성 징강산과 산시(陝西)성 옌안 이상으로 홍색 열기가 뜨겁게 느껴졌다. 관광객들은 시바이포 마을 호숫가에 모여 앉아 밤늦도록 웅성거렸다.
SNS 위챗 단톡방 '취안랴오'와 모멘트 펑유취안, 그리고 모바일 뉴스정보 앱에도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관련한 문자와 영상물이 계속 올라온다. 분명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데 사람들이 올리는 문자 내용은 '조국 번영' '조국 만세다'. 이들 중국인에갠 당이 조국이고, 조국이 당인 것 같았다.
"공산당 창당 100년 인데 왜 사람들이 '조국 축하' 라고 하는 건가요". 3일 밤 시바이포 촌 마을 호수가에서 만난 스자좡 유커에게 물었다. 이 유커는 '공산당 만세'라고 하는 게 맞지만 많은 사람들이 굳이 당과 국가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시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월 4일 허베이성 스자좡 중산서(中山西)로 중심가 만상성이라는 대형 상가앞에는 '당의 말을 듣고 당에 감사하며 당을 따라 함께 나가자'는 내용의 국민계몽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다. 중국 공산당은 인민과 당이 물과 물고기의 관계이고 하나의 혈맥이라며 충직하게 당을 믿고 새 역사 창조에 역량을 모으자고 역설한다.
100년 전 1921년 대표 13명이 창립한 중국 공산당. 그 공산당이 창당 28년 만에 세운 나라 중화인민공화국. 14억 명의 나라 중국은 무엇이고, 오늘날 대륙의 주인 공산당은 누구일까. 들끓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 열기 속에 중국에 대한 의문만 잔뜩 더 늘어났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