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반도체 전체 시장 점유율은 '미미'
삼성 주력 반도체와는 거리..시장 달라
반도체 산업은 '안정적 수급'이 핵심
완성차업계 장기적 투자계획 필요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누가 해결해야 할까?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자동차업계는 코로나19로 급감했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물량을 줄였고,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반도체 회사들도 생산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반도체 회사들은 거꾸로 수요가 폭증한 가전, PC, 스마트폰용 반도체 생산에 집중했다. 반도체 회사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고 저마진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늘릴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자동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당장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자동차 회사들은 반도체가 도착할 때까지 공장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즈음 삼성전자와 TSMC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두고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경쟁적으로 밝혔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1위'를 목표로 171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고, 미국에도 20조원 규모의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상당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아쉽게도 차량용 반도체는 파운드리 공급사의 핵심사업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는 모두 퀄컴, 애플, AMD, 엔비디아 등 '첨단'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IT 기업이 핵심 고객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는 TSMC의 차량용 반도체 매출은 3% 수준이다. 삼성전자도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한다고는 하지만 점유율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삼성, TSMC가 미국에 증설 예정인 파운드리 공장은 5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다.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은 인피니언, NXP,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텍사스 인스츠루먼트 등이다. 현대차를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 대부분이 이 업체들에서 반도체를 받는다.
앞으로 전기차, 자율차가 대세로 자리잡으면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분명히 늘어나는데 삼성과 TSMC는 왜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을까? 이유는 아무리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도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400억~450억 달러로, 전체 반도체 시장(4331억 달러)의 10% 내외다. KPMG는 차량용 반도체가 연평균 6~7% 성장해 2040년 1500억~2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가전, PC,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체 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이보다 더 가팔라 점유율 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
또 차량용 반도체는 삼성이나 TSMC가 다루기에는 기술수준도 낮고 저마진 제품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거의 대부분 8인치 웨이퍼에서 생산된다. 8인치 웨이퍼에서 만들어지는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12인치 웨이퍼에서 만들어지는 반도체보다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 8인치 웨이퍼의 원판이 작아 동일 면적에서 생산 가능한 반도체의 숫자도 한계가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일시적'이라는 이유도 있다. 반도체 회사가 차량용 반도체 증설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생산까지 최소 6개월, 최대 1년 가까이 소요된다. 귀한 핵심장비인 노광 장비를 조달하는 데 최소 6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내년이나 내후년이면 정상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반도체 회사들이 수조원을 투입해 리스크가 큰 사업에 무리하게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 전기차, 자율차, 수소차 공급이 본격화되고 자동차 내 전장 비중이 늘어나면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는 단기적으로 반도체 수급처를 늘리려는 움직임일 보일 수 있다. 최근 현대차가 DB하이텍, 키파운드리와 접촉한 것도 수급처 다변화를 위한 일환이다. 반도체업계는 "반도체 산업의 핵심은 안정적인 수급"이라고 강조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완성차업계의 전향적인 투자와 핵심기술 확보 등 자체 역량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syu@newspim.com